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난 너무 예뻐’부터 ‘Drip Drop’까지, 태민의 무대들

2016.02.29
열여섯에 데뷔했고, 올해로 스물넷을 맞았다. 마이클 잭슨이 롤모델이라고 말하던 소년은 8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혼자만의 퍼포먼스로 광활한 풍경을 장악하는 가수가 되었다. 다음 여섯 개의 무대는 태민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꼭짓점들이다. 다시 말해, 무대 위에서 써내려간 태민의 성장기.



‘누난 너무 예뻐’
샤이니가 표방하는 소년성은 그동안 어떤 보이 그룹도 개척하지 못한 것이었다. 가느다란 몸으로 “누나”들을 향해 수줍게 사랑을 고백하는 그들의 모습은 소년의 청순 버전이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 하지만 비교적 느린 멜로디에 맞춰서도 샤이니는 각이 살아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고, 그중 태민은 거칠거나 공격적이지 않되 마냥 여리지도 않은 그룹의 캐릭터를 대표하는 멤버였다. 뽀얀 얼굴에 찰랑거리는 바가지 머리, 다섯 명 중 가장 부피감 없는 몸을 가졌지만 팔과 다리를 힘차게 뻗거나 포인트 동작을 깔끔하게 연출해내며 그야말로 메인 댄서로서의 역할을 정확하게 해낸 것이다. 보컬 파트에서 태민의 분량이 거의 없음에도 데뷔 때부터 그가 많은 이에게 기억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후 ‘산소 같은 너’와 ‘아.미.고’를 거쳐 ‘루시퍼’에 이르는 동안, 태민은 춤뿐 아니라 안정적인 보컬 실력 또한 차츰 갖추게 되었다. 앳된 얼굴에서 다소 어둡고 강렬한 분위기를 끄집어낼 수 있게 된 것 역시 이즈음.


‘셜록’
샤이니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분기점을 꼽자면 아마 ‘셜록’이지 않을까. 한 줄로 겹쳐 보이던 멤버들이 차례대로 펼쳐지는 오프닝, 그리고 다시 하나로 겹쳐지는 엔딩까지 ‘셜록’의 퍼포먼스는 다섯 사람의 일체감을 강조하는 동시에 무대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시키는 시도였다. 파트에 따라 포지션을 변경하고 복잡한 안무를 열심히 추던 기존의 방식에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태민은 긴 머리카락을 붙인 채 소년도 소녀도 아닌 것 같은 인물을 보여주며 ‘미스터리’라는 노래의 콘셉트를 대표했고, 보컬 부분에서도 제법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후렴구로 넘어가기 전, 하이라이트 직전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긴 밤 불꽃처럼 터져 Baby” 등 분위기를 고조시키거나 포인트가 되는 파트는 그의 몫이었다. 게다가 같은 해 연말, SBS [가요대전] ‘셜록’ 무대의 인트로에서 태민은 홀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관객과 시청자들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메인 댄서일 뿐 아니라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멤버로 성장한 셈이다.


‘Dream Girl’
‘Dream Girl’은 아예 태민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곡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목소리보다 중요한 건, 태민이 단번에 보여주는 무대의 콘셉트였다. 곡 특유의 발랄하고 밝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퍼포먼스적으로도 가벼운 느낌을 강조해야 하고, 때문에 시작부터 뒤에서 앞으로 폴짝 뛰어나오면서도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태민의 동작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시종일관 현란한 발놀림으로 스탠드 마이크와 함께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도 그의 활약이 이전보다 훨씬 더 돋보였음은 물론이다. 태민은 다른 멤버들이 화음을 만드는 동안 센터에 서서 재빨리 한 바퀴 돈 다음 카메라를 바라보기도 하고, 바쁘게 발을 움직이며 꽉 짜인 퍼포먼스 안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 무드를 덧대기도 했다. 마이크를 공중에 던졌다 받는 안무 또한 태민의 존재감을 부각시킨 장치. 말하자면 ‘Dream Girl’은 기예에 가까운 샤이니의 퍼포먼스가 정점에 오르기 시작한 곡이자, 태민 솔로의 예고편이기도 했던 것이다.


‘괴도’
데뷔부터 ‘Everybody’에 이르기까지, 샤이니는 청량한 소년에서 장난스러우면서도 어딘가 어두운 구석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태민의 첫 솔로 앨범 [ACE]는 그 과정에서 슬쩍 비춰졌던, 소위 말하는 그의 ‘퇴폐미’를 극대화시켜놓은 콘셉트였다. ‘괴도’ 무대에서 태민은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고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연신 쓸어 올리거나, 재킷을 벗어 던지고 타이를 풀어버리는 등 이전보다 거친 모습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노래가 흐르는 내내 센터에서 거의 자리를 옮기지 않으면서 머리와 어깨, 손목과 발목 등 신체의 모든 부분을 따로 움직이며 마이클 잭슨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퍼포먼스를 연출해냈다. 아주 작은 동작으로도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넓은 무대가 필요하진 않은 법이다. 그리고, 태민은 같은 앨범에 수록된 ‘Pretty Boy’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예쁜 남자 이럴 거다 말해도 / 분명 흐르듯이 따라갈 걸 말해도 / 난 네 머릿속 상상 밖일 걸”


‘View’
샤이니는 ‘Everybody’에서 안쓰러울 정도로 극한의 안무를 소화해냈다. 쉴 새 없이 뛰고 포지션을 바꾸는 것은 물론, 장난감 로봇처럼 온몸의 관절을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View’는 있는 그대로 반짝거리는 샤이니의 매력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한 노래와도 같았다. 멤버들은 제복이나 슈트 대신 그 또래에 어울리는 편안한 티셔츠와 바지, 모자를 걸쳤으며, 안무 역시 몸을 혹사시키는 대신 노래의 청량하고 경쾌한 분위기와 어울리는 스타일로 전개되었다. 게다가 ‘누난 너무 예뻐’의 시퀄과도 같은 ‘Love Sick’에서 샤이니는 아예 당시의 안무를 후렴구에 그대로 삽입하기도 하는 등 데뷔 초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팬들을 다시금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무대 위를 누구보다 여유롭게 누비는 태민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던 열여섯 때와는 분명 달랐지만, 말간 얼굴만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Drip Drop’
앨범 발매 전, [Press It]의 하이라이트 멜로디와 함께 공개된 것은 태민의 하이라이트 퍼포먼스 영상이었다. 피아노를 치고, 피아노 위에 뛰어올라가 노래하고, 잘게 쪼개진 데다 빠르기까지 한 리듬 하나하나에 맞춰 안무를 해내는 것 모두 태민이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의 무대를 소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Drip Drop’과 ‘Press Your Number’는 그의 지향점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곡들이다. 현란한 CG, 화려한 색채 대신 광활하고 황량하기까지 한 자연을 배경으로 삼은 ‘Drip Drop’ 뮤직비디오에서 태민은 자신보다 훨씬 큰 덩치의 댄서들과 함께 춤을 추지만, 그의 안무는 풍경에 압도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리듬이 쏟아져 내리는 파트에서도 춤은 계속되고, 심지어 바이브레이션처럼 사소하게 흘려보낼 수 있는 순간조차 안무는 음표를 따라가길 멈추지 않는다. 그 스스로 “춤과 ‘밀당’하는 단계”라고 표현한 타이틀곡 ‘Press Your Number’에서도 마찬가지다. 멜로디와 리듬에 따라 완급조절을 하면서도 이별의 아픔이라는 감정까지 충분히 표현해내는 것이다. 이제 태민의 퍼포먼스는 단지 볼거리가 아니라, 그 자체로도 음악이 될 수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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