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 레이 젭슨, 올해의 앨범이 아니어도 좋아

2015.12.24
칼리 레이 젭슨은 SNS의 수혜를 입고 스타가 되었지만, 동시에 그로 인하여 평가절하되는 아티스트다. 그가 저스틴 비버테일러 스위프트에 비견되는 어마어마한 팝스타가 되었다는 뜻도 아니고, 켄드릭 라마처럼 당대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자격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말도 아니다. 물론 ‘Call Me Maybe’는 충분히 그런 오해를 부를만한 기록을 가진 노래다. 2011년 가을에 캐나다에서 발표한 노래는 저스틴 비버의 트윗을 계기로 화제를 모으고, 2012년 여름에는 빌보드 차트에서 9주간 1위를 하면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싱글 중 하나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비버의 친구로 여겨졌다. 뮤직비디오가 직접적으로 표현하듯이 새롭게 시작되는 관계에 대한 희망을 담은 가사는 10대를 겨냥한 유치한 노래라는 인상을 남겼다. 저스틴 비버의 운명이 그랬듯이, 인터넷이 거꾸로 그를 겨냥할지도 몰랐다.

2015년 앨범 [E·MO·TION]은 자신을 향한 선입견에 대한 대답이다. 이 대답은 일견 성공의 비결을 반복한 것처럼 보인다. 한 번에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사, 거기에 감각적인 사운드를 유려하게 배치하는 현대적인 프로듀스까지. 이 선택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대부분 비판의 요점은 앨범의 완성도와 별개로 칼리 레이 젭슨의 개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유려한 팝 앨범이지만, 기술과 자본으로 만들어진 복제품과 같다는 의미일 것이다. ‘비버 빨’이라는 선입견을 부추기기에 더 좋은 평가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E·MO·TION]의 노래들은 ‘Call Me Maybe’에 비할만한 히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좀 더 정확하게, 그녀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이 앨범은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하지만 [E·MO·TION]은 그 존재의 목적에서 실패하지 않았다. 이 앨범은 ‘I Really Like You’나 ‘Run Away With Me’ 같은, 당신의 뇌리에서 평생 떠나지 않을 ‘팝송’이 잔뜩 담긴 앨범이다. ‘Call Me Maybe’가 그런 것처럼, 노래의 제목을 모르고, 칼리 레이 젭슨이 누군지 몰라도, 누구든 이 노래를 들으면 익숙하다. 앨범을 모두 듣게 된다면 ‘All That’이나 ‘Your Type’도 그렇게 될 것이다. 이 익숙함은 ‘요즘 노래’ 같지 않음에서 나온다. [E·MO·TION]을 가리켜 80년대 주류 팝을 키워드로 삼는다는 설명이나, ‘로빈과 테일러 스위프트의 만남’이라는 표현은 모두 같은 면을 본 것이다. 하지만 [E·MO·TION]은 복고풍의 재현이나 댄스 팝 같은 스타일의 차용에 그치지 않는다. 대신 80~90년대의 어떤 앨범이 갑자기 발견되어 튀어나온 것처럼 보인다. 혹은 맥스 마틴이 만들고 잊어버린 90년대의 노래를 칼리 레이 젭슨이 찾아냈거나. 그래서 앨범의 ‘개성 없음’은 오히려 그 의도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구현되었는가에 대한 증거가 되고, ‘개성 없음’이 칼리 레이 젭슨이 아니라도 존재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뜻이라면 틀린 말이다.

칼리 레이 젭슨에게 진정성이란 자신의 음악 경력이 시작된 포크 성향의 팝으로 돌아가거나 급진적인 예술적 선택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가장 익숙한 음악을 만드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앨범 발매를 1년 이상 연기하면서 앨범의 모든 곡 작업에 자신이 참여해야 한다고 레이블을 설득하고, 100여 곡을 새롭게 만들었다. 모든 트랙은 애써 만든 훅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고, 각기 다른 검증된 방식으로 성공한다. 그가 ‘반복’했다고 여겨지는 팝 앨범 만들기의 공식은 그 과정의 도구이지 목적은 아니다. 요컨대 [E·MO·TION]은 앨범 단위의 소비를 요구하는 ‘팝 앨범’이다. 스트리밍과 유튜브의 시대에 이 앨범이 실패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E·MO·TION]은 각종 잡지와 웹진의 연말 결산에 단골 등장하며 올해의 ‘팝’ 앨범이 되어가는 중이다. ‘올해의 앨범’이 아니어도 좋다. 칼리 레이 젭슨 본인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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