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한나에게만 허락된 것

2016.02.04
지난 1월 28일, 리한나의 8번째 앨범 [Anti]가 공개되었다. 단순히 사실을 말할 뿐이지만, 리한나의 역사를 생각하면 남다른 울림이 느껴지는 말이다. 그는 2005년 [Music of the Sun]으로 데뷔한 이후로 2012년의 [Unapologetic]까지 쉬지 않고 7장의 정규앨범을 냈다. 그 결과는 5천 4백 장의 앨범 판매, 2억 곡이 넘는 디지털 판매실적, 8개의 그래미와 그 밖의 셀 수 없는 수상기록이다. 13곡의 넘버원 히트곡은 마이클 잭슨과 동률이고, 역사상 최초로 미국레코드협회(RIAA)의 플래티넘과 골드 인증을 모두 합쳐 1억 장을 돌파한 아티스트다. 이 분야에서 2000년대 이후에 비교할 수 있는 아티스트는, 없다. 차트의 여왕 리한나에게 일종의 전환점이 된 ‘Umbrella’가 거의 10년이 됐다고 하면 기분이 묘할 정도다. 그리고 리한나는 지금 27살이다.

[Anti]는 3년이 넘는 공백 이후의 앨범이다. 2014년 제이지의 ‘Roc Nation’와 계약하면서 본격화된 작업은 카니예 웨스트, 시아, 그라임스, 카이저, 캘빈 해리스, 드레이크 등이 자신이 앨범에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못하게 된 이야기를 밝히면서 서서히 윤곽을 드러냈다. 그 해가 끝날 무렵 ‘곧 나온다’는 발표와 2015년 벽두를 달군 ‘FourFiveSeconds’ 이후 금방이라도 공개될 것 같던 앨범은 ‘Bitch Better Have My Money’, ‘American Oxygen’ 같은 싱글이 호평과 논란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연기 아닌 연기를 겪었다. 앨범 타이틀과 커버는 이미 작년 10월에 공개되었고, 가끔 공개 혹은 유출된 앨범의 조각들을 지금 돌이켜보면, 앨범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전, 드디어 [Anti]는 아주 소수의 스타에게만 허락된 방식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Anti]는 리한나의 레이블 ‘Westbury Road’를 통하여 발매되었다. 레이블을 가진 아티스트는 많다. 하지만 리한나는 자신의 모든 과거 카탈로그와 앞으로 발매될 모든 음악의 전적인 권한을 소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이지가 자신은 10~15년 걸렸던 일을 리한나가 10년 만에 해냈다고 감탄한 것은 농담이 아니다. 사실 여성 아티스트로서는 거의 유일한 사례다. 한편, 리한나는 삼성과 2천5백만 불짜리 홍보 계약을 맺었다. 삼성은 [Anti]의 발매와 투어를 후원하기로 하고, 공동 마케팅을 펼쳤다. [Anti]는 제이지의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에서 1주일간 독점 공개되었는데, 그 순간 삼성은 1백만 명에게 공짜 다운로드를 제공했다. 제이지의 ‘Holy Grail’을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제공했던 것과 같다. 두 앨범은 당연히 발매되기 무섭게 백만 장 판매, 즉,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타이달’ 독점 공개 하루 전에 실수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 모든 떠들썩한 이벤트에서 양념처럼 보인다.

가장 성공적인 팝 스타가 돈과 문화적 권력을 자기 음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데 사용하고, 그것을 통해 앨범 판매와 투어 수익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리한나는 이렇게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차트 지향’이라는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뒤집었다. 대신 그는 자신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Anti]의 절반 이상은 카니예 웨스트와 위켄드 사이를 요동친다. 요컨대 흑인음악의 범주를 확장하면서, 스타일리쉬한 급진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선택처럼 보인다. 이에 대한 평가는 ‘Needed Me’를 앨범의 하이라이트가 아니면 가장 시시한 지점으로 보게 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어느 편이든, 앨범의 분위기가 전환될 무렵 리한나는 ‘Same Ol’ Mistake’라는 멋진 답을 준비했다. 이 곡은 테임 임팔라의 사운드를 그대로 두고, 그냥 부르기만 했다. 테임 임팔라는 몽롱함과 순수한 팝이라는 싸이키델릭의 양면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아티스트이고, [Anti]의 여백 많은 사운드가 유래한 역사에 대한 힌트에 가깝다. 한 마디로, 이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거니까 따지지 말라는 거죠? 알겠습니다.

하지만 [Anti]가 더욱 흥미로운 것은 나머지 앨범의 절반, 라디오 주파수를 바꾼 듯 담백한 후반부의 소울 넘버들에 있다. 이 곡들은 때때로 약점처럼 여겨지던 그의 목소리가 가진 장점을 말하게 한다. 그는 극단적으로 다른 성향의 곡들을 한 앨범 안에 담으면서 이전처럼 한 곡으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닌 앨범 전체의 맥락을 들을 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단 한 번도 앨범 중심의 아티스트가 아니었던 리한나가 과거와 단절하는 방식은 대중성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 것이다. 리한나는 [Anti]를 만들기 위해, 기행을 일삼거나 갑자기 새로운 친구를 사귀지 않았다. 대신 자신과 익숙한 작곡가, 프로듀서들과 [Anti]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앨범은 그에게 명예와 권리는 물론, 스스로 상징하던 것에 도전하는 기회를 주었다. 다시 한 번, 이런 앨범은 아주 소수의 스타에게만 허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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