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수요미식회]에게 필요한 것

2016.02.18
‘먹방’과 ‘쿡방’의 유례없는 홍수 속에서 음식을 주제로 삼았지만, tvN [수요미식회]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협찬이나 취재 지원 없이 패널들이 스스로 음식값을 계산하는 모습과 요리의 역사적 배경과 맥락까지 잡아주는 모습에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수요미식회]에 소개되었다는 간판을 세우는 가게들이 늘어난 것만으로도 방송의 인기를 짐작케한다. 특히 ‘먹방’이 아닌 미식을 테마로 매회 여러 명의 게스트가 등장해서 분위기가 산만해질 법한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는 것이 MC가 아닌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인 것은 다른 프로그램들과의 차별점이다. [수요미식회] 1주년 기념 방송에서 자신을 스스로 ‘다큐용’이었다고 소개했지만, [수요미식회]가 다른 ‘먹방’과 비교할 수 없는 전문성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황교익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매회 주제가 되는 음식에 대한 다양한 맥락을 풀어내지 않았다면 [수요미식회]의 차별성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요즘 [수요미식회]는 황교익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얼마 전 방영한 호주 편에서 황교익은 “일본 사람들은 고기 맛 몰라요”라며 일본의 고기 먹은 역사가 짧다는 것을 지적해 논란이 됐다. 호주 사람들이 일본 와규를 길러서 즐겨 먹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일본 사람들이 고기 맛을 모른다”고 하는 장면이었으니 시청자들이 의아해할 법 하다. 일본은 고기를 먹은 역사는 짧아도 호주에서 소고기를 제일 많이 수입할 만큼 고기를 즐겨 먹는다. 옛날에는 일본의 고기 먹는 문화에 한국 요리가 큰 영향을 끼쳤지만, 최근에는 규카츠나 돌 위에 구워 먹는 햄버거처럼 일본에서 시작된 고기 요리가 한국으로 역수입되고 있으니 일본 사람들이 고기맛을 모른다는 단정은 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호주 편을 제외하더라도 황교익이 [수요미식회]에서 말했던 내용 중 사실과 다르거나 일반적인 견해를 벗어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라면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의 매운맛의 유행을 1986년에 나온 신라면에서 찾는 모습도 그렇다. 신라면의 인기비결을 1980년대 중반 매운맛 유행으로 꼽는데, 1970년대에 김치와 고춧가루 범벅인 한국 음식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도 먹을 음식이 없다는 칼럼이 진지하게 실릴 만큼 우리나라의 매운 음식 문화가 그렇게 짧을 리 없다. 라면의 대중화도 삼양이 1970년에 얼큰한 맛을 내세운 쇠고기면을 내놓으면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국의 매운맛 유행이 신라면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또한 스테이크 등을 주제로 다루면서 한국인이 마블링이 풍부한 쇠고기를 찾게 된 것이 1990년대부터라는 설명을 하기도 했는데, 1930년대 신문에도 차돌박이라는 단어가 실렸고 1976년에 호주에서 최초로 수입한 수입 쇠고기의 특징으로 풍부한 마블링을 꼽을 만큼 한국인의 마블링 선호 역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92년 소고기 등급제를 시행하면서 마블링이 쇠고기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갑자기 1990년대부터 쇠고기의 마블링을 찾기 시작했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라면이나 마블링의 경우에는 인식을 바꾸는 데 큰 영향을 준 사건을 꼽은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여기에 충분한 보충 설명이 붙을 수 있었다면 논란이 될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수요미식회]의 형식과도 맞물리는 문제다. [수요미식회]는 출연자 대부분이 주제에 대한 맛이나 조리법을 이야기하고, 황교익이 거기에 역사적 맥락에 관해 설명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그만큼 황교익의 발언에는 권위가 실리고, 그의 발언들이 시청자에게 명쾌하게 다가설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논의의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체크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수요미식회]에서 국수를 다룰 때 황교익은 조선에는 멸치나 해산물을 말려서 국물을 내는 조리법이 없어 일제강점기 일본을 통해 멸치 어업과 멸치 육수 조리법이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국에서 멸치가 대중화가 된 것은 동력선이 보급된 일제강점기 이후다. 그러나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멸치를 말리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비슷한 시기에 김려가 쓴 [우해이어보]에도 비슷한 언급이 되는 것을 보면 조선 시대에도 멸치를 말려 국을 끓여 먹은 기록이 있다. 그가 멸치가 대중에게 미친 영향이라는 점에서 말한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맥락이지만, 그렇더라도 더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줬더라면 시청자에게 보다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황교익이 이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수요미식회]가 황교익의 전문성을 부각시키는 방식은 그는 물론 프로그램의 권위를 높이기 좋은 방식이지만, 그만큼 놓치는 부분도 생길 수밖에 없다. 정보의 정확성이나 자료의 풍부함이라는 측면에서는 이를 보충해줄 만한 출연자가 한 명 더 있어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 국내에서 여전히 보기 드문 미식 프로그램인 만큼 그 위상에 걸맞은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승택
까날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먹으러 가자’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일본에 먹으러 가자], [오사카에 먹으러 가자], [홋카이도에 먹으러 가자]라는 책을 쓰고 또 먹으러 가는 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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