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다이어리, 해피 뉴 이어

2015.12.07
막연하게 2011년 정도부터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 한구석에서 나온 갈색의 다이어리는 2008년의 것이었고, 2007년 12월부터의 일정이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2007년 12월 23일에는 엘 클라시코가 있었고 FC 바르셀로나는 홈경기임에도 1:0으로 패배했으며, 2008년 1월 5일에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다 읽었다. 아, 그랬구나. 2007년부터라니, 만 8년간 나는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으며 연말을 맞이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매년 받았던 것은 아니다. 만년필을 쓰기 시작하면서 좀 더 고급의 다이어리 케이스와 노트에 욕심을 내게 됐고, 몇 해 동안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구시대의 유물로 밀려났던 적도 있다. 게다가 다이어리를 받는 데 필요한 스티커의 개수가 14개에서 17개로 늘어나면서 부담이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몰스킨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알렸던 지난해부터, 나는 다시 다이어리를 받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몰스킨 다이어리도 언제나 연말의 선택지 중 하나였으니, 손해 볼 건 없지 않은가.

누군가는 손해가 틀림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 계산해보자. 따뜻한 오늘의 커피 숏사이즈라는 최저치의 비용으로 책정할 때 3,300원씩 14잔, 그리고 크리스마스 음료 중 가장 저렴한 바닐라 티 라떼를 숏사이즈로 마시면 4,800원이며 3잔이다. 다 더하면 총 60,600원. 최소비용이다. 평소처럼 톨 사이즈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고 생각하면, 최소비용에서 만 원은 더 추가될 것이다. 언뜻 보더라도 다이어리 한 권에 지출하기엔 큰돈이다. 누군가는 그 돈이면 비슷한 질의 다이어리를 서너 개는 살 수 있지 않느냐고 질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마치 커피 원두의 원가를 생각하면 카페(보통은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이 터무니없지 않은가 하는 질문과 똑같다.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 질문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커피는 어차피 마신다. 굳이 다이어리 때문이 아니더라도, 매일 말이다.

내가 처음으로 이듬해의 다이어리를 받았던 2007년은 부모님에게서 독립한 해다. 옥탑방에 살고 있었으므로 너무 덥거나 추운 계절에는 집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던 스타벅스는 카페일 뿐 아니라 독서실이고 작업실이었으며, 동시에 피신처였다. 커피 한 잔에 누구의 눈치도 받지 않으면서 3시간 이상 머무를 수 있는 동시에 와이파이의 자유로운 사용이 가능하고 노트북의 전원을 꽂을 수 있으면서 평균 언저리의 커피맛을 유지하는 카페는 스타벅스가 유일했다. 그건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정확히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필요한 순간 근처에 있는 카페가 바로 스타벅스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스타벅스는 쭉 어딘가에 있었고, 나는 커피를 마셨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저, 연말이었고 약속이 많았을 뿐이다. 그러다 보면 다이어리가 내 손에 있었다.

올해는 유난히 빨리 다이어리를 받았다. 다이어리 실물이 공개되자마자 사이즈가 가장 큰 흰색 다이어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고, 특별할 것 없이 마시던 커피를 마셨다. 올해를 돌아봤을 때 손에 꼽을 만한 좋은 일 중 하나는 집에서 5분 거리에 스타벅스가 생겼다는 것이다. 게다가 스타벅스 스티커의 좋은 점은 선물하기 기능이 있다는 것. 친구들 모두가 다이어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립된 스티커를 몇몇 친구가 보내주어 최소비용의 절반도 쓰지 않은 상태에서 쉽게 목표치에 다다를 수 있었다. 결국 올해도 어김없이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내게로 왔다. 매년 제공되던 평범한 쿠폰 대신 이상한 미션 카드가 붙어 있고, 만년필로 쓰면 여전히 뒷장에 글씨가 비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불만이 없다. 조금 비치긴 하지만, 늘 그래 왔듯이 가족과 친구들의 생일을 표시하는 일로, 기록을 시작한다. 그렇게 다이어리를 받은 그날, 스타벅스에 앉아 홀로 미리 맞이하는 새해는 생각보다 외롭지 않다. 내게는 아직도 네 개의 스티커가 남아 있다. 누군가 민트색 다이어리를 갖고 싶은데 스티커가 부족하다면, 연락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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