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록스타의 죽음

2016.01.07
지난 12월 28일 헤비메탈 밴드 모터헤드의 레미 킬미스터(이하 레미)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누구냐고? 모터헤드는 1975년부터 40년간 꾸준히 활동한 헤비메탈 밴드다. 그리고 레미는 모터헤드를 결성하고 한 번도 팀을 떠난 적이 없는 유일한 고정멤버였다. ‘모터헤드’의 전성기는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에 걸쳐 [Overkill], [Ace of Spades], [No Sleep ‘Til Hammersmith] 등의 앨범을 내놓은 시기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시기와 장르를 초월한다. 레미의 베이스는 단순한 리듬 섹션의 일부가 아니라 반복적인 기타와 함께 3인조 밴드 사운드의 중추를 이룬다. 한껏 고개를 젖히고 뿜어내는 그의 보컬은 메탈 장르를 상징하던 기교를 걷어내면서도 극단의 속도와 시끄러움이라는 가치를 구현한다. 펑크의 시대에 등장한 모터헤드는 이후 스래시 메탈 혹은 스피드 메탈로 불리는 사운드의 선구자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레미는 생전에 모터헤드는 헤비메탈 밴드가 아니며 자신들의 음악은 ‘록앤롤’이라고 강조했고, 실제로 80년대와 90년대를 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펑크, 하드코어, 얼터너티브 록 뮤지션들에게 큰 영감을 준 존재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죽음은 수많은 동료 및 후배 뮤지션에게 애도 이상의 감흥을 불러일으킨 듯하다. 푸 파이터스의 데이브 그롤은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몇 시간 뒤 모터헤드의 대표적인 노래인 ‘Ace of Spades’ 로고를 왼팔에 문신으로 새겼다. 기타리스트 탐 모렐로와 메탈리카의 라스 울리히는 [롤링스톤]을 통해 추도문을 발표했다. 탐 모렐로는 모터헤드가 모든 이가 존경하고 그처럼 되고 싶어 하는 밴드이지만 정작 그들은 그렇게 되려는 노력조차 필요 없었다고 칭송했다. 라스 울리히는 모터헤드가 자신이 밴드를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고 밝혔다. 동시에 모터헤드의 미국 공연을 따라다니고 그들과 개인적인 시간을 보냈던 추억을 털어놓았다. 그들은 모두 레미를 다가갈 수 없는 신비의 존재가 아니라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록스타로 기억한다.

이 추억은 뮤지션들만의 것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SNS를 통하여 레미가 얼마나 기꺼이 사인을 해주며 함께 사진을 찍고, 때때로 팬과 어울려 친구처럼 술을 마셨는지 말한다. 이는 레미가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 그가 이른바 록스타 라이프스타일의 전형이자 마지막 상징이었음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것처럼 보인다. 그는 30년 이상 매일 잭 다니엘을 한 병씩 마셨고, 그보다 오래 약물을 복용했다. 평생 포커를 즐겼으며, 여러 엇갈리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천 명이 넘는 여성과 잠자리를 했다고 알려졌다. 그 삶의 방식이 옳거나 권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레미 역시 자신을 미화하거나 과거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포장하지 않았고, 자신의 삶이 록스타의 특권이라고 여기지도 않았다. 대신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세상이 변했다는 이유로 포기하지도 않았다. 카우보이모자와 해골 장식을 고수한 패션이 유행에 관계없이 레미를 상징하게 된 것처럼, 레미의 라이프스타일은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그냥 존재하는 것이 되었다. 이것이 SNS와 평판의 시대에도 그가 살아남은 이유이자, 그가 재현될 수 없는 과거의 방식으로 존재한 마지막 록스타인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록스타는 아마 카니예 웨스트일 것이다. 그는 음악과 패션 모두 최전선에 머물면서 SNS를 통하여 끊임없이 자신을 노출하지만 동시에 신비감을 유지해야 한다. 저스틴 비버는 가장 큰 우상 중 하나이지만, 스타의 위치와 대중적 친밀감 사이에서 정교한 기획이 필요하다. 어려운 일이다. 대신 레미는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충실했다. 자기 자신만큼이나 성질 급한 암을 만난 그는, 불과 사망 이틀 전 암 판정을 받았다. 그 보름 전까지 40주년 공연을 했다. 레미는 단골 술집의 게임기로 시간을 보내길 원했고, 그렇게 했다.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불태웠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가 또 있을까? Rest in Peace, 아니, Rest in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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