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나인뮤지스·달샤벳·스텔라가 뜨기 위해 필요한 Do or Don’t

2016.02.25
새 앨범으로 드디어 ‘뜨냐’ 또는 ‘안 뜨냐’는 것 자체가 화제가 된 그룹. 레인보우는 한국의 수많은 걸 그룹 중 가장 독특한 스토리를 갖게 됐다. 인지도는 높지만 그룹으로서는 묘하게 일정 수준 이상의 인기를 얻지 못한 이들은, 이제 기자가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묻는 것은 물론 멤버들이 성공을 위한 고사까지 지낸다. 대체 왜 레인보우는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도 팀으로서는 만족할만한 반응을 얻지 못한 것일까. 레인보우와 함께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는 나인뮤지스와 달샤벳, 그리고 섹시 콘셉트로 시선을 모은 이후 ‘한 방’이 절실한 스텔라까지, 네 팀의 성공을 위한 조건에 대해 김윤하 음악평론가에게 물었다.

레인보우
DO: ‘예쁨’을 잊지 말 것

걸 그룹이 ‘예쁘다’는 이유로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은 의외로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정확히는 예쁜 무언가를 보고 기분이 좋아질 때 전해지는 어떤 ‘생기’에 대한 것이다. 언제나 에너지가 톡톡 터지는 레드벨벳이나 ‘예뻐서 좋다’는 팬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트와이스가 이 흐름을 대표하는 이들. 레인보우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도 ‘숨겨진 명곡’으로 회자되는 ‘A’는 섹시함뿐만 아니라 이들이 타고난 ‘예쁨’을 바탕으로 만든 유쾌한 에너지의 곡이었다. 최근 발표된 신곡 ‘Whoo’ 역시 레인보우가 가진 그런 장점이 오랜만에 되살아난 싱글이다. 예쁜 사람들의 즐거운 모습만으로 넘치게 전해지는 에너지. 레인보우는 여전히 그런 잠재력을 지닌 그룹이다.

DON’T: 공백기
2009년 데뷔로 올해 7년 차. 하지만 정규 1집 Part. 2 [Rainbow Syndrome Part 2](2013)와 미니 3집 [INNOCENT](2015) 사이에는 무려 1년 8개월의 공백기가 있다. 심지어 그 전에도 일본 활동을 이유로 2011년에서 2013년 사이 1년 반 동안 국내 활동을 쉬었다. 당장 6개월만 쉬어도 인기에 타격을 받기 쉬운 아이돌에게는 사실상 정상적인 활동을 포기했다고 선언하는 셈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레인보우의 인기에 부침이 있었던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긴 공백기가 팀의 이미지를 유지할 수 없게 만든 것도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결국 멤버들은 만족스럽게 활동하지 못한 상태로 2016년 소속사와의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덕분에 공백기를 가지려야 가질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스텔라
DO: 노래 선구안

최근 몇 년 간, 스텔라는 ‘좋지만 차마 좋다고 말할 수 없는’ 타이틀곡을 연이어 내놓았다. 시작은 2014년의 ‘마리오네트’, 정점은 지난여름 발표한 ‘떨려요’였다. 그렇게 조금씩 올라온 인지도와 작곡가 그룹 모노트리와의 합을 발판으로 얼마 전 내놓은 ‘찔려’는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갔다. ‘좋다고 말할 수 없는’ 결정적 이유였던 기존의 막무가내식 섹시 콘셉트 대신 다소 정제된 성적 코드를 선택하고, 뮤직비디오 감독 디지페디와 함께 파스텔 톤으로 보다 세련된 성적 은유를 그려냈다. 비록 지난 활동들이 남긴 남우세스러운 흔적들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 기존 이미지를 교묘히 활용하는 ‘좋은 노래’를 찾아낸 이들에게는 조금 더 기회가 있을 것이다.

DON’T: 이상한 섹시 마케팅은 제발 그만
많은 걸 그룹이 섹시 콘셉트로 시선을 모으려는 시도를 한다. 분명 이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스텔라 역시 ‘마리오네트’ 뮤직비디오로 섹시 콘셉트를 내세우며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섹시 콘셉트가 너무 강조된 뮤직비디오는 다른 사람에게 봤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수위가 높았고, 심지어 스텔라의 페이스북 오피셜 페이지는 멤버들의 란제리룩 화보 사진을 마치 몰카처럼 모자이크 처리한 뒤 ‘좋아요’ 수에 따라 모자이크를 지우겠다는 이벤트를 열었다. 스텔라가 ‘좋지만 차마 좋다고 말할 수 없는’ 팀이 된 순간이었다. 스텔라의 소속사는 야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과 야해서 사랑 받는 것의 차이를 알 필요가 있다.

나인뮤지스
DO: 독보적인 피지컬을 활용해 압도적인 무대를 만들 것

나인뮤지스는 데뷔 당시 모델 출신 멤버가 많다는 이유로 ‘모델돌’로도 불렸고, 멤버 교체에도 여전히 평균 신장은 170cm 이상이다. 게다가 이른바 ‘고양이상’ 얼굴에 독특한 눈빛을 가진 경리는 나인뮤지스의 무대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다시 말하자면 좋은 피지컬에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될 얼굴의 멤버도 있다는 얘기다. 이 뛰어난 장점에 강하면서도 화려한 군무 또는 독특한 콘셉트 등 어느 쪽이든 압도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첨가한다면, 나인뮤지스는 확실한 차별점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걸 그룹들이 소녀의 발랄함이나 귀여운 매력으로 대중을 유혹할 때, 무대 한 편에서 압도적인 무대로 여성 팬들에게도 환호를 이끌어내는 그룹. 상상만으로도 멋지지 않은가.

DON’T: 멤버 교체
어딘지 잘 굴러가지 않는 듯한 그룹들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잦은 멤버교체다. 멤버가 이탈하기 때문에 잘 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멤버가 이탈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런 현상이 팀을 흔들리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나인뮤지스의 경우 2010년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원년 멤버는 이유애린, 혜미, 민하 단 세 명이다. 10명이 넘는 멤버들이 스쳐갔고, ‘Figaro’ 컴백 직전 2명의 멤버가 급작스럽게 탈퇴했으며, 2014년에는 원년 멤버로 팬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던 멤버 세라 등 3명의 멤버가 5개월 간격으로 탈퇴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팀이 일관되고 꾸준한 활동을 하기 어려웠다는 의미. 긍정적인 건 2015년 1월 소진과 금조의 영입 이후 발표한 싱글 ‘DRAMA’ 이후 안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 데뷔 후 첫 콘서트도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쉬어도 좋을 것 같다.

샤벳
DO: 내 안의 숨겨진 펑키함(Funky)

데뷔 후 정규 1집 포함 총 10장의 앨범을 발표한 달샤벳이 지금껏 소화한 곡들의 면면을 보고 있자면, 이 카탈로그 그대로 걸 그룹 지형도로 사용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데뷔 초 ‘Supa Dupa Diva’, ‘Bling Bling’ 등 이-트라이브(E-Tribe) 특유의 상큼함이 살아 있는 걸팝 사운드로 출발선에 섰던 이들은 이후 상큼, 발랄, 섹시, 처연 등 ‘걸 그룹’하면 떠오르는 거의 대부분의 영역을 거쳐 왔다. 그토록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맥’을 잡지 못하던 이들에게 걸 그룹계의 산소호흡기 용감한 형제가 왔다. 최근 그와 함께 작업한 싱글 ‘너 같은’은 어떤 장르를 소화해도 특유의 펑키함(Funky)함을 잃지 않던 달샤벳의 숨겨진 매력을 코앞까지 이끌어냈다. 지금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이제 남은 건 전진뿐이다.

DON’T: 하나마나한 섹시코드
달샤벳은 여러 차례 섹시 콘셉트를 시도했지만, 좀처럼 성공하지 못했다. 제목에서 뮤직비디오까지 노골적 섹시코드를 팝아트 형태로 뽑아냈던 ‘Pink Rocket’(2011)나 제목부터 할 말이 없어지는 ‘내 다리를 봐’(2013), 가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B.B.B’(2014), ‘Joker’(2015)까지 그들은 거의 매해 끊임없이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감행하고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딱히 큰 반향을 불러오지는 못했다. 마치 섹시 콘셉트의 살아있는 항체 덩어리를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이 정도로 밀어 붙여도 되지 않는다면 섹시코드는 이제 그만 잊는 편이 옳다. 늘 아쉬운 성적을 거두는 것은 더 섹시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찾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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