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마이 리틀 텔레비전] PD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2016.03.23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시작 당시 ‘리틀 텔레비전’은 인터넷에 접속하면 어디서든 방송을 볼 수 있는 모바일 기기나 PC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매주 토요일에 방송되는 영상은 2주에 한 번씩 다섯 팀의 출연자가 진행하는 인터넷 생방송을 편집한 것이고, 시청자는 원한다면 인터넷 생방송에서 실시간 채팅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마리텔]의 ‘리틀 텔레비전’은 미디어로서 TV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이 쇼에는 이경규 같은 예능인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까지, 김구라가 진행하는 토크 중심의 ‘트루 스토리’부터 모델 송경아와 디자이너 박승건의 모델 오디션까지 다양한 분야와 형식이 녹아들어 간다. [마리텔]의 연출자 박진경 PD가 최근 트위터에 “작은 방송국들의 모임 콘셉트 방송이다 보니 최종적으로 각 출연진 순서 정해서 배치, 편집하는 것도 뭔가 편성 쪽 일하는 것 같고 재밌음”이라고 쓴 것처럼, 이 프로그램의 두 연출자인 박진경·이재석 PD는 방송사 편성이나 잡지 편집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

이것은 연출자에게 전혀 다른 영역의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도록 만든다. 이경규가 개와 실시간으로 ‘눕방’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인터넷에서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다. 반면 TV로 3시간 동안 이것을 볼 시청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종격투기와 모델 오디션도 시청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마리텔]의 연출자들은 이것을 TV 프로그램의 보다 광범위한 시청자들에 맞도록 재구성한다. TV 방송분에서 이경규의 ‘눕방’ 전후에는 김동현과 추성훈의 이종격투기처럼 동적이거나, 많은 모델을 모아놓고 테스트하는 오디션처럼 보다 스케일이 큰 콘텐츠가 배치된다. 출연자 각각의 방송은 TV 예능프로그램으로서 [마리텔]의 기승전결에 필요한 요소들이 되고, 출연자들이 인터넷 생방송 중 시청자 수를 두고 경쟁하는 형식과 고유한 스타일의 자막은 프로그램을 하나의 톤으로 묶는다. 연출자들은 그만큼 여러 영역에 대한 관심과 그것을 보편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감각이 동시에 필요하다. 인터넷 방송의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아이템을 찾아서, TV에서는 특정 분야나 출연자에 관심이 없는 시청자까지 끌어들여야 한다.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다시 VOD와 인터넷 방송으로 채널과 플랫폼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를 파고든다. 그사이 인터넷 방송 BJ·웹툰 작가·쇼핑몰 모델처럼 TV에는 없지만 인터넷 어딘가에서는 셀러브리티가 된 직업들도 생겨났다. [마리텔]은 고정 출연자의 개념을 없애고, 인터넷 방송의 형식을 활용하면서 이 세계를 TV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반면 기존 시청자들은 인터넷 방송이 대변하는 형식과 취향, 때로는 유머 코드를 새롭게 알아간다. [마리텔]에 출연한 박명수가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에게 못 웃긴다는 반응과 함께 ’웃음 사망꾼’이라는 별명이 생긴 것은 기존 TV의 세계와 인터넷 방송 시청자의 세계가 결합한 결과다. KBS [태양의 후예]에는 모두가 알 만한 스타와 모두에게 익숙한 로맨스와,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함께 들어 있다. 그 결과는 현재의 평일 미니시리즈로서는 엄청난 20% 후반대의 시청률이다. 반면 [마리텔]은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이 각자 아는 분야를 하나로 편집해 모두가 볼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든다. [태양의 후예]가 다수의 기호가 무엇인지 보여준다면, [마리텔]은 각자의 기호를 서로 알아갈 수 있게 만든다. [마리텔]은 2016년의 TV가 더 이상 모든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는 미디어는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의 접점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무한도전]은 이미 오래전부터 패션쇼부터 우주 탐사에 이르는 다양한 아이템을 시도했다. 그만큼 연출자는 다양한 영역에 대한 관심을 가졌고, 예능 프로그램은 스포츠부터 역사까지 다양한 영역을 다루는 플랫폼이 됐다. 지난주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은 사실상 안중근 의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그러나 두 프로그램이 고정 출연자를 구심점 삼아 프로그램의 영역을 천천히 넓혀갔다면, 고정 출연자가 거의 없는 [마리텔]은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영역과 인물들 중 매회 필요한 것들을 선택한다. 모든 것은 처음부터 다양한 영역들을 잘라 붙인 것이고, 러닝타임은 짧은 호흡의 동영상을 붙인 것으로 채워진다. 그 결과 PD는 출연자와 아이템의 압박에서 일정 부분 벗어난 반면, 과거보다 더욱 TV 바깥의 다양한 세계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PD가 창작자이기 이전에 다양한 사람들과 영역이 존재하는, 그리고 출연자의 범위가 스태프와 인터넷 이용자로까지 확장되는 세계의 설계자가 돼야 한다. 2016년이 새로운 시대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마리텔]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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