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① “여행의 즐거움은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2016.03.07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 류준열은 [소셜포비아]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프리카 TV 중계방에서 튀어나온 듯한 ‘BJ 양게’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뒤, 그는 tvN [응답하라 1988]에 합류했고 무뚝뚝하지만 가끔 괜찮은 구석도 있는 80년대의 남자아이를 연기하며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가 됐다. 그리고, 진짜 아프리카에 다녀왔다. 지난해부터 줄지어 잡혀 있던 인터뷰도 소화하고 독감으로 입원도 했다가 광고도 촬영했다. 이 모든 것들이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류준열은 몇 번이나 말했다. 많은 일이 벌어진 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도 그는 “예상치 못했던 일들을 해나가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앞으로 1년 뒤에는 또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지금 이 순간 류준열의 이야기.

[응답하라 1988] 포상휴가로 푸켓에 갔다가 tvN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팀에 갑작스럽게 붙들려 촬영을 떠났다.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
류준열
: 나영석 PD님의 얼굴을 보고 5초에서 10초 정도는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그다음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실 푸켓으로 떠나기 전에 우연치 않게 내 운전면허 만료 기간이 가까워져서 갱신을 했는데, 마침 외국에서 자동차 CF를 찍는다는 얘기를 듣고 국제운전면허증도 만들었다. 그러면서 생각한 계획들이 있었는데 그게 다 몰래 카메라를 위한 거였다니…. (웃음)

그 가상의 CF는 어디서 찍게 될 예정이었나.
류준열
: 캘리포니아 말리부 정도로 알고 있었다. 재작년에 미국 여행 갔을 때 샌프란시스코 해안도로를 따라 달려보기도 해서, ‘한 번 가본 곳이니까 잘할 수 있겠다’ 생각하면서 신나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아프리카로 촬영하러 간다는 걸 아는 순간 헉, 했다. 같이 가는 다른 친구들이 운전을 자주 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면 나 혼자 운전을 하게 될까, 하루 이틀이 아닐 텐데’ 하면서.

꿈이 깨지는 순간 바로 현실이 치고 들어간 건가.
류준열
: 그렇다. 머릿속에서 퍼즐을 막 맞추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었던 거지? CF 얘기는 회사 광고팀에서 해줬던 거고, 상철이(매니저)는 진실을 알고 있었을까? 등등. 어쨌든 아프리카에 다녀와서 실제로 자동차 CF를 찍기는 했다. (웃음)

원래 여행을 좋아한다고도 했지만, 나미비아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할 때 비교적 편안하게 말을 걸고 필요한 정보를 빨리 알아듣는 것 같다. 어떻게 배운 건가.
류준열
: 그냥 좀, 영어를 잘하고 싶었다. 아버지가 젊었을 때 영어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하신 데 대한 아쉬움이 커서 계속 단어 외우고 연습하시는 모습을 봐서 더 그런 것 같다. 회화 학원에도 좀 다녔고 미드를 좋아해서 많이 봤다. 여행을 위해 배우기도 했고, 언젠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작품에도 도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의 하나이기도 하다. 지금 실력은 많이 모자라고, 여행에서 의사소통 조금 할 수 있는 정도인데 열심히 용기 내서 말하는 걸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처음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고 나서 아프리카 여행 팁을 좀 얻으려고 주인과 얘기를 해봤는데 그때는 카메라가 바로 옆에 있으니까 영어가 진짜 안 나오더라.

‘원 레이디’와 렌트카 흥정할 때는 보는 사람도 긴장될 정도였는데, 결국 거래가 깨져서 실망이 커 보였다.
류준열
: 차를 빌리러 가는 동안에도 가격을 미리 안 물어봤다는 게 계속 찜찜했다. 그런데 그날이 주말이어서 공항을 제외한 시내 렌트카 회사는 다 문을 닫고, 시간은 없고 스태프들이 다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실수를 한 거다. 계획도 틀어지고 비용도 더 쓰게 된 것 같아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미안했는데 친구들이 오히려 위로를 해줘서 참 고마웠다.

그 밖에 그동안의 많은 여행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운 게 있다면 어떤 건가.
류준열
: 미국 여행 초반에는 디파짓(보증금)에 대해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예약하면서 이미 결제를 했는데 체크인할 때 카드를 또 긋는다고 하니까 이게 뭔가 싶었다. 여행 중반쯤 가서야 알게 됐다. 혹시 투숙하는 동안 미니 바를 이용했거나 기물을 파손했을 때를 대비해 디파짓을 받는 거라는 걸. 그 정도를 제외하면 별다른 일은 없었다. 사실 여행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진짜 납치당하거나 하는 게 아니라면 경우의 수가 몇 개 되지 않아서 어지간하면 말로 해결이 된다.

캠핑장에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할 때 장작을 빌려준 현지인 클레버에게 친근하게 말을 붙이던데, 원래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는 걸 좋아하나.
류준열
: 굉장히 좋아한다. 제일 친한 친구 중 하나는 일본인인데, 갈매기살 집 옆자리에서 고기 먹다가 그냥 말 걸고 친구가 됐다. 외국인과 깊은 대화를 해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독도 얘기부터 시작해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서로 집에도 초대하고, 같이 일본 여행도 다녀왔다. 그렇게 우연히 알게 된 사람과 좋은 인연이 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 가서도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게 되는 것 같다. 여행의 즐거움 중에는 좋은 경치를 보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하는 재미가 크다.

듄 45 사막에 일출을 보러 갔을 때, 카메라 감독에게 같이 앉아서 감상하자고 한 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서였던 건가.
류준열
: 화면에는 우리 네 명의 모습만 주로 보이지만 사실은 40명 이상의 스태프들과 일행이 되어 같이 이동하면서 여행한 거다. 얘기도 많이 하고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그런데 문득, 내가 조용히 경치 보는 걸 좋아하는 만큼 형들도 그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기존의 다른 출연자분들도 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 내가 유독 조금 유난을 떤 거다. 그래서 카메라를 잠깐 저한테 주시고 경치를 좀 보시라고 했더니 형들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셨다. 일을 하고 계시는 상황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잠깐 사이 파노라마 사진 찍고 가족분들에게 메시지도 보내시면서 진짜 즐거워하셨다.

▶ 인터뷰 2. “인기는 다 끝났다. 연기는 오래오래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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