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은 과거를 어떻게 세탁하는가

2016.03.03
“저도 그런 말 하다가 잘못됐거든요.” 지난 2월 16일 JTBC 모바일 프로그램 [마녀를 부탁해] 첫 회에 유상무와 함께 출연한 장동민은 김숙의 소위 ‘가모장적인’ 발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에 대한 패러디로 “남자가 조신하게 살림이나 해야지”라고 하는 김숙의 개그를 현실에서 실제 권력으로 작동하는 가부장적인 발언과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장동민에게는 이러한 설명보단 본인이 했던 “그런 말”들을 상기시켜주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그는 자신 포함 유상무, 유세윤, 통칭 옹달샘 멤버들과 함께한 팟캐스트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 불특정 다수의 여성에 대해 “개X년”, “여자들은 멍청해서 이게 남자한테 안 돼”라고 말했다. 장동민과 김숙의 대립 구도에서 쏙 빠진 유상무도 팟캐스트에서의 상황극에선 저속한 성적 농담을 거리낌 없이 했다. 방송에서 김숙이 보여주는 과장된 우악스러움을 더하더라도 김숙의 개그는 장동민의 “그런 말”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마녀를 부탁해]는 두 사람을 가모장 대 가부장으로 대등한 듯 비교했으며, “금방 잘못되실 것 같다”는 장동민의 말을 들은 김숙은 조심해야겠다는 뉘앙스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졸지에 장동민의 폭력적인 발언들은 김숙의 위악 개그 수준으로 소비되며, 웃음을 위한 소재가 됐다. 모바일 예능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장동민과 유상무는 개인 사업에 대한 홍보를 했지만, 사실 [마녀를 부탁해]의 가장 큰 홍보효과는 그들의 과거를 철저히 희석시켜줬다는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만들어진 여성 주도 예능이 첫 회부터 남자 예능인의 여성 혐오 발언을 세탁해준다. 이것은 상징적이지만, [마녀를 부탁해] 하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서의 팟캐스트 발언이 문제가 된 이후 웬만하면 같이 모이지 않던 옹달샘은 장동민, 유상무 둘이 출연한 [마녀를 부탁해] 외에도, 유세윤이 MC로 있는 JTBC [비정상회담]에서 함께 모였으며, 지난 1월 종영한 tvN [방송국의 시간을 팝니다](이하 [방시팝])에선 마지막 에피소드로 셋이 함께 강촌 1박 2일 여행을 ‘꽃보다 옹달샘’이라는 제목으로 다녀왔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이 과거 발언에 대한 변명을 대신 해준 건 아니다. 대신 부각되는 건 세 사람의 우정과 의리다. “연예계 대표 절친”으로 소개된 그들은 [비정상회담]에서 우정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방시팝]에선 “옹달샘은 내 미래였고 친구였고 가족이었고 꿈이었다”고 고백한다. 아마 그 우정의 깊이와 소중함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허물없음으로, 친한 친구끼리 아무 생각 없이 농담이랍시고 했던 말들이 그 바깥의 사람들에게 큰 상처와 모욕을 준 것도 사실이다. 셋 중 누구도 서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혐오 발언을 했던 그들이 이제 와서 서로를 “진짜 내 편”이라 칭하고 방송은 자막으로 ‘진짜 우정 보여준 개그트리오 옹달샘’이라 상찬하는 것은 기만적이다.

시간이 지났으니 이젠 이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알 수 없다. 대중은 몰라도 방송사는 그들의 잘못을 용서해준 걸까. 그 역시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은 지난해 4월 사과 기자회견 당시 자숙의 시간을 갖는 대신 “제작진의 뜻에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했다. 비난하는 대중 대신 제작진과의 관계에 더 집중한 건 윤리적으로는 몰라도 커리어에 있어서는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논란 이후에도 유세윤은 여전히 [비정상회담]을 진행하며, tvN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 최종 우승으로 ‘갓동민’으로 부활한 장동민은 이후 tvN에서 세 프로그램을 더 했다. 최근 방송보단 사업에 집중하는 듯한 유상무도 CJ E&M에서 새로 런칭한 O tvN 채널에서 [제다이: 제대로 다루는 이슈]를 진행했고, [드라마톡 금지된 사랑]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콘텐츠 파워에서, 특히 예능에서는 더더욱 지상파를 능가한다고 평가받는 CJ E&M과 JTBC의 총애를, 그들은 꾸준히 받고 있다. 새삼스럽게 그들에게 자숙의 시간이 없었다는 걸 비판하려는 건 아니다. 논란이 있든 없든 누군가를 섭외하는 것도 방송사의 고유 영역이다. 다만 과거를 뒤에 두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활동하는 것과, 아예 과거를 지우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지난 1년 동안 옹달샘의 주요 직장이던 두 거대 방송사는 결과적으로 여기에 동참했다. 의도했다면 윤리적인 잘못이며,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점에서 역시 윤리적인 잘못이다.
 
“그런 말 하다가 잘못됐다”는 장동민의 말은, 그래서 김숙과의 대립 구도를 떠나서도 이미 기만적이다. 방송 스케줄은 딱히 끊긴 적이 없고, 방송사의 시간을 사서 자신들이 노는 모습으로 한 시간을 채워 방송할 수도 있으며, 같은 소속사인 김숙이 합을 맞춰준 덕에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대충 ‘물 타기’ 할 수 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됐다는 말인가. 옹달샘은 잘못했을지언정 잘못되진 않았다. 지금 옹달샘과 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장면 장면은 한국 사회에서 자주 보던 풍경들을 재현한다. 어떤 잘못을 해도 긴밀히 얽힌 카르텔이 있으면 대충 뭉갤 수 있다. 뭉개다 보면 조금씩 잊힌다. 잊히면 미디어의 조력을 받아 잘못 자체를 지우거나 희석해버린다. 이것은, 진실의 문제다. 망각과 권력의 합작으로 진실을 왜곡하는 문제. 앞서의 방송들이 증명하듯, 권력은 이미 저쪽이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망각하지 않는 것뿐이다. 적어도 방송사처럼 옹달샘의 잘못을 지우는 조력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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