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SM은 종교가 될까?

2016.02.03

하늘과 사막만이 있는 곳에 흰옷을 입은 아이가 검은 옷의 여자를 만난다. 아이는 여자에게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크레파스를 받아 그림을 그리고, 뱀을 만난다. 이야기 어디에도 국적에 대한 힌트는 없고, 캐릭터와 관련된 소품은 기본적인 색깔로만 이뤄졌다. 마치 어느 종교의 신화처럼 단순하고 상징적인 것들로만 채워진 이야기. 지난 27일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총괄 프로듀서 이수만이 데뷔를 발표한 신인 보이 그룹 NCT(Neo Culture Technology)의 탄생을 알리는 ‘The Origin’의 내용이다. 그리고 이것은 SM의 새로운 ‘기원’처럼 보이기도 한다.

EXO 멤버 루한의 탈퇴 당시 [아이즈]에서 언급한 것처럼, SM은 점점 더 많은 멤버의 팀을 구성해 탈퇴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나갔다. 멤버가 5명이던 H.O.T.와 달리 9명의 소녀시대, 10명이 넘는 슈퍼주니어와 EXO는 멤버 탈퇴에도 치명적인 타격은 입지 않았다. 동방신기와 f(x)가 5명에서 2명과 4명이 된 뒤에도 컴백에 성공한 것처럼, 리스크 관리 능력도 좋아졌다. 그리고 이수만 프로듀서는 NCT가 “새로운 멤버의 영입이 자유롭고 제한 없는 새로운 개념의 그룹”으로 “전 세계 도시를 베이스로 한 각각의 팀이 순차적으로 데뷔”할 것이라고 말했다. 멤버가 탈퇴해도 새로운 멤버의 영입이 어렵지 않고, 같은 곡과 퍼포먼스를 다른 나라의 다른 멤버들이 똑같이 소화한다. 그래서 ‘The Origin’과 ‘Synchronization of your dreams’는 한 팀의 시작을 알리는 티저 영상이 아니라, 각국의 NCT가 공유하는 ‘탄생 설화’다. 누가 멤버가 되든, 그들은 SM이 만든 스토리이자 콘셉트의 일부다.

일본의 걸 그룹 AKB48 역시 NCT처럼 하나의 팀명 아래 지역마다 다른 멤버들이 활동한다. 그러나 SM은 ‘The Origin’과 ‘Synchronization of your dreams’를 통해 NCT 스토리의 캐릭터와 현실에서의 멤버를 분리했다. 이것은 AKB48보다 오히려 마블 스튜디오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연상시킨다. 배우가 누구든,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계속될 수 있다. SM 역시 이제 NCT의 스토리를 어느 나라의 누구에게든 연기시킬 수 있다. 동시에 이것은 새로운 종교 조직의 탄생처럼 보인다.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노래, 하나의 퍼포먼스를 나라마다 다른 멤버와 언어로 판다. ‘The Origin’이 SM의 새로운 경전이라면, NCT는 국가마다 그것을 퍼뜨리는 지부일 것이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NCT와 함께 발표한 사업 계획에 따르면, 팬들은 SM의 독자적인 SNS(‘Vyrl’)와 인터넷 개인 방송(MCN)을 통해 SM 소속 연예인들의 근황을 알 수 있다. 또한 좋아하는 아이돌을 통해 접하게 된 SM 스타일의 신곡을 매주 들을 수 있고(‘Station’), SM의 노래들을 모바일로 부르는 것(‘Everysing’)은 물론 뮤직비디오를 임의로 편집(‘Everyshot’)하며 자신을 그 영상에 출연시킬 수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직접 만나지는 못해도 다른 방식으로 체험하고, 노래를 부르며, 가상으로나마 함께하는 상상도 실현할 수 있다. 종교가 교리를 노래와 설교와 조각상으로 전파하듯, SM은 팬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모든 것을 보다 쉽게 접하도록 하면서 보다 강렬한 체험을 유도한다. 언어와 메시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EDM은 레이블(‘ScreaM Records’)과 페스티벌 등을 기반으로 SM의 기획을 전파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Rookies Entertainment’)을 통해 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SM의 연습생을 프로듀싱하도록 유도한다. 지지하는 멤버가 인기를 얻으면 NCT의 멤버가 될 수도 있다. 팬(신도)의 성원으로 연습생(하부조직)이 NCT(상부조직)의 일원이 돼 SM의 스토리(경전)를 연기할 인물이 되는 과정. SM은 그들의 세계 안에서 팬이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게 하려 노력한다. 그사이 팀의 정체성은 누가 멤버가 되느냐가 아니라 SM의 스토리와 콘셉트에서 비롯된다. SM은 콘텐츠와 수익모델을 결합해 그들이 아이돌의 창조주임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방식을 시도한다.

당연히, SM이 진짜 종교가 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SM이 NCT의 방식으로 지금처럼 팬들의 열광을 이끌어낼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다만 H.O.T.를 통해 10대 소녀의 열광을 끌어냈을 때부터 SM은 늘 폭넓은 대중의 지지 대신 팬덤의 열광을 선택했다. 이것은 SM이 음악 시장의 변화와 상관없이 그들만의 시장을 만들어가는 방법이었고, EXO는 그 시장에 맞춰 팀을 기획했다. 그리고 NCT에 이르러서는 전 세계에서 SM만의 시장을 만들어나갈 방법을 찾는다. 전 세계에서 SM의 아이돌에 열광할 팬을 찾고, 그들에게 멤버 개개인이 아닌 SM의 기획 그 자체를 좋아하게 만들 방법. 그리하여 새로운 시장을 찾고, 조직의 리스크를 줄이며, 회사를 영속하게 만들 방법은 결국 ‘The Origin’처럼 제작하는 팀에게 신화를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 결과 팬에게 흡사 종교를 체험하는 것 같은 환경을 제시한다. 지극히 시장 논리를 반영한 듯한 선택이, 아이러니하게 가장 그 반대편에 있을 것 같은 세계와 비슷해진다는 결론. 대중문화는 그렇게 자본과 결합해 21세기의 종교와도 같은 존재가 된다. 그래서 이수만 프로듀서가 과거 SM을 ‘국가’로, 팬을 ‘국민’이라 선언했던 것은 이제 더는 하나의 이벤트로만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정말로, 이수만 프로듀서는 서울에 있는 SM 본사를 전 세계 모든 SM 팬들의 성지로 만들고 싶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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