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③ 원펀맨을 위한 스타일 제안서

2016.01.12
“딱 보면 드는 느낌을 감안해 사이타마 군의 히어로 네임은 ‘대머리 망토’.” 히어로 협회의 간부들만 원펀맨 사이타마를 이렇게 보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은 물론, 같은 히어로인 타츠마키는 그에게 “대머리, 문어 대가리, 삶은 달걀, 전구, 아보카도, 얼빠진 얼굴”이라고 폭언하기도 했다. 게다가 사이타마는 현재 아무리 뛰어난 활약을 해도 시민들에게는 오히려 나쁜 놈이라는 오해를 받거나 아예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등 히어로로서 좋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혹시 이것은, 반짝이는 머리만 눈에 띄는 사이타마의 스타일링이 낳은 문제가 아닐까. 그의 고유한 스타일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손쉽게 따라 할 만하고, 히어로로서 브랜드 가치까지 높일 수 있는 다섯 가지 스타일을 모아보았다.

마루코 할아버지, 중장년층을 사로잡고 싶다면
대충 그린 이목구비, 달걀형의 두상 등 사이타마를 보자마자 떠오르는 인물은 애니메이션 [마루코는 아홉 살] 속 마루코의 할아버지, 토모조다. 집에 있을 때는 옅은 블루 컬러의 티셔츠와 그린 컬러의 팬츠를, 외출 시에는 평범한 코트와 도토리 같은 니트 모자를 착용하지만 그럼에도 사이타마가 애용하는 트레이닝복이나 축 늘어진 티셔츠, 후줄근한 반바지보다는 훨씬 나은 형편이다. 이왕 편안한 패션을 추구할 거라면, 사이타마 역시 마루코의 할아버지를 벤치마킹해보는 것은 어떨까. 친근한 스타일을 통해 중장년층을 공략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마루코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베푸는 토모조의 이미지를 차용함으로써 어린이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 위험에 처한 남자아이를 구해주며 히어로의 삶을 다짐하고, 꼬마아이의 고양이를 찾아주기 위해 하루 종일 온 동네를 돌아다니는 등 은근히 어린이 친화적인 사이타마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실버 팽과 함께 2인조 노인 히어로로 활약하는 방법도 기대해볼 만할 듯.

오혁, 트렌디하게 보이고 싶다면
밋밋한 외모에 고리타분한 컬러의 히어로 의상으로는 인기는커녕 눈길조차 끌기 어렵다. 제자 제노스에게 매일같이 팬레터가 쏟아져 들어오거나, A급 1위 아마이마스크가 가수 및 배우, 모델로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비주얼이 준수하기 때문이다. 이들처럼 잘생김으로 승부하기는 애초에 글렀다면, 가장 스타일리시한 히어로의 자리라도 차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 점에서 오혁의 패션은 모범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무심하게 쭉 그어놓은 것 같은 눈썹을 살짝 다듬어 앵그리버드처럼 만들고, 인중과 입술 아래 피어싱을 하는 등 간단한 그루밍만으로도 트렌디한 이미지가 연출된다. 오혁처럼 와이드팬츠를 착용한다면 히어로로서 활동성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은근슬쩍 센스를 어필할 수 있으며, 모자까지 쓸 경우 지금처럼 대머리라고 놀림받는 일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핑크나 스카이블루 등 아무나 소화하기 어려운 컬러의 의상까지 시도한다면, 젊은이들의 패션 구루이자 히어로는 사이타마의 몫!

호빵맨, 사랑받는 히어로가 되고 싶다면
호빵맨과 원펀맨에게는 유사한 부분이 많다. 둘 다 원형의 머리를 가졌고, 컬러만 살짝 뒤바뀌었을 뿐 망토와 쫄쫄이, 벨트로 구성된 복장조차 비슷하다. 원펀맨에게는 원펀치가, 호빵맨에게는 호빵펀치라는 필살기가 있다는 점에서도 두 히어로는 닮은꼴이다. 그러나 모두의 호감을 한 몸에 받는 호빵맨과 달리, 원펀맨은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전투력을 지녔음에도 인정받거나 관심받지 못한다. 둘의 결정적인 차이는 ‘귀여움’이다. 때문에 원펀맨이 호빵맨처럼 볼을 통통하게 살찌우고 빨간 볼터치까지 곁들인다면,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를 덧입는 일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강아지 옷을 뒤집어쓰고 있는 번견맨이나 어린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동제를 보라. 히어로라고 해서 반드시 험상궂어야 한다거나 세 보여야 하는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현재 시민들에게 원펀맨이 다른 히어로들의 공을 가로챈 불량 히어로로 낙인 찍혀 있는 만큼, 언제나 정의감에 불타는 호빵맨의 이미지를 빌려오는 것도 꼭 필요한 전략이다. 심지어 호빵맨 같은 깜찍함을 활용해 굿즈를 제작하는 등 수익사업의 다각화를 꾀할 수도 있지 않을까. 

황재근, 개성을 부각하고 싶다면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중략) 사실 내가 잘생겼다는 말은 태어나서 한 번도 못 들어봤다. 하지만 개성 있다는 말은 많이 들어왔다.” 황재근의 이러한 애티튜드는 사이타마가 반드시 배워야 할 지점이다. 우선 그의 파격적인 패션을 따라 하며 자존감 높은 히어로의 길에 한 발자국 내디뎌 보자. 끝이 날렵하게 올라간 안경을 쓰거나, 손끝으로 수염을 꼬아 말아준 뒤 본드로 고정시키는 것만으로도 수없이 많은 히어로들 사이에서 원펀맨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까만 반스타킹을 신어 더욱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적어도 원펀맨의 활약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활약 당시의 모습을 제노스에게 인증샷으로 남겨달라고 부탁해 SNS에 게재까지 한다면 금상첨화이자 화룡점정. 참고로, 볼드한 프레임의 안경을 착용하되 머리의 광에 더욱 집중할 경우 홍석천 스타일로 변용도 가능하다.

스님, 존경받고 싶다면
성격상 과한 스타일링이 아무래도 귀찮다면 아예 스님룩을 권한다. 지금 모습 그대로에 승복과 바랑, 목탁만 구비한다면 완벽한 스님이다. 소림사의 스님들처럼 뛰어난 무술 실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해도 좋겠고, 혹은 혜민스님처럼 멘토로 활약하며 또 다른 의미의 히어로로 포지셔닝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요는, 파워나 기술면의 강함이 아니라 정신면을 단련하는 것”이라는 둥 떠오르는 대로 아무 말이나 했는데도 제노스를 감동시킨 에피소드를 떠올리면, 조금 더 진지하게 인문학 혹은 철학에 접근할 경우 훌륭한 멘토가 될 자질이 충분해 보인다. 게다가 백수로 오랜 시간을 보내다 팔굽혀펴기 100회, 윗몸일으키기 100회, 스쿼트 100회, 10km 달리기를 매일 연마한 끝에 히어로가 된 사이타마의 경험은 청년들에게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식의 교훈을 설파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밑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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