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는 어쩌다 ‘성지영’을 만들게 되었을까

2016.02.29
“어쩌다.” 2015년 12월 소셜방송 [성남 tv]에 올라온 ‘재활용품 배출 전용 그물망 사용법’ 동영상에서 그물망 사용법을 설명하는 여성 캐릭터 ‘성지영’의 ‘죽은 눈(애니메이션에서 하이라이트를 넣지 않아 묘하게 보이는 눈)’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성남시 측이 했던 답이다. 성남시 공보관실의 오상수 홍보기획팀장에 따르면 성지영의 ‘죽은 눈’은 “원래는 웹툰 방식으로 하려고 했는데 돈이나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고 수정 작업도 어려워 다른 방식으로 전달성을 찾는 과정에서 툭 튀어나온 것”이다. 애초에 성지영의 캐릭터를 제작한 것도 만화 전문이 아닌 홍보 전문 업체였고, 제작 툴을 통해 캐릭터를 제작한 다음 눈을 포함한 몇 부분을 변형했을 뿐이었다. ‘죽은 눈’은 “전혀 기획했거나, 의도한 것이 아니”었고, 담당자는 여기에 한마디 덧붙였다. “캐릭터를 제작한 업체에서 지금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어쩌다’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그러나 ‘분리수거’라는 단어, 쓰레기를 구분해서 버린다는 일의 특징, 그리고 캐릭터의 ‘죽은 눈’이 묘한 접점을 이루며 성지영은 인터넷상에서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성지영을 소재로 한 2차 창작물이 계속 쏟아져 나왔고, 캐릭터의 이름이 성지영이라는 것도 누군가 영상을 확대해 본 결과였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정점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SNS를 통해 “어떤 2차 창작물을 만들어도 좋다”고 허용하자 성지영은 마치 서브컬처 계의 아이콘적인 존재가 됐다. 초인종 구멍이나 걸쇠가 걸린 문 사이에서 성지영이 “문 좀 열어주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이미지, 트위터용 짧은 소설, 분리수거를 하는 동안 성지영이 다가오는 분리수거 게임 등 수없이 많은 곳에 성지영이 활용됐다.

어쩌다 벌인 일의 예상치 못한 효과는 성남시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성지영이 화제가 된 후 성남시 담당자는 모니터링을 하며 대만이나 홍콩 등의 예시를 보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얀데레’라는 단어가 들어간 보고서를 썼으며, ‘모에 캐릭터’라는 단어도 알게 됐다고 한다. 오상수 홍보기획팀장도 “요즘에는 젊은 사람이 많이 돌려봐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의도치 않은 결과물을 통해, 성남시는 그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됐다. 성남시는 앞으로 성지영의 눈에 하이라이트를 준 다음, 성남시 시정소식지인 [비전 성남]의 표지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눈동자 안에 그림판으로도 찍을 수 있는 점 하나가 없어지면서 누구도 생각지 못한 나비효과가 일어났다.

성남시청 공보관실 홍보기획팀의 담당자는 성지영과 관련된 현상에 대해 “부족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이 홍보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한다. 성남시는 애니메이션 기법에 대해 잘 알 수 없었고, 의도치 않게 빠져 버린 그 어떤 지점이 외부와 맞물리면서 호응을 받았다. 만약 성남시가 모든 과정에 일일이 관여하려 했다면 지금과 같은 반응은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몇몇 사람이 성지영과 함께 떠올렸던 ‘성남시 3대 공공서비스 공익 광고’ 역시 기존 곡을 쓰기에는 저작권료가 비싸 새로 작곡한 경우로, 그 결과 예측하기 힘든 음정으로 진행된 후 ‘쾅’하는 폭발음으로 마무리되는 독특한 스타일의 결과물이 나왔다. 물론 오상수 홍보기획팀장에 따르면 “작곡가는 굉장히 신경 쓴 결과물이고, 노래를 부른 것도 아이돌가수”였다고 하지만, 어떤 효과를 노리기보다 창작자에게 맡긴 것이 의도치 않은 결과로 돌아온 것은 사실이다. 물론 모든 창작물이 아무 의도 없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당 분야에 대해 잘 모를 때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창작자가 무언가 할 수 있는 빈틈을 두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반응이 좋으면, 그때 이유를 공부하며 그 세계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남시가 알게 된, 그리고 다른 공공기관에 알려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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