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갑이다│① 쯔위 사태가 보여주는 중국 한류의 징후

2016.01.26

지난 15일, JYP 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속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의 사과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며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이 중국에 대한 대만의 독립을 지지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쯔위는 중국과 대만은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시간을 4개월 전으로 돌려보자. 중국 상하이동방위성TV [여신의 패션 시즌2]에 출연 중이던 배우 윤은혜는 자신이 방송에서 선보여 1위를 한 의상에 대한 표절 의혹에 대해 침묵하다가 국내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자신의 웨이보에 “한 번 1등 했을 뿐인데 마치 늘 1등 한 것처럼 얘기한다”는 말로 본질을 흐렸다. 한쪽은 요구하지도 않은 사과를 했고, 한쪽은 요구하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이 데칼코마니에서 그들의 눈은 애초에 한국의 여론이 아닌 중국 시장 내 소비자들의 여론을 향했다.

2008년 중국 현지 법인인 JYP 차이나를 설립하고 2011년 차이나 모바일 시상식에서 원더걸스가 최고 판매 그룹상을 타는 성과 등을 거둬온 JYP가 유독 다른 사업자보다 중국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JYP만큼의 중국 내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사업자들에게도 중국은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 필수적으로 공략해야 할 시장이다. 보이그룹을 보유한 기획사 관계자 A씨는 “현재 수익의 비율은 한국 80, 일본 15, 기타 5에 중국 수익은 거의 없지만 앞으로 기대하는 비율은 한국 50, 중국 30, 일본 10, 기타 10”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국 시장에 대한 미래 가치는 높게 평가된다. 아이돌 산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문화 콘텐츠 산업 부문에서 2004년부터 10년간 연평균 20% 이상의 고성장을 유지”했으며 “2013년의 문화 콘텐츠 산업이 창출해낸 부가가치는 2004년에 비해 7배 이상 증가한 수치인 2조 1,000억 위안”에 달한다. 내부 시장이 포화에 이른 지 오래인 한국 콘텐츠 산업의 중요 활로 중 하나가 아시아-태평양 권역 최대의 문화 소비국인 일본에서의 한류였다면, 앞으로 해당 권역에서 일본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은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한 지상파 관계자 B씨는 “지상파는 가장 대응이 느린 조직인데, 이런 곳에서 해당 파트를 만들었다는 건 시장의 요구가 턱밑까지 차오른 상황”이라고 말한다.

물론 한국 사업자들이 중국 시장에 원하는 건 단순한 생존 이상이다. 또 다른 보이그룹 기획사 대표 C씨는 “EXO 같은 팀의 성공은 사실 중국 전체 신에서 보면 작은 수준이지만, 국내 기준으로 보면 큰 성공이다. 중국 본토 가수가 시장에서 1, 2위를 할 때 우리나라 가수가 3, 4위만 해도 먹고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 따르면 2010년만 해도 6억 1,900만 달러 규모로 한국보다 음악 시장 규모가 작았던 중국은 2014년 기준으로 7억 9,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한국을 앞질렀고, 2019년에는 10억 1,5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방송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경우 프로그램 러닝타임의 10%까지만 광고를 편성(완판 기준)할 수 있지만, 중국에선 20%까지 가능하다. 간접광고에 대한 규제도 거의 없는 편이다. 한중 공동제작을 통한 수익 셰어가 가능하다면 대박의 꿈은 더 커진다. 가령 SBS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에서 총 조회수 40억 이상을 기록하며 플랫폼인 아이치이는 300억 원의 광고 수익을 올렸지만 계약 초창기라 정작 드라마 전송권은 회당 2,500만 원에 팔렸다. 만약 수익셰어라면 광고 수익의 10%만 나누어도 30억 원이다. 실제로 SBS는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을 중국판으로 공동제작 하면서 정규 광고나 타이틀 스폰서 수익 일부를 받아 300억 원대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현재 중국 시장은 황금이 굴러다니는 엘도라도라기보다는, 노다지를 꿈꾸며 달려들지만 실패 확률도 높은 골드러시 시대의 미국 서부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한중 FTA 조약은 한국 콘텐츠 사업자에게 불리하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개방하되 중국 기업과 합작 및 합자의 형태로만 가능하며, 합작 시 경영 판단의 주체는 중국이다. 그에 반해 한국을 비롯한 해외 드라마는 프라임타임에 편성할 수 없고, 동시 방영도 안 되며, 위성TV 당 해외 포맷 수입은 연간 1회밖에 안 되는 등 중국 내 규제는 매우 심하다. B씨는 “여전히 해외 콘텐츠 중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원톱이지만, [별에서 온 그대]로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겪고 있다”고 진단하며, 글로벌마켓 개척에 주력하는 CJ E&M 측 역시 “한국 콘텐츠의 주요 판매 및 방영처인 중국 온라인동영상 플랫폼에서는 실시간으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기 어려워진 반면 불법 동영상은 여전하므로 이러한 상황이 한국 드라마의 판매량이나 단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음악 산업에서도 SM 엔터테인먼트의 EXO는 중국인 유닛의 현지 활동으로 유의미한 성공을 이끌어냈지만, 더 높은 수익을 찾아 개인 활동을 선택하는 중국인 멤버들의 탈퇴를 막을 수는 없었다. 물론 어느 시장이든 하이 리턴은 하이 리스크를 동반한다. 문제는 그 리스크를 국내 소비자들이 함께 떠안을 가능성이다. 한국 여론의 비난을 받았던 쯔위 사태는 그런 면에서 징후적인 현상처럼 보인다.

앞서 공동제작을 통한 대박의 단꿈에 대해 말했지만, FTA 조약상 경영 판단을 중국 측에서 하기 때문에 자칫 대부분의 수익이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 아직은 현대극에서의 세련된 미술,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연출 노하우, 스토리텔링이 담긴 아이돌 기획 등 한국이 명백한 비교 우위에 있는 영역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동등한 계약이 가능하지만 중국의 해당 분야는 빠르게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 tvN [꽃보다 할배]의 중국판 제작 자문을 해줬던 나영석 PD는 “경험으로 이뤄진 제작 노하우까지 따라잡긴 어려울 것”이라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처음 포맷을 팔 때만 해도 리얼 버라이어티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는데 지금은 많이 따라잡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 역시 중국과 한국의 콘텐츠 제작 능력의 차이가 없어졌을 때, 한국에 유입된 중국 자본이 끊기면서 한국 시장이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것은 과도한 걱정일까. 하지만 한중 FTA는 한류의 역류를 막을 방파제를 제거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한 걸그룹 멤버가 중국어로 사죄하고, 굴지의 통신사가 해당 멤버를 모델로 한 광고를 내리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분명 우리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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