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문명의 붕괴], 동시에 바보가 되지 않는 법을 찾아서

2015.12.11

11월 30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는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리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12월 11일 최종 결론이 나게 된다. 파리 당사국총회는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이라는 거창한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21세기 인류가 맞이한 중대한 도전인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각국이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하는가. 2015년 파리에서 세계가 받아들게 될 핵심 질문이다.

과학으로만 보면 해법은 쉽다. 예를 들어 2100년까지 평균기온 상승폭을 2도 이내로 억제하려면 세계가 지금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얼추 계산할 수 있다. 그 감축량을 각국에 할당하면 된다. 하지만 국가들에 이런 의무를 강제할 세계정부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해법은 과학의 손을 떠나 곡예와 같은 정치협상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지구 호에는 선장이 없다. 각국은 끊임없이 상대방의 무임승차를 의심해 가면서도, 동시에 힘을 합쳐 지구 호의 기수를 돌려내야 한다. 세상에.

낯설지 않다. 인류는 이미 여러 차례 이런 곡예를 벌인 바 있다. 한 권쯤 있으면서 안 읽기로 유명한 책 [총, 균, 쇠]의 저자 제래드 다이아몬드는, 다음 책 [문명의 붕괴]에서 바로 이 주제를 다룬다. 잘 나가던 문명은 왜 어떻게 붕괴하나. 거기 살던 사람들은 왜 붕괴를 막지 못했나. 다이아몬드는 거석상만 남기고 사라진 이스터 섬의 미스터리부터 현대 문명의 붕괴 위험까지를 종횡무진하면서, 문명은 왜 붕괴하는가라는 심원한 이야기로 독자를 데려 간다.

다이아몬드가 보여주는 붕괴한 문명들은 숲·토양·물 등 외부에서 주어지는 생태 자원이 무한한 것처럼 낭비했다. 무지하거나 타락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똑똑해서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원은 공짜고, 내가 안 쓰면 저놈이 틀림없이 써버릴 것이다. 아끼면 바보가 된다. 그렇게 ‘똑똑한 낭비’가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문명을 지탱하던 생태적 기둥이 무너져 내린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것이다. 어떻게 우리 모두가 동시에 바보가 되기로 합의할 수 있을까? 그것도 너무 늦지 않게?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한 문명은 살아남았다. 그렇지 않은 문명은 몰락했거나, 몰락을 향해 가는 중이다.

현대 세계는 ‘동시에 바보 되기 문제’를 사전에 알고 해법을 찾는 최초의 문명이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덕에 우리는 생태 자원을 쟤보다 내가 먼저 써버리려는 ‘똑똑함’을 왜, 얼마나 제어해야 하는지 안다. 만약 실패한다면 그걸 사전에 알고도 실패하는 최초의 문명이 될 테니, 지금껏 붕괴한 문명들보다 한 수 위 바보로 취급받더라도 할 말이 있을 리가. 인류가 지금 파리에서 도전하는 과제가 바로 이것이다. 양에 차지 않더라도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고, 2015년의 파리가 엄청난 진전은 아니라 해도 궤도에서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자.

천관율
[시사IN] 기자. 6년 동안 정치 기사를 썼다. 2014년 11월부터 사회 기사를 쓴다. 농땡이를 보다 못한 조직이 발로 뛰는 부서로 보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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