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쯔위,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식스틴’

2016.01.18
JYP 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프로듀서 박진영은 소속 걸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에게 “부모님을 대신”하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그가 올린 사과문에 따르면 그렇다. 대만 출신 쯔위가 지난해 11월 22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이 중국에서 ‘양안(중국과 대만)은 하나’라는 입장을 반대하는 것이냐는 논란이 일어나자, 그는 “쯔위의 부모님을 대신해 잘 가르치지 못한 저와 저희 회사의 잘못도 크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대만 국기는 [마리텔]의 제작진이 준비한 것이다. 당시 JYP의 누구도 이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박진영 또는 JYP의 잘못은 “잘 가르치지 못한” 것이 아니다. 이 사태의 책임은 온전히 제작진과 JYP의 몫이다.

지난 14일 JYP는 “쯔위는 16세 미성년자로서 정치적인 관점이 생기기엔 (나이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JYP는 단 하루 만에 “16세 미성년자”에게 “해협양안(중국과 대만)이 하나”인데 “회사, 양안 네티즌에 대해 상처”를 줬다며 사과 영상을 찍도록 했다. 그 사이 쯔위가 출연한 스마트폰 CF는 취소됐고, JYP의 가수들은 중국 행사가 취소됐다. 한국 외교부조차 “국가 간 외교 문제로 번질 것을 우려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JYP에게는 엄청난 압박이 됐을 법한 일이다. 쯔위가 직접 사과하는 것만이 사태를 진정시킬 방법이었을 수도 있다. 쯔위의 사과 동영상이 공개된 뒤, 중국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쯔위에게 “악플러들은 무시하고 용감하게 중국의 빛이 돼라”며 모든 것을 일단락하려는 의도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한다고 해서 회사가 “16세 미성년자”에게 회사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을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소속 가수에게 “부모님을 대신”하는 입장이라 말했다. 그러나 자식 같은 가수가 잘못하지 않은 일까지 사과하며 회사의 위기를 막는 동안, “부모 대신”이라던 회사는 “저와 저희 회사의 잘못도” 있다며 “16세 미성년자”와 책임을 나눴다.

쯔위가 데뷔 전 출연했던 서바이벌 오디션 Mnet [식스틴]에서, 심사위원이자 프로듀서인 박진영은 그들의 학부형이나 스승 같은 위치를 자처했다. 자신과 출연자들의 정서적인 관계를 강조하고, 그들에게 정신적인 채찍질을 가하는 것은 성장을 위한 충고가 됐다. 그러나 16세 소녀가 초췌한 얼굴로 잘못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사과해야 했을 때, 그는 아무것도 못했다. 쯔위가 영상으로 사과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 그는 사과문을 통해 사태의 원인이 민감한 문제에 무감각했던 회사의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모든 책임은 자신과 회사에 있다며 쯔위에 대해 최소한의 옹호라도 할 수 있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저와 회사의 잘못도 크다고 생각”한다는 문장을 집어넣지 않을 수라도 있었다. 하다 못해 쯔위에 대해 말을 아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부모”는 물론이고, 회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려는 경영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중국은 폭력이나 다름없는 압박으로 16세 소녀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문제에 대해 사과하도록 했다. 총통 선거 중이던 대만은 정치인들의 입장에 따라 쯔위를 정략적으로 이용했다. 더럽고 악랄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짓들이었다. 쯔위와 관련된 모든 사태의 원인과 가장 큰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 JYP도 피해를 입은 입장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JYP의 대처는 중국과 대만의 정치적 문제를 한국의 사회적 문제로도 확장시켰다. 회사는 소속 가수의 “부모”를 자처하면서도 그가 직접 사태를 해결하는 선택을 했다. 그 때문에 미성년자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대해 살아보지도 못한 곳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부모”라는 단어는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와 교육이 아닌 당사자에게 하지도 않은 잘못을 인정하도록 하는데 쓰였다. 덕분에 회사는, 더 나아가 K-POP은 계속 중국에서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대중은 폭력적인 힘 앞에 한 조직이 16세 소녀를 내미는 과정도 지켜보았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경험이 만들어낸 상처는, 아마도 꽤 많은 사람에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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