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야방]부터 [상은]까지, 중국드라마를 봅시다

2016.03.23
[랑야방: 권력의 기록](이하 [랑야방])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중국드라마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볼수록 중국어 학습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중국드라마 다섯 편을 골랐다. 모두 국내에서 시청 가능한 것들이다.


정치냐 사랑이냐, [랑야방: 권력의 기록]
티빙, 씨네폭스 등에서 VOD로 시청
출연진: 호가, 왕개, 유도, 황유덕, 오뢰, 근동


쉽게 말하면 SBS [아내의 유혹]과 KBS [정도전]의 콜라보레이션 같은 드라마다. 전쟁 중 아군에게 배신당하고 큰 병까지 얻은 임수(호가)는 얼굴을 바꾼 채 매장소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옛 친구 정왕(왕개)을 양나라 황제의 자리에 앉히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자신과 가족을 모함했던 이들에게도 서서히 복수를 시작한다. 매장소가 정치권의 브레인으로 활약하는 이야기인 만큼 정왕과 예왕(황유덕) 등 주변 인물들과의 다양한 관계가 중요하게 그려지며, 명예욕이 전혀 없던 정왕을 어르고 달래고 부추기거나 자신에게 의지하는 예왕의 신뢰를 역으로 이용하는 등 매장소의 지략도 흥미진진하다. 다만, 분명 정치사극이지만 매장소의 진짜 정체를 아주 나중에서야 알아채는 정왕, 그런 그를 아무 말 없이 도와주는 매장소의 관계는 작품의 장르를 비극적인 멜로로 의심케 할 정도다.

중국 근현대사 참고서, [위장자: 감춰진 신분] 
매주 토·일 밤 10시 중화TV
출연진: 호가, 근동, 왕개, 송일, 유민도


[랑야방]에서 보았던 반가운 얼굴들이 다수 등장한다. [랑야방]의 매장소였던 호가는 명씨 집안의 철없는 막내에서 항일투사로 변신하는 명대를, 매장소를 치료하고 보살피는 린신이었던 근동은 삼중간첩이자 명대의 형인 명루를 맡아 연기한다. 이 밖에 왕개, 유민도, 유혁군 등도 두 드라마에 공통으로 출연한 배우들이다. 1930년대 중국의 항일운동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국민당, 공산당, 76호 같은 당시 세력 분포는 사전지식이 없다면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서로에게조차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는 명씨 가족의 관계에만 집중해도 작품을 보는 데 큰 무리는 없다. 더불어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복식과 건축, 쓸데없는 일로 티격태격하는 명루와 비서 명성(왕개)의 호흡은 물론, 서른다섯의 나이에 귀여운 스무 살을 연기하는 호가의 모습 역시 [위장자: 감춰진 신분]의 핵심 요소다.

판빙빙의, 판빙빙에 의한, 판빙빙을 위한 [무미랑전기] 
매주 월~금 밤 9시 중화TV
출연진: 판빙빙, 장풍의, 이치정, 장균녕


제작 판빙빙, 주연 판빙빙이다. 판빙빙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쉴 새 없이 감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권력 다툼을 벌이는 궁 안의 여인들 사이에서 단연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은 훗날 중국 유일의 여황제, 무측천이 되는 무여의(판빙빙)다. 다른 여성들이 황제에게 선택되기만을 기다리는 동안, 난릉왕 춤에 깔린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죽은 문덕황후의 쓸쓸했던 인생을 헤아리는 등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읽어낼 줄 아는 무여의는 의도치 않게 황제의 애정을 받게 된다. 그리고 가면을 쓴 채 눈과 입술만 드러내도 예쁜 판빙빙, 공부를 하던 중 꾸벅꾸벅 조는 바람에 얼굴에 먹을 묻혀도 귀여운 판빙빙 등을 보고 있으면, 총명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엉뚱한 무여의의 캐릭터는 판빙빙이 가진 실제 매력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심지어 드라마 첫 회, 노인이 된 무측천을 묘사하기 위한 괴이한 분장조차 판빙빙의 생기 있는 아름다움을 채 가리지 못한다. 

소년과 소년의 사랑, [상은]
유튜브에서 한글자막으로 감상 가능
출연진: 허위주, 황경유, 임풍송, 진온


중국 BL(Boys Love) 소설이 원작인 웹드라마로, 중국의 주요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는 중국 정부에 의해 모두 삭제된 상태다. 세상에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던 부잣집 아들 구하이(황경유)는 같은 반 루인(허위주)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가난하지만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모범생인 루인은 구하이를 귀찮아하면서도 조금씩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나 구하이는 너를 친구로 여긴 적이 없다. 나는 널 좋아해” 같은 대사가 종종 낯간지럽긴 하나, 10대 소년들의 사랑이기에 가능한 설정들이 아기자기하게 들어가 있다. 체육복 같은 새하얀 교복, 뒷자리에 앉아 루인에게 장난을 거는 구하이와 그런 구하이에게 틱틱대는 루인, 둘밖에 없는 양호실, 두 소년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하는 풍경은 설렐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다. 물론, 둘의 스킨십도 제법 직접적으로 다뤄진다. 

어설픈데 이상하게 끌리네, [역습지애상정적]
유튜브에서 영어자막으로 감상 가능
출연진: 왕청, 풍건우


같은 BL 소재의 웹드라마지만, [역습지애상정적]은 [상은]과 달리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다. 화면은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찍기라도 한 것처럼 뚝뚝 끊기고,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남자 우소웨이(풍건우)가 자신을 찬 전 여자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녀의 현재 남자친구 지빙(왕청)을 유혹한다는 스토리는 유치찬란하다. 그럼에도 정 BL물을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정말 두 남자를 어떻게든 붙여놓겠다는 것 외에 별다른 야심도 목적도 없어 보이는 드라마지만, 실제로 오랜 친구 사이라는 왕청과 풍건우의 스토리, 각종 촬영 비하인드 영상, 풍건우의 다친 발을 무릎에 올려놓고 정성스레 약을 발라주는 왕청의 영상 등으로 두 배우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는 중이다. 둘이서 ‘금하(今夏)’라는 노래를 발표하고 뮤직비디오까지 찍었을 정도. 혹시나 이 모든 것이 비즈니스일 뿐이라 하더라도, 참으로 흐뭇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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