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해피투게더]를 어쩌면 좋지?

2016.01.27
최근의 KBS [해피투게더 3]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들의 조각 모음 같다. 지난 한 달 동안 MBC [일밤]의 ‘복면가왕’으로 화제가 된 이천수, ‘복면가왕’의 가면 디자이너이자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황재근, Mnet [언프리티 랩스타 2]로 떠오른 예지,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문세윤과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요다’ 출연 이후 컴백 앨범까지 발표한 터보까지,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화제를 모은 인물들이 계속 출연한다. MC 조세호의 집에 방문했던 크리스마스 특집에서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거론하며 그의 냉장고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이른바 ‘대세’를 재빠르게 출연시키는 것은 토크쇼가 늘 하는 일이다. 다만 [해피투게더 3]는 ‘대세’를 데려올 뿐 ‘대세’를 만들어내지 못한 지 오래됐다. MBC [라디오스타]는 최근에도 걸 그룹 피에스타의 차오루를 화제의 인물로 만든 반면, [해피투게더 3]는 방송 뒤 게스트의 인지도가 갑자기 상승하거나 하는 일은 드물다.

애초에 새로 합류한 전현무와 김풍부터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대세’가 됐다. 그러나 [해피투게더 3]는 그들에게 마땅한 역할을 주지 못한다. 개편 직후 [해피투게더 3]가 MC와 게스트를 1:1이나 2:1로 나눠 진행했을 때는 김풍이 유재석이나 전현무처럼 토크를 이끌어내기 어려웠고, 다시 집단 토크쇼가 됐을 때는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한다. 조세호가 토크의 공백을 틈타 질문을 하려 하면 이내 그의 선배들이 질문을 주도하려는 거냐며 놀린다. 웃음을 위한 장치겠지만, 그만큼 김풍과 조세호가 토크를 할 틈이 많지 않은 것도 분명하다. [라디오스타]가 경력이 제일 적은 규현도 김구라를 공격할 수 있는 방송이라면, [해피투게더 3]는 여전히 유재석이 진행하고 박명수가 해프닝을 일으킨다. 과거 유재석-박명수 중심에 박미선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던 흐름과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다만 지금은 전현무가 박미선의 역할을 대신할 뿐이다. 지금의 [해피투게더 3]는 형식은 물론 세트까지 [라디오스타] 같은 집단 토크쇼를 연상시키지만, 사실상 유재석의 개인 토크쇼다. 유재석이 게스트들 각각과 여러 번의 1:1 토크를 진행하고, 다른 MC들은 여기에 몇 마디 보탠다.

실제 목욕탕 탈의실에서 촬영하던 시절에는 동방신기처럼 당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아이돌이 코믹한 분장을 하기도 했다. 토크쇼에 출연하지 않는 스타들이 목욕 가운을 입고 토크를 할 때, 유재석의 조율에 따라 게스트가 각자 부각받을 시간을 얻고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나 재미있는 개인기를 보여주는 형식은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이후 신설한 ‘야간매점’을 통해 게스트가 자신의 요리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 역시 같은 매력이 있었다.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나 SBS [힐링캠프]에 이미 출연한 사람들, 또는 두 프로그램에 아직 출연할 수는 없어도 시청자의 호기심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 과거의 [해피투게더]는 그들에게 고루 시간을 나눠 주며 활약할 기회를 줬고, 모든 게스트를 챙기는 데 능한 유재석은 이것을 가장 잘할 수 있는 MC였다. [해피투게더]가 오랫동안 목요일 밤에 편하게 볼 수 있는 토크쇼였던 것은 무난해서가 아니라, 당시 시청자들이 무난하게 웃을 수 있는 딱 그만큼의 트렌드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야간매점’은 목욕탕 탈의실 토크쇼의 힘이 점점 떨어질 때 등장해 게스트가 들고나온 음식 메뉴들로 SNS를 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은 ‘무릎팍도사’는 사라진 지 오래고, [힐링캠프]도 폐지설이 돌고 있다. 대중이 인터뷰를 궁금해할 법한 스타들은 JTBC [뉴스룸]의 인터뷰 코너에서 짧고 굵게 제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에릭 남은 TV 바깥에서 해외 스타를 인터뷰하며 호응을 얻는다. 그 사이에서 [라디오스타]는 매회 독특한 주제로 아직 발굴되지 않은 게스트를 부각시키고, [해피투게더 3]와 동 시간대에 방영되는 SBS [자기야-백년손님]은 연예인의 결혼생활을 집중적으로 다뤄 중년 이상 시청자층에게 어필한다. 그러나 [해피투게더 3]는 바깥의 ‘대세’들을 데려와 기존의 방식에 끼워 맞추려 한다. 문제 있는 발언들을 하기는 했지만 JTBC [히든싱어]처럼 많은 출연자가 등장하는 쇼를 이끌어가던 전현무가 [해피투게더]에서는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몇 개의 질문만을 하게 되는 이유다. 지난주 [라디오스타]의 시청률은 8.3%(닐슨 코리아 기준), [자기야]는 8.8%, [해피투게더 3]는 4.3%였다.

[해피투게더]는 집단 토크쇼와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지배하던 2000년대의 ‘대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 [해피투게더 3]의 제작진은 그때 왜 이 프로그램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지탱할 수 있었는지 검토하지 않은 듯하다. 끊임없이 바깥의 대세를 데려와 옛 방식으로 소화하는 지금의 [해피투게더 3]는 마치 스마트폰 없이 PC로만 인터넷을 접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유행의 흐름을 타려고 하지만 SNS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고,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른 대상에만 뒤늦게 관심을 보인다. 과거라면 어떤 시청자들에게는 그것도 나름의 의미는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4% 내외의 시청자들에게는 무난하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폭은 지난 몇 년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과거의 ‘대세’가 오늘은 ‘올드스쿨’이 되고, 유행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더 이상 유행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들이 생겨난다. ‘2000년대’와 ‘2010년대’를 구분할 순간이 왔건만, 그렇다고 새로운 대안이 확실하게 보이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새로운 시작점일까, 토크쇼라는 종의 빙하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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