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 여군특집│① ‘여군특집’은 여성의 패배를 원한다

2016.03.08
여군의 성별은 무엇인가. 최근 시작한 MBC [일밤] ‘진짜 사나이-여군특집’(이하 ‘여군특집’) 시즌 4에서 중대장은 여성 출연자들을 향해 “여자인 척하지 마”라고 했다. 그들은 이미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인 척할 수가 없다. 굳이 교정을 해주자면 ‘여자인 티 내지 마’ 정도가 맞겠다. 지난 시즌 1에서도 팔굽혀펴기 도중 무릎을 땅에 대고 “여자는 이렇게 한다”며 울던 맹승지에게 소대장은 “여자가 그렇게 하는 거지 군인은 그렇게 안 한다”고 호통을 쳤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 남군 편에서 샘 해밍턴이 훈련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해서, 헨리가 병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리바리하다고 해서 누구도 남자 티를 내지 말라고 하진 않는다. 실제 남군에서도 병사를 몰개성화하긴 하지만, 성적 정체성을 문제 삼아 ‘남자가 그렇게 하는 거지 군인은 그렇게 안 한다’고 하는 교관은 없다. 이미 제목부터 ‘여군특집’이라며 성별의 특수성을 부각시킨 이 프로그램은, 하지만 또한 실제 여군 간부의 입을 빌려 그들에게 여성이지 말라고 요구한다. 이 뒤틀린 자기모순은, 하지만 최근 시청률 15%를 기록하며 다시금 [일밤]의 시청률 보증수표임을 증명한 ‘여군특집’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그동안 ‘여군특집’이 가진 가학적 성격에 대한 비판은 수차례 있어 왔다. [아이즈] 역시 시즌 1 당시 “군대나 직장 특유의 조직 문화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정작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이 그것을 모르면 ‘개념’이 없다 비난하는 모순”을 지적한 바 있으며, 한국 예능 속 여성 혐오의 맥락에서 “자의적 기준에 따른 ‘개념녀’를 걸러낸 뒤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 여성을 죄책감 없이 비난할 수 있는 알리바이를 제공”하는 것이 이 쇼의 가학적 쾌감을 정당화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것은 전효성이 팬이 준 치킨을 차마 어쩌지 못해 들고 왔다가 프로그램 안과 바깥에서 ‘무개념’ 논란에 시달렸던 이번 시즌에서도 반복되는 문제다. 하지만 앞서 인용한 이번 시즌 의무학교 중대장의 발언은 프로그램의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여기서 여군이자 ‘개념녀’가 된다는 건 여성성의 바탕 위에 군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덧입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여성성 자체를 부정하고 거부하는 과정이다.

물론 여성 출연자들 스스로 여자이지 않겠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대신 나나의 작은 목소리와 고양이 같은 눈빛, 출연자들의 화장, 화려한 옷차림, 부족한 체력 등 군대에서 좋아하지 않는 것들에 여성적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그런 면에서, 역대 ‘진짜 사나이’ 중 가장 긴 관등성명을 외워야 하는 상황에서 과거 ‘여군특집’의 관등성명 실수를 리플레이하며 ‘여군들의 영원한 숙제’라고 자막을 깐 건 극도로 악의적이다. 관등성명은 남군 편에서 박형식도, 샘 해밍턴도, 헨리도 틀렸다. 특히 해당 영상에서 비춘 엠버와 제시는 모두 미국 생활 때문에 다른 출연자에 비해 한국어에 서툰 출연자들이다. 그들이 관등성명을 잘 대지 못한 건, 교포이기 때문이지 여성이기 때문은 아니다. ‘여군특집’에서 말하는 여성성이란 다른 게 아니다. 모든 실수, 모든 잘못, 모든 미숙함이 여성적인 것으로 규정된다. ‘여군특집’이 말 그대로 특집이 될 수 있는 건 그래서다. 여성이길 부정하는 과정은 오직 여성 출연자만이 보여줄 수 있다.

역대 최연소 출연자인 트와이스의 다현을 비롯해, 나나, 전효성, 공현주 등 유독 예쁜 여성들이 많이 출연한 이번 시즌이 실사화된 [뷰티풀 군바리] 같은 건 그래서다. 나나의 민낯을 보고 싶고, 전효성과 함께 샤워하고 싶다는 차오루의 말처럼 이번 시즌 출연자들은 아름다움과 섹슈얼함에 있어 명확한 캐릭터와 강점을 지니고 있다. 물론 이것은 예쁜 여성을 선호하는 한국 예능의 경향이 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 수준이다. 문제는 쇼의 서사가 그들의 여성성을 끊임없이 부정적인 것으로 몰아가며 자기정체성을 지워가는 방향으로 흐르는 반면, 그 서사를 비추는 카메라는 피사체로서의 예쁜 여성을 바란다는 것이다. 여기에 의무부사관의 특성상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훈련 난이도는 모든 시즌에서 반복되던 가학적 성격을 한층 업그레이드한다. 그들이 실제 부사관 지원자가 아니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은 언제나처럼 무시되고 남자 교관은 그들의 체력에 혀를 찬다. 이 과정에서 남는 것은 의무부사관이라는 어려운 미션 앞에서도 힘껏 노력했던 한 인간이 아니라,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가떨어진 보기 좋고 비난하기도 좋은 여성의 신체 이미지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이미지의 전시는 언제나 시청률이 보장되는 가장 확실한 흥행 공식이다. 이번 ‘여군특집’ 사전인터뷰에서 나나는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한술 더 떠 ‘황금으로도 못 얻을 군 입대 기회’라고 자막을 달았다. 여성 연예인에게 ‘여군특집’은 기본적으로 프라임타임 출연에 시청률까지 보장되는 거의 유일한 기회라는 점에선 틀린 말이 아닐지 모른다. 누군가는 이것을 ‘윈-윈’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남성 출연자 중심의 불평등한 시장이라는 부정의(不正義)를 해소하겠다며, 실질적으로는 여성의 자기부정이라는 부정의를 하나 더 추가한다는 점에서 ‘윈-윈’은커녕 언제나 패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 연예인의 자리를 고착화한다. 그래서 강해지라는 교관들의 호통과 빡빡한 훈련에도 불구하고, ‘여군특집’은 여성의 강인함과 주체성을 가장 철저하게 부정하는 쇼다. 이것이 기만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기만인가. 심지어 한 번의 반성도 성찰도 없이 벌써 네 번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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