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의 ‘형님’들이 못하고 [마리텔]의 ‘사람’들이 잘하는 것

2016.01.13
JTBC [아는 형님]은 종종 출연자인 강호동을 ‘옛날 사람’이라고 놀린다. 여전히 인기 MC지만 전성기만큼은 아닌 그의 현재를 놀리는 표현이다. 그러나 강호동 못지않게 [아는 형님] 역시 ‘옛날’을 연상시킨다. [아는 형님]은 “강호동과 서장훈이 싸우면 누가 이겨요?” 같은 시청자의 궁금증을 해소한다는 이유로 이수근의 상의를 벗겨 바깥에 내보내기도 하고, 출연자들 중 누가 어묵을 가장 많이 먹는지 경쟁시키기도 한다. MBC [무한도전]이 열차와 달리던 시절,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의 찬물 입수가 화제가 되던 시절을 연상시키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돌아왔다.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준다는 이유로 출연자들이 온갖 고생을 하는 모습은 어떻게든 시청자에게 어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야성’ 같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야성’을 끌어내는 방식은 남성들로 구성된 커뮤니티의 서열과 경쟁이다. 강호동과 서장훈을 중심으로 한 출연자들은 ‘형님’ 라인을 꼭짓점으로 중간에 있는 김영철과 이수근, 막내인 김희철과 민경훈처럼 나이에 따라 서열이 나뉘어 있고, 제작진은 이 서열을 바탕으로 출연자들을 경쟁시킨다. 강호동이 어묵 많이 먹기에서 민경훈에게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많이 먹기에 관한 한 언제나 최고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다. 서열은 나이에 따라 결정되지만, 출연자들의 활약에 따라 실질적인 서열은 역전되기도 한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전성기 시절 그 주인공들은 남자였고, 많은 쇼는 나이와 권력에 따라 서열을 정하거나 경쟁시켰다. 제목부터 ‘형님’을 등장시킨 [아는 형님]은 전성기 시절 리얼 버라이어티의 특징들을 그때보다 더욱 강하게 부각시킨다.

[무한도전]은 초기와는 아주 다른 쇼가 됐고, ‘1박 2일’도 과거와는 다른 형식의 에피소드들을 많이 보여주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초기를 생각나게 하는 [아는 형님]을 보며 그때의 ‘초심’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올드스쿨’을 보여주려면 그사이 변화한 것들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는 형님]에서 심박수 측정을 위해 등장한 막내 작가나 서장훈의 쌍꺼풀을 검증하는 몰래카메라에 동원된 여성 전문의 등 여자가 보조적인 위치에 머무르는 것은 프로그램의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4회에서 회식 후 노래방이라는 상황극을 펼칠 때, 강호동은 여사원으로 분장한 서장훈을 억지로 껴안았다. 현실에서 여자 직장인이 비슷한 상황에서 성희롱 피해자가 되는 일이 미디어에서도 종종 다뤄지는 상황이지만, [아는 형님]에서 이것은 서장훈이 모든 패널을 ‘진상’ 취급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과정으로 다뤄질 뿐이었다.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의 여성 혐오 발언을 기점으로 2015년 내내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에 대한 시각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음에도, [아는 형님]은 포맷뿐만 아니라 감수성도 10년 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9일 [아는 형님]의 시청률은 1.1%(닐슨코리아)였다. 이미 방영 한 달을 넘어서고 있는 시점에서 성공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수치다. 역시 강호동이 출연하고, [아는 형님]보다 2주 늦게 시작한 JTBC [마리와 나]는 지난주 2.0%를 기록했다. 남성 버라이어티이기 때문에 부진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2016년은 [아는 형님]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재미를 줄 수 있는 시대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다섯 팀의 출연자들이 각자의 인터넷 생방송 시청자 수로 순위를 매긴다는 점에서 부분적으로 경쟁과 서열 같은 요소를 넣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리텔]은 ‘형님’이 될 수 있는 남자만 출연하지도,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 참기처럼 TV에서 주로 남자들끼리 있을 때 하는 게임으로 서열을 가리지도 않는다. 대신 남자 이종 격투기 선수든 여자 메이크업 아티스트든 각자의 공간에서 같은 시간 동안 방송을 한다. 박나래와 장도연처럼 TV에서 여자 코미디언들이 쉽게 보여주지 못했던 과격한 분장쇼도 가능하고, 결과는 시청자들의 호응으로 판가름 난다. 그 과정에서 김동현과 정두홍처럼 격투기에 능한 남자들이 의외로 세심하게 다른 출연자들을 챙기거나, 헤어 디자이너 차홍이나 요리연구가 이혜정 같은 여자들이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의 온갖 짓궂은 반응을 재치 있게 넘기는 모습도 나온다. 출연 기준은 성별이 아닌 해당 콘텐츠의 전문성이고, 제작진은 성별에 관계없이 출연자가 가진 각자의 매력을 끌어낸다.

[마리텔]이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마리텔]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은 남자 예능인 중심의 리얼 버라이어티 외에도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음을 입증한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대하는 인식도 변했고, 이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이 [마리텔]에서 호응을 얻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아는 형님]은 남자들이 모인 리얼버라이어티여야 재미있을 것 같던 시절의 형식에 담긴 가치관까지 반복한다. 지금은 2016년인데.




목록

SPECIAL

image 아이돌 연습생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