게임 방송, 기성세대는 모르는 어떤 미래

2016.03.23
지난 4일 클로이 모레츠가 아프리카 TV BJ 로이조의 ‘대머전’ 방송에 등장했다. 게임 [서든어택] 프로모션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는 tvN [SNL 코리아]와 [문제적 남자] 녹화에도 참여했지만, OGN 같은 게임 채널에는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반면 로이조의 방송은 현재 아프리카 TV 랭킹 1위지만 평소 약 2~3만 명이 시청한다. 이는 TV 시청률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에 대해 넥슨 콘텐츠홍보실 임경호 사원은 “게임 캐릭터 제작에 직접 참여한 클로이 모레츠에게 직접 목소리 녹음 당시의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고, BJ 로이조가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유명하기 때문에 게스트로 출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게임 방송의 영향력이 이만큼 커진 것이다.

“정말 클로이 모레츠가 오느냐. 사기 아니냐.” 이날 시청자들이 채팅창을 통해 보여준 반응은 게임 방송이 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보여준다. 할리우드 배우가 직접 출연할 만큼 가능성을 인정받은 시장이지만, 정작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일이 벌어질 리 없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 TV를 중심으로 한 게임 방송 BJ들은 대부분 게임을 즐기던 평범한 사람들이다. 게임을 잘하거나 공략법을 잘 설명해서라기보다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수반될 수 있는 반응과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일종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부여하며 인기를 얻었다. 가장 유명한 게임 BJ 대도서관도 게임 실력보다 특유의 입담으로 유명세를 탔고, BJ 양띵은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하며 크루를 결성해 구성원끼리의 관계를 부각시킨다. 지금의 인터넷 게임 방송은 게임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비슷한 취향이나 유머 코드를 가진 사람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인터넷 방송 버전의 예능 프로그램에 가깝다.

그래서 게임 BJ는 자신의 방송에 동조할 취향을 가진 시청자를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아프리카 TV에서만 하루 12만 개, 방송을 여는 BJ가 월 30만 명([블로터])이라면 더욱 그렇다. BJ 김왼팔은 “원래 [마인크래프트] 방송을 했는데 사람들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공포게임으로 방향을 틀어 혼자 소리 지르면서 방송을 하니까 시청자가 점점 늘어나더니 일주일 만에 베스트 BJ가 됐다”고 말했다. BJ 김마메나 BJ 백설양은 게임을 하면서 성우들처럼 독특한 더빙 연기를 하는 것을 시도하며 또 다른 취향을 공략했다. ‘초통령’이라 불리는 BJ 양띵이 크루들과 함께 만든 파산게임, 핵전쟁 시리즈 등은 사실상 스토리가 있는 게임 속의 또 다른 콘텐츠다. [스타 크래프트]부터 모바일 게임까지,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기호에 맞는 게임 방송을 찾아 즐길 수 있고, 채팅창을 통해 BJ들과 소통하며 때로는 막말도 던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게임 방송은 게임과 별개로 하나의 인기 콘텐츠가 됐다. 여러 사람을 모아 크루를 결성, [마인크래프트] 방송을 하는 BJ 악어는 “MBC [무한도전]이나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 같은 예능 버라이어티 방송처럼 구성원 각각이 가진 캐릭터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 상황을 연출하는 ‘게임 예능’이라는 장르가 새로 생겼다고 생각”(도서 [BJ로 산다는 것])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게임 방송은 게임에 익숙한 특정 세대 전체의 엔터테인먼트로 확산된다. BJ 도티는 “핵심 등장인물이 존재하고 그 사람을 좋아하는 사용자들이 늘면 게임을 하지 않고 먹방을 해도 사용자들의 관심이 지속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결국은 채널 운영자인 크리에이터가 얼마나 스타성을 가지고 팬덤을 형성하느냐의 문제가 된다”([BJ로 산다는 것])고 말했다. BJ 양띵은 ‘대신 먹는 여자’라는 먹방을 고정적으로 하면서 게임 방송만 진행하던 때보다 수익이 3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게임이라는 친숙한 소재에 대해 BJ가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며 일종의 공동체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그들만의 정서와 문화가 만들어진다. BJ 김왼팔은 “무서운 걸 즐기고 싶은데 스스로는 겁이 많은 여성 시청자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욕하는 것은 싫어하지만 섬뜩한 공포 코드를 좋아하는 성향을 가진 분들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오는 카카오톡 메시지에 모두 답하며 시청자와의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하기도 한다.

이것은 뉴스에서까지 거론되곤 하는 일부 인터넷 게임 방송의 과격한 성향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BJ 철구는 부인에게 “삼일한(여자는 3일에 한 번 맞아야 한다는 뜻의 일베 용어) 당하고 싶냐” 같은 말을 하는 등 문제가 되는 언행을 자주 했지만, 100만 명이 넘는 애청자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피규어가 제작될 만큼 막강한 지지자를 갖는다. 그의 행동이 가진 문제와 별개로, 그가 가진 정서를 좋아하는 시청층은 그를 자신들의 대변자, 또는 롤모델로까지 여긴다. “너는 자퇴하면 그냥 잉여 인간”이라는 말까지 어머니에게 들었던 BJ 철구는 게임 방송의 인기를 통해 갖게 된 강남의 87평 69층 펜트하우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평범한 시청자들과 정서를 공유하며 그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스타가 된다. 아프리카 TV 시청자 분석(광고대행사 (주)팝플) 결과가 보여주듯, 10·20대가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게임방송의 스타 BJ들은 TV 바깥에서 10·20대의 스타가 됐고, 그들의 서브컬처를 대변하는 존재가 됐다. 기존의 미디어 바깥에서 새로운 미디어가 탄생하고, 그들만의 문화와 스타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BJ 철구의 예처럼, 비슷한 성향으로 이뤄진 시청자층을 공략하는 방송은 그만큼 시청자의 취향은 만족시켜도 그 내용이 갖고 있는 위험성을 체크할 단단한 안전장치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일부 게임 방송은 방송 도중 쓰는 단어가 ‘일베’의 용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했다 구설수에 올랐고, 성차별적인 언행 역시 별다른 제재 없이 유통된다. 게다가 문제를 지적하고 시정하는 속도보다 콘텐츠의 확산이 훨씬 더 빠르다. 그리고 최근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 BJ들이 출연했을 때, 서장훈은 BJ 대도서관에게 “광고에서 봤다”고 말했다. 게임 방송 시청자들은 아주 잘 알고 규모도 이미 상당한 수준이지만, 바깥으로 한 발짝만 나가면 BJ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인 플랫폼. 그사이 커뮤니티 내부의 구성원들은 그들만의 언어를 통해 좋은 점이든 나쁜 점이든 확산시킨다. 이 새로운 미디어이자 서브컬처이며 엔터테인먼트는 어떤 미래를 보여주게 될까. 게임 방송 바깥의 사람들도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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