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슈가맨]과 [응답하라]가 노래방 세대에게 바칩니다

2015.12.16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은 마치 노래방의 스테디셀러를 소개하는 DJ 같다. 패널로 참여하는 100명의 10~40대 중 98명이 안다고 했던 izi의 ‘응급실’부터 故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 미스미스터의 ‘널 위한거야’ 등 [슈가맨]이 소개하는 ‘원 히트 원더’는 대부분 오랫동안 노래방의 애창곡들이었다. 특정 세대는 대부분 알고 있고, 그들이 노래방에서 불러보려 했던 노래들. [슈가맨]은 ‘내 눈물 모아’를 소개할 때 몇 명의 일반인 패널들에게 노래를 시켜보기도 했고, MBC [일밤] ‘복면가왕’은 출연자들이 보통 [슈가맨]과 비슷한 시절의 발라드나 록발라드 곡을 부른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에 데뷔한 가수들이 출연하는 JTBC [히든싱어]의 패널 주영훈이 그날의 가수를 소개할 때 종종 쓰곤 하는 표현은 그 시절 히트곡과, 지금 1990년대 전후의 음악들을 다루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의 중요한 선곡 기준일 것이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 

노래방에서 부르기 위해서라도 신곡을 들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코의 ‘말해 Yes or No’ 같은 힙합이나 EXO의 ‘Call Me Baby’를 그럭저럭이라도 부르는 것은 ‘X세대’로 불리던 이들은 물론 10~20대에게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의 곡들을 스트리밍으로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유행의 흐름은 퍼포먼스가 강조된 아이돌 그룹, 또는 힙합처럼 수익을 보장하는 팬덤이나 공연에 강한 음악들로 바뀌었다. 반면 [히든싱어], ‘복면가왕’, [슈가맨]에 이르는 음악 프로그램들은 ‘X세대’의 ‘레전드’부터 ‘원 히트 원더’까지 모두 소개한다. 혁오의 보컬 오혁이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OST에서 이문세의 ‘소녀’를, 샤이니의 종현이 [슈가맨]에서 ‘사랑해 이 말밖엔’을 리메이크한 것처럼, 이 프로그램들은 과거의 노래들을 보다 현대적으로 다듬어주기까지 한다. 매주 이 노래들만 체크해도, 그때의 ‘X세대’들은 노래방에서 부를 노래들을 충분히 고를 수 있다.


마치 미국에서 한 세대가 얼마든지 자기 세대의 음악만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지금의 30~40대는 한국에서 자기 세대만의 음악을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미디어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첫 세대다. 신곡을 전혀 듣지 않아도 스마트폰의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꾸미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응팔]처럼 1988년 크리스마스에 MBC [대학가요제]에서 무한궤도의 등장을 지켜본 공통의 기억이 있다. [슈가맨]에서 유재석, 유희열 등 1990년대에 20대였던 MC들이 10~20대의 일반인 패널들에게 소개된 ‘원 히트 원더’를 아는지 확인하고, 함께 따라 부르기를 권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더 이상 지금의 노래를 듣지 않아도 되지만 과거의 히트곡은 모두 똑같이 들었던 이 세대는, 그들의 노래뿐만 아니라 노래를 소비하는 방식까지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파하려 한다. 

오직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오던 그 세대만이 또래끼리 미디어를 통해 비슷한 음악을 동시에 듣고, 그 곡들을 열심히 연습해 노래방에서 불렀다. 그리고 2010년대에 그들이 즐겼던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다른 세대에게 퍼뜨린다. [응답하라] 시리즈로부터 MBC [무한도전] ‘토토가’, [슈가맨]에 이르는 1990년대와 음악에 관한 ‘복고’는 단지 한 시대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 시대의 노래를 자신들이 즐기던 방법 그대로 다시 TV에 옮겨놓았고, 그때처럼 그 노래가 히트되는 과정을 지켜본다. 한 세대가 20여 년에 걸쳐 자신의 문화를 찾고, 기억하고, 인정받는다. 1990년대 음악이 다른 세대가 즐긴 음악 이상의 가치가 있다면, 이 과정을 모두 처음으로 거쳤다는 점일 것이다.

다만 이미 세상은 진작부터 다음 세대의 것으로 변하고 있다. 2015년 현재 전국 노래방 수는 3만 4,443개(한국콘텐츠진흥원)로, 2004년과 거의 비슷하다. 또한 새로 생기는 노래방의 상당수는 혼자 동전을 넣고 한두 곡을 부르는 코인 노래방이다. 넓은 공간과 화려한 인테리어로 화제가 됐던 노래방 프랜차이즈 수 노래방은 2인용 노래방에 이어 1인용 노래방을 런칭했다. 많은 사람이 모여 누구나 쉽게 호응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는 문화는 천천히 쇠락 중이다. 바로 그 ‘X세대’ 직장 상사와 하는 회식이 아니라면, 지금의 젊은 세대가 굳이 노래방에 모여 모두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부를 일은 점점 줄어든다. [슈가맨]의 10대 방청객들은 1990년대의 ‘원 히트 원더’를 모르는 것은 물론, 굳이 그 노래들을 노래방에 모여 부를 이유가 없다. ‘X세대’는 10대에게 그들의 음악을 들려주며 추억을 이야기하는 어른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청춘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만 골라서 들을 뿐이다. 그리고 앞 세대는 천천히 뒤 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마련이다. 당연한 일이다. 세대의 문화는 그렇게 각자의 구획을 나눈다. 다만 한국에서는 처음 있는 현상인 것 역시 사실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오던 그 서태지 팬이 [슈가맨]을 보고 추억을 더듬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의 노래가 좋다고 할 줄 상상이나 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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