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프로듀스 101], 2016년은 더 지옥일 거야

2015.12.23
오디션 프로그램 Mnet [슈퍼스타 K]에는 한때 200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그 숫자야말로 [슈퍼스타 K]가 스스로 ‘대국민 오디션’임을 자부하는 이유였다. 그러나 [슈퍼스타 K 7]이 마지막 회 시청률 0.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몰락하는 사이, 올해 음원차트에서 가장 뜨거웠던 Mnet [쇼 미 더 머니 4]에는 7천여 명이 참가했다. 그리고 CJ E&M이 제작할 걸 그룹 멤버를 뽑는 Mnet [프로듀스 101]에는 101명의 참가자들이 출연(이 중 3명은 방영 전 출연 포기)한다. ‘대국민 오디션’에 참여할 수 있었던 시청자는, ‘국민 프로듀서’라는 이름으로 [프로듀스 101]에서 투표만 할 수 있다.

제작진이 실력 있는 인물들을 사전 접촉했다는 의혹이 있다 해도, [슈퍼스타 K]에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다. 반면 [쇼 미 더 머니]는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바비와 송민호처럼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과 이미 유명세를 얻은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이 시작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그 틈에 아마추어 래퍼들이 몇몇 있었다. [프로듀스 101]은 개인 참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101명의 참가자는 거의 대부분 Mnet과 사전 교섭이 가능한 기획사 소속이다. 현재까지 상세한 프로필이 공개된 70명 이상의 출연자 중 개인 자격으로 출연한 참가자는 다섯 뿐이다. [프로듀스 101]을 비판할 수 있다면, 가수 지망생을 극단적이고 노골적인 경쟁으로 몰아붙여서가 아니다. 그런 관점은 [슈퍼스타 K]가 시작할 때부터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에 단어만 바꿔 적용 가능하다. [프로듀스 101]은 경쟁 자체를 소수의 것으로 만든다. 대다수의 가수 지망생들은 [프로듀스 101]에서 시작부터 배제된다.

[프로듀스 101]의 제작비는 40억 이상으로, [슈퍼스타 K] 못지않다. 최대 200만 명이 참여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예산과 비슷한 돈을 98명의 출연자들에게 쏟는다. 그러니 98명은 Mnet의 지원을 통해 방송 전인 17일 Mnet [엠카운트다운]에 마련된 초대형 무대에 설 수도 있고, 각자 홍보 영상을 찍을 수도 있다. 이들이 [엠카운트다운]에서 ‘PICK ME’를 부른 뒤, 몇몇은 이미 인터넷에서 이름과 사진이 돌고 있다. 자본이 소수의 재능 있는 사람을 뽑아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경쟁은 그들만의 것이고, 경쟁의 룰은 자본과 미디어가 정한다. [프로듀스 101]의 101명은 이미 그 선택을 받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JYP 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불과 16명의 소속 연습생들만으로 서바이벌 오디션 Mnet [식스틴]을 제작했다. 20일까지 [프로듀스 101]의 개인 홍보영상 조회수 1위는 [식스틴]의 탈락자 소미다. 소미와 2위의 조회수 차이는 10배. Mnet에서 연습생들만의 리얼리티 쇼를 여러 차례 제작한 YG는 [프로듀스 101]에 아무도 내보내지 않았다. 대신 10여 명의 참가자만 나온 Mnet [언프리티 랩스타 2]를 선택했다. 


98명의 참가자들은 주목받기 위해 아등바등 경쟁하겠지만, 그들 중 누군가 승리해도 [식스틴]을 통해 결성된 트와이스나 서바이벌 오디션 없이도 성공한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걸 그룹들과 다시 경쟁해야 한다. [슈퍼스타 K 2]에서 다른 직업을 병행하며 노래를 부르던 허각이 우승했을 때, 많은 미디어에서 이것을 ‘공정경쟁’에 대한 대중의 염원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 단어를 누구도 말하지 않는 2015년, [프로듀스 101]은 경쟁의 정의를 다시 쓴다. 경쟁은 모두 똑같이 하는 것이 아니다. 소속사라는 계급 아닌 계급에 따라 경쟁의 내용과 환경도 달라진다. 게다가 이 경쟁은 갈수록 촘촘한 단계로 나뉜다.

팬이 찍은 이른바 ‘직캠’ 영상으로 스타덤에 오른 EXID처럼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확률 낮은 행운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인구 5천만의 나라에 IPTV와 케이블 채널만 100개가 넘는다. 평일 지상파 심야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한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특정 팬덤, 또는 장르의 마니아만으로 수익을 얻기는 작은 시장인데, 그들 바깥의 대중까지 이름을 알리기는 어렵다. Mnet과 같은 방송국을 여럿 가진 CJ E&M, SM과 YG처럼 이미 해외까지 높은 브랜드 가치를 쌓은 회사일수록 유리한 상황이다. 그리고 [프로듀스 101]은 [슈퍼스타 K]의 수많은 참가자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식스틴]의 참가자보다는 주목받기 어려운 이들에게 제안하는 사다리다. 사다리를 올라가면 트와이스와 비슷한 높이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 다만, 사다리의 폭은 매우 좁다. 다른 참가자들을 어떻게든 떨어뜨리는 것은 필수다. 더 힘센 쪽에서 만든 이 [헝거게임] 같은 경쟁의 룰을 벗어난 참가자는 아직 없다. 이런 프로그램이 시작하며 2015년이 끝나간다. 2016년은 더 정신 바짝 차리라는 덕담이라고 믿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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