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Q] 쿠엔틴 타란티노의 [헤이트풀 8]은 다양성 영화일까?

2016.01.19
지난 7일 개봉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 8]은 CGV 아트하우스관에서 상영 중이다. 일반관에서도 상영은 하지만,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감독의 작품이 예술영화, 또는 ‘다양성 영화’로 불리는 영화들을 주로 상영하는 아트하우스관에 걸리는 것은 눈에 띄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최근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는 다양성 영화에 대한 기준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유명 감독과 배우가 참여하고 심지어 흥행까지 매우 잘 되는 작품이 다양성 영화로 분류되는 한편, 어떤 작품은 다양성 영화가 아니지만 아트하우스관처럼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위주의 상영관에 걸리기도 한다. 어느 순간부터 인디, 독립, 예술영화 등의 말을 대체한 다양성 영화는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다양성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논점들을 짚어보았다.

1. 다양성 영화란 무엇인가.
‘다양성 영화’라는 단어는 2000년대 초반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저예산 영화 등을 아우르는 상위 개념으로 등장했다. 제작사나 수입·배급사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다양성 영화 신청을 할 수 있는데,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어느 쪽에서라도 인정을 받는다면 다양성 영화가 될 수 있다. 다양성 영화로 인정되는 경우 영진위의 박스오피스에서도 다양성 영화로 따로 분류되어 순위를 매기고, 영진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는 영진위의 ‘독립영화 인정에 관한 심사운영 세칙’과 ‘예술영화 인정에 관한 심사운영 세칙’에 따라 영진위의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2. 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가 아니라 다양성 영화인가.
다양성 영화는 블록버스터 등 거대 상업영화에 대항해 다양한 장르와 소규모 영화를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책적인 개념으로, 독립영화는 여기에 속하는 영화의 한 분류다. 그러나 2009년에는 4기 영진위가 공공문서에서 ‘독립영화’를 ‘다양성 영화’로 대체하면서 ‘독립’이라는 단어를 빼내려 한다는 정치색 논란에 휘말렸고, 독립영화계 내에서 그들이 만들어온 고유한 영역의 이름을 빼앗길 수 없다는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현재는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저예산 영화 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다양성 영화가 안착했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도 제작조건과 환경의 차이가 있는 여러 영화들이 다양성 영화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묶일 수 있는지는 토론의 여지가 있다.

3. 다양성 영화로 여러 영화를 포괄하는 것에 문제는 없는가.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국내 영화와 수입 영화 등 각각 상황이 다른 영화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왔다. 2,5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비긴 어게인]과 웨스 앤더슨, 우디 앨런과 같은 해외 유명 감독의 영화들이 다양성 영화에 포함되면서 “(독립영화들이) 극장을 잡거나 회차를 안정적으로 확보받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국내 다양성영화 시장 분석])는 것이다. 마케팅 면에서도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저예산의 독립영화들이 묻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독립영화들은 상영관 바깥에서 대안적 방식을 찾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관객수 2만 명을 돌파해 ‘독립영화의 성공’이라고 이야기한 [나쁜 나라]는 공동체 상영이라는 방식으로 “적은 상영관 수를 대안적 상영방식으로 극복하고 있는 시민들의 활동”([노컷뉴스])을 성공의 요인으로 꼽았다.

4. 대체 왜 2,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든 [비긴 어게인]이 다양성 영화가 되나.
영진위의 ‘예술영화 인정 업무규정’에 따르면 예술영화의 기준은 “소재, 주제, 표현방법 등에 있어 기존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특색을 보이는 창의적, 실험적인 작품”과 “문화 간 지속적 교류, 생각의 자유로운 유통, 문화다양성의 확대에 기여하는 작품” 등이다. 그리고 ‘예술영화 인정에 관한 심사운영 세칙’은 “개봉한 주의 상영 규모가 하루라도 200개 관 이상 동시 개봉하고 840회 차 이상 상영하는 경우”에 심사를 제외하도록 한다. 2013년의 [비긴 어게인]의 경우, 185개 관에서 개봉되었기 때문에 2,500만 달러(253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데다 키이라 나이틀리, 애덤 리바인 등의 스타들이 출연했음에도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의 특성상 제작비 규모에 상관없이 다양성 영화로 분류될 수 있었다. 이처럼 관객의 인식과 괴리를 갖는 결과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다.

5. 현재 아트하우스관에서 상영 중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 8]도 다양성 영화인가.
지난 1월 7일 개봉한 [헤이트풀 8]은 CGV 단독상영으로 개봉 초반 155개 상영관이라는 적은 숫자로 시작했고, 일반관과 더불어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인 CGV 아트하우스관에서 상영 중이다. 개봉관의 숫자가 200개의 상한선을 넘지 않으므로 다양성 영화가 될 수 있었다. 현재 다양성 영화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까지 포함시킬 수 있는 개념인 것이다. 다만 [헤이트풀 8]의 홍보사 더홀릭컴퍼니 측은 “다양성 영화가 아닌 일반 영화로 분류했다”고 말한다. 또한 CGV 홍보팀 측은 “아트하우스에서 상영하는 작품이 꼭 배급사에서 다양성 영화로 신청한 영화만은 아니”라며, 아카데미나 선댄스 등의 검증을 갖춘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할리우드 스페셜 디비젼, 칸이나 베를린, 베니스 등 유럽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가들의 영화, 부산이나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한국의 독립 극영화 혹은 다큐멘터리, 그리고 제3세계 영화나 국내에서 영화 관객들에게 소개될 법한 예술적인 영화들을 모두 상영한다고 밝혔다. [헤이트풀 8] 역시 이와 비슷하게 ‘예술영화’로 분류되며 아트하우스관에서 상영됐다고 할 수 있다.

6. 그렇다면, ‘다양성 영화’는 정말로 상영관에서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도록 할 수 있는 걸까.
다양성 영화에서도 흥행작들이 나오면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을 이용하는 관객들의 고정 층이 형성되는 것은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에 있어 더 많은 기회를 의미할 수도 있다. 다만 2014년 다양성 영화 순위에서 상위 5개 중 3개는 관객수 342만 명을 기록한 [비긴 어게인], 각각 77만 명과 35만 명을 기록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그녀](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2014년)였다. 다양성 영화의 흥행은 이른바 ‘아트버스터’로 불리는 이런 영화들의 영향이 컸고, 여기에 최근 [헤이트풀 8]처럼 배급사에서 다양성 영화로 신청하지 않았지만 독립·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되는 경우도 더해진다. 다양성 영화의 전체적인 파이는 커졌을지 모르지만, 이것은 다양성 영화의 범주가 늘어난 결과일 뿐, 독립영화가 더 많은 관객에게 다가서기 쉬워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라는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조건의 독립영화와 수입영화가 한정된 상영 기회를 두고 경쟁한다면 가장 적은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 어느 쪽이 될지는 명백한 일이다. 다양성 영화라는 분류가 과연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에게 그 취지에 맞는 다양한 영화를 선보일 수 있는 제도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참고 자료
독립영화 정책연구 2012. 영화진흥위원회
국내 다양성영화 시장 분석.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 네 음절을 포기하지 마라 ([시사in Live], 2009.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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