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예 웨스트 曰, 앨범이란 무엇인가?

2016.02.25
카니예 웨스트의 새로운 앨범 [The Life of Pablo]를 적절하게 설명하는 표현은 무엇일까? ‘혼란스럽다’는 말 정도로 가능할지 모르겠다. [The Life of Pablo]는 그 안에 담긴 음악을 넘어, 앨범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 심지어 세상에 나온 이후에 이르기까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2013년 말 앨범 작업이 시작될 무렵, 앨범 제목은 [So Help Me God]이었다. 작년 봄에는 [SWISH]가 되었다. 그러다 올해 초에는 [WAVES]가 되었다. [The Life of Pablo]가 된 것은 2월이다. 그 사이 트랙리스트는 10곡과 17곡 사이를 오갔고, 제목과 그 순서가 바뀐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2월 14일 [SNL] 무대에서 신곡 무대를 공연하며 앨범 발매를 시작한… 줄 알았다.

[The Life of Pablo]는 카니예 웨스트의 홈페이지와 제이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에서 1주일간 독점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카니예 웨스트는 수록곡 ‘Wolves’를 수정하고 있으며, 현재 앨범은 최종 버전이 아니라고 밝힌다. 한편으로는 음원 판매를 중단하고 타이달에서 스트리밍만 제공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애플뮤직이나 스포티파이 같은 다른 음악 서비스에서는 앞으로도 앨범을 영원히 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디럭스판을 포함한 음반이 발매될 예정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솔직히, 지금 타이달에서 듣고 있는 18곡의 [The Life of Pablo]가 카니예 웨스트가 만든 그 앨범인지 확신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에 비하면 파블로가 누군지는 궁금하지도 않다. 그에게 트윗으로 물어봐도 될까? 답을 듣지 못하는 것보다, 무슨 욕을 할지 두려워서 묻지 않기로 했다.

지금도 타이달 독점은 충실히 지켜지는 중이다. 덕분에 한국에서는 공식적으로 [The Life of Pablo]를 들을 수 없다. 미국에서는 타이달이 순간적으로 앱스토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혹은 앨범 발표 직후 50만 명이 불법 다운로드 했다는 뉴스처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카니예 웨스트도 대가를 치렀다. 불법 다운로드로 천만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는 계산이 나오는가 하면, 빌보드 차트 음원 통계에 타이달이 반영되지 않아, 발매 이후 차트에서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당황스럽게도 이 정신없는 카니예 웨스트의 행보는, 오히려 [The Life of Pablo]의 음악을 가장 잘 설명하는 방법이다. [The Life of Pablo]는, 간단히 표현하면 거대한 콜라주처럼 보인다. 매번 콘셉트 앨범에 가깝게 주제와 사운드를 집중하던 카니예 웨스트의 앨범들과 달리, 이 앨범은 익히 알려진 그의 음악들이 가진 요소들을 모두 모아 뭉쳐놓은 듯하다. 고전 소울을 재치 있게 샘플링하는 것부터 힙합 혹은 랩 비트에 얽매이지 않고 록, 포크, 일렉트로닉을 오가는 폭넓은 사운드까지 모두 카니예 웨스트가 맞다. 그러니 누군가는 새롭지 않다고 하고, 누군가는 살아있다고 말한다. 모두 옳다. 다만 그는 [The Life of Pablo]에서 완결된 노래나 앨범의 형태를 굳이 원하지 않는다. 랩과 멜로디, 샘플과 샘플 사이를 거칠게 이어 붙이고 어린 아이의 목소리부터 전화벨 소리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시도한다.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기술적 완벽성을 추구하는 고전 프로그레시브에 가까웠다면, [The Life of Pablo]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그 결과의 여러 가지 가능한 단편 중 하나를 담아낸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하면, [The Life of Pablo]는 최종 버전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은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당장 앨범의 노래 순서를 바꾼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 노래를 다시 만든다면 어떤가? 심지어 새로운 노래를 녹음하여 19번째 트랙으로 추가한다면? 이 앨범은 여전히 [The Life of Pablo]이고 그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시도 중 무엇이든 카니예 웨스트의 의도가 아닌 것이 없으며, 모두 그가 어떤 아티스트인지 밝히기에 충분하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만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앨범은, 단지 정보기술의 발달과 음악 유통과정에서 음악가의 권리 신장이 이룩한 괴상한 불편함 이상이다. 사람들은 카니예 웨스트가 지금도 수정하고, 곡을 추가하며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앨범을 듣고 있다. 처음에는 게임이, 그다음에는 책이 그랬던 것처럼, 음악도 확장팩이나 재판을 거치지 않고 언제나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패치와 업데이트가 가능한 장르가 되었다. 카니예 웨스트는 계획한 적이 없겠지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하는 중이다. 앨범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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