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에밀리 블런트, 멋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2015.12.03
최근 몇 년간 ‘강인한 여성’을 연달아 연기하게 된 소감을 묻는 말에 에밀리 블런트는 되묻는다. 남자 배우들이 연기한 인물들도 강인하다는 수식어 하나로 묘사하느냐고. 칭찬이라 해도 대충 넘어가주지 않는다. 동의하지 않아서 미안하다는 시늉도 없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이하 [시카리오])에서의 연기에 호평이 쏟아지는 자리에서도 주인공을 남성으로 바꾸라는 압박이 있었음을 상기시키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영국 여배우들에게 지겹게도 따라붙는 ‘잉글리쉬 로즈’ 소리가 쑥 들어갈 만하다. 조신한 영국 미녀로만 남기에는 에밀리 블런트는 해보고 싶은 역도, 하고 싶은 말도 너무 많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후 대표작이 된 두 작품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시카리오]의 주인공을 묶어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그녀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인류를 구원할 영웅 ‘풀 메탈 비치’가 되어 돌아온 에밀리 블런트는 매정하고 유능했다. ‘비치’들은 제대로 일을 해낸다는 티나 페이와 에이미 폴러의 유명한 선언이 스크린에서 멋지게 입증된 보기 드문 순간이었다. 톰 크루즈로도 흥행하지 못한 영화라는 꼬리표를 가볍게 떨쳐내며 리타 브라타스키는 홀로 살아남았다. 너무나 오래 기다려왔던 멋진 언니의 등장에 열광했던 여성들의 강력한 지지 덕분이었다. [시카리오]는 다르다. SF적 요행수를 기대할 수 없는 이 영화는 짜릿한 대리 만족을 안겨줄 영웅의 등장을 허락하지 않는다. 비도덕적인 상황에서 홀로 도덕적인 사람. 에밀리 블런트는 마약 전쟁의 한복판에 내던져진 주인공 케이트 메이서를 이렇게 묘사한다. 영화가 달라진 만큼 연기도 달라졌다. 특유의 매력이었던 기민하고 민첩한 시니컬함 대신 에밀리 블런트는 차분한 유능함과 신중한 불안함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찾아냈다. 실제 여성 FBI 요원들과의 긴 대화 끝에 스스로 찾은 답이었다. 이렇게나 공들여 섬세하게 묘사한 인물에게 돌림노래처럼 반복되는 강인한 여전사 타령이라니 질릴 법도 하다. 그러나 에밀리 블런트는 지치지 않는다. 그녀는 [시카리오]의 감독이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 아닌 [영 빅토리아]를 보고 자신을 택한 걸 아느냐며 허를 찌르고는 웃음을 터뜨린다. 다음 역도 또 강한 여성이냐는 질문에는 [더 걸 온 더 트레인]에서는 알콜 중독자를 맡았으니 기대해달라며 능청을 떤다. 호탕하지만 ‘쿨 걸’은 아니다. 친근하고 매력적이지만 ‘촬영장의 꽃’도 아니다. 에밀리 블런트는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멋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성분 표시
미국인 50%
얼마 전 에밀리 블런트는 미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이중 국적을 갖게 되었다. 여왕을 부정해야 할 때 마음이 아팠다는 그녀는 공화당의 토론을 보고 미국인이 되기로 한 결정을 후회했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가 보수 언론으로부터 맹공격을 받기도 했다. 깍듯하게 사과는 했지만 그는 여전히 고향 영국에 대한 더 큰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인기 토크쇼에서 미국 관련 퀴즈를 호쾌하게 다 틀려버리고도 당당한 그녀에게 앞으로도 미국인으로서의 애국심을 강요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동료애 30%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에밀리 블런트가 들으면 코웃음을 칠 소리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샤를리즈 테론, [헝거게임]의 제니퍼 로렌스, [미션 임파서블]의 레베카 퍼거슨. 이제 액션 영화의 여성 히어로 자리를 독점하게 되리라는 주변의 예상에 에밀리 블런트가 나열한 여배우들이다. 여배우들의 활약상에 누구보다 큰 소리로 환호하는 그녀는 열광적인 팬 걸이자 좋은 동료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만난 앤 해서웨이와의 오래된 우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서로를 ‘엠’과 ‘애니’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두 사람은 얼마 전 [립싱크 배틀]에 함께 출연하여 여전히 돈독한 사이임을 과시했다. 다른 여배우들 역시 그녀를 사랑한다. 영화 [헌츠맨: 윈터스 워]에서 제시카 차스테인과 샤를리즈 테론, 에밀리 블런트 사이의 청일점이었던 크리스 햄스워스가 증인이다. 순한 성격의 이 호주 미남은 서로 너무 죽이 잘 맞는 여배우들의 끝없는 놀림과 장난에 누나 세 명과 일하는 기분이었다며 괴로워했다고.

AIS 20%
에밀리 블런트는 어릴 적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 지금도 긴장을 하거나 전화로 긴 대화를 하게 되면 종종 말을 더듬는다는 그녀는 12살 때 만난 좋은 선생님의 권유로 학교 연극에 참여한 후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한다.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늘 도움이 되고 싶어 했던 그에게 2009년 기회가 찾아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널리 이름을 알린 그녀에게 말 더듬는 증상을 가진 사람들을 돕는 단체인 AIS(American Institute for Stuttering)가 상을 수여한 것. 그때 맺은 인연을 계기로 그녀는 현재도 AIS의 든든한 후원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취급 주의
다이나믹 듀오

혼자서도 웃긴 사람들이었던 에밀리 블런트와 존 크래신스키는 부부가 된 후 더욱 막강해졌다. 친한 친구이자 이웃인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멜이 가장 크게 당했다. 그는 자신의 쇼의 단골이기도 한 이 다이나믹 듀오에게 귀여운 크리스마스 장난을 한 번 쳤다가 무려 3년에 걸쳐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닌 지미 키멜이건만 NBC [오피스]의 주연으로 온갖 장난을 다 쳐본 존 크래신스키의 풍부한 경험에 에밀리 블런트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합세하니 두 손 두 발 들 수밖에. 이 장난꾸러기 부부는 서로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 장난을 치다 못해 최근 아예 TV쇼를 만들었다. 에밀리 블런트가 아이디어를 내고 존 크래신스키가 기획한 쇼 [립싱크 배틀]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첫 시즌을 끝내고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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