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하니’ 이수민의 프로그램을 찾아보다

2016.03.02
‘초통령(초등학생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콘텐츠 및 연예인)’, 차세대 국민 MC, 예능 유망주 1번. KBS [해피투게더 3] ‘접수하러 왔습니다! 예능대세 특집’에서 MC들이 15세 소녀 이수민을 소개할 때 썼던 수식어다. 이날 [해피투게더 3]에서 유재석 바로 옆자리에 앉아 방송을 했던 이수민은 [해피투게더 3]의 표현대로 대세다. 최근 SBS [토요일이 좋다] ‘백종원의 3대 천왕’, JTBC [아는 형님],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의 게스트로 출연했고,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의 고정 패널이 됐다. 그 사이 11개의 광고 계약도 했다. 김유정·김소현·김새론 등 다른 하이틴 스타들도 있지만, 이수민은 연기가 아닌 어린이 예능 프로그램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에서 MC ‘하니’를 맡으며 화제가 됐다는 점에서 다르다.

“초등학생들은 성인시장까지 영향력을 미칠 만한 이슈메이킹 능력이 없다.” 이수민이 출연한 어린이 드라마 투니버스 [내일은 실험왕]의 박용진 감독 말처럼, 어린이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성인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초등학생에서 청소년 연기자까지 미성년자들이 주인공이 되어 직접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이나 MBC [무한도전]과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를 찍는 투니버스 [막이래쇼]·[난감스쿨]은 MC그리·신동우·홍태의 같은 ‘초통령’을 탄생시켰지만 이들이 성인들에게 주목받은 것은 아니다. 반면 이수민은 장도연과 걸 그룹 마마무가 [보니하니]의 코너인 ‘돌려돌려 돌림판’을 패러디할 만큼 많은 성인에게 알려져 있다. 과거 [보니하니]의 방송 스튜디오에는 초등학생 팬들이 와서 이수민과 사진을 찍고 갔지만, 지금은 대학생까지 팬층이 넓어지고 있다.

성인들이 매일 오후 6시에 방영하는 [보니하니]를 챙겨 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수민이 ‘보니’ 신동우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은 ‘미친 진행’ 같은 제목의 짧은 동영상으로 퍼지면서 성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보니하니]의 이호 PD는 “아역과 어린이 프로그램을 맡아서 하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수민은 다재다능하고 자유분방한 면이 있는데, 그걸 드라마라는 형식 안에 뒀으면 지금의 매력을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역 연기자의 경우 성인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어린이 드라마나 성인 드라마에서 조연을 맡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보니하니]의 경우 프로그램 내내 보니하니가 주인공이 돼서 MC를 맡고, 이 영상은 EBS 사이트에 무료로 공개된다. 짧은 동영상으로 퍼지기도 좋은 것이다. 이수민이 화제가 된 뒤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다양한 멘트와 표정은 물론 그가 취미인 킥복싱 동작을 하는 장면들이 계속 퍼져 나갔다.

그러나 [보니하니]에는 ‘보니’ 신동우도 있다. [보니하니]의 ‘미친 진행’은 이수민과 신동우의 합으로 가능한 것이지만, 성인들의 관심은 이수민에 집중되고 있다. 이수민과 신동우가 함께 출연한 [아는 형님]에서는 강호동, 서장훈, 이수근 등 남성 출연자들이 이수민에게만 환호했다. 이수민이 ‘백종원의 3대 천왕’에서 러블리즈의 ‘Ah-Choo’를, [해피투게더 3]에서는 여자친구의 ‘시간을 달려서’ 안무를 춘 것은 이수민이 소비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해피투게더 3]에서는 그가 춤출 때 “활력 넘치는 소녀의 Dance”라는 자막이 떴고, 유재석은 “걸 그룹이에요!!”라고 소리쳤다. 이 15세 소녀는 걸 그룹처럼 춤출 수 있고, 카메라 앞에서 언제나 생기발랄하게 웃으며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어른들이 난처한 상황을 만들어도 잘 대처한다. 이수민은 대중이 소녀 콘셉트의 걸 그룹에 기대하는 이미지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현실로 가져왔다.

마치 걸 그룹 멤버 같은 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가수 활동은 하지 않고,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성인들에게 알려졌다. [보니하니]에서 이수민이 윙크를 하거나 귀여운 동작을 하는 장면은 곧바로 캡처돼 마치 걸 그룹의 영상처럼 성인들이 주로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모은다. 성인들이 이수민을 발견하면서 그들은 이수민을 그들의 방식으로 소비했고, 이 관심은 [보니하니]의 형식까지 바꿨다. 최근 [보니하니]는 개편과 함께 ‘스타들도 고민있쇼’가 생겼고, 박명수에 이어 AOA 크림이 출연했다. 이제 [보니하니]는 성인 스타들의 홍보 창구이기도 한 것이다. 어린이 프로그램을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본다. 그러나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각자 다르다. 그리고, 성인의 관심은 어린이 프로그램의 변화에도 영향을 준다. ‘초통령’이 더 이상 초등학생만을 위한 스타가 아니게 됐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 아직은 알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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