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2015│② 아이유부터 강동원까지, 올해의 인물 10

2015.12.01
좋은 일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나쁜 일은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흔들리거나 헤매지 않고 자신의 길을 똑바로 걸어간 이들이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감이 우뚝했던 올해의 인물 열 명에 관하여.

동원, 참 아름다워라 
“넌 무슨 몰몬교 같이 생겼나.” 영화 [검은 사제들] 김 신부(김윤석)가 최 부제(강동원)에게 던진 이 말은 그의 비현실적인 외모를 비유한다. 선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얼굴과 톱 모델 출신의 날렵한 몸, 말을 하지 않으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인상. 막연히 이 현실 세계의 사람이 아닐 것 같이 느껴지는 그가 JTBC [뉴스룸]에서 쩔쩔매며 일기예보를 읽거나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망연자실한 미소를 보여주는 순간, [검은 사제들]은 개봉 전부터 여성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는 작품이 될 수밖에 없었다. [늑대의 유혹]에서 우산을 들어 올리며 활짝 웃는 것만으로도 극장 안을 비명으로 채우던 그 때로부터 11년이 지났건만 강동원은 여전히 아름답고, 조선시대를 다루는 [군도]부터 가톨릭 신부가 되는 [검은 사제들]까지 온갖 의상들을 멋지게 소화한다. 이것은 꾸준하게 철저히 관리한 그의 외모 덕분이기도 하지만, 미디어에 잘 나타나지 않은 채 언제나 대중을 궁금하게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가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도 중후해지기보다 오히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배우라니, 세상에 이 만큼 좋은 볼거리가 얼마나 되는가. 

김구라, 올해도 살아남았습니다
김구라는 올해 인터넷 방송을 공중파로 끌어들인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이른바 ‘오타쿠’ 문화를 소개하는 MBC [능력자들], 음악쇼 MBC [일밤] ‘복면가왕’, ‘쿡방’의 대표 주자 백종원이 출연하는 tvN [집밥 백선생] 등에 출연했다.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로 대표되는 독한 토크의 주인공은 어느새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에 도전했고, 대부분 좋은 성과를 거뒀다. 김구라는 지난 몇 년간 자신의 과거 발언으로 인해 활동을 중단했었고, 올해는 가정사로 힘든 시간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가장 활동적으로 방송을 했고, 가정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직후부터는 그마저 방송의 소재로 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많은 예능인이 개인적인 문제로 하차하거나 또는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점차 TV에서 사라지는 상황에서도, 김구라는 끊임없는 위기 속에서 살길을 찾아가며 버텼고, 올해 자신의 예능 인생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김구라 자신은 여전히 부담이 된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현재 MBC [연예대상]의 대상에 가장 근접한 인물 중 하나도 그다. 만약 그가 정말 대상을 받는다면,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의 힘을 확인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민희진, SM 마이더스의 손
올해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 소속 아이돌 앞에서는 각각의 과제가 놓여 있었다. 몇몇 멤버가 이탈한 EXO, 쏟아져 나오는 걸 그룹들 사이에서 확실하게 다른 소녀의 얼굴을 각인시켜야 했던 레드벨벳은 물론, 퍼포먼스를 중심에 둔 아이돌로서 이미 궁극에 도달해버린 샤이니와 설리가 빠진 f(x) 전부 돌파구가 필요했다. 열쇠를 쥐고 있던 건 SM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민희진이었다. 그의 지휘하에 EXO는 ‘Pathcode’ 프로모션을 통해 세계관을 다시금 정립했으며, ‘Ice Cream Cake’와 ‘Dumb Dumb’을 거친 레드벨벳은 독특하되 낯설지 않은 소녀들로 자리 잡았다. 더불어 싱그러운 이국의 풍경 속 샤이니는 또래 청년다운 아름다움을 자연스레 걸치게 되었고, 아이돌 사상 최초로 티저 영상을 갤러리에서 공개하며 돌아온 f(x)는 쿨한 스타일 자체가 콘셉트인 팀으로 리뉴얼되었다. 민희진이 기획한 티저와 뮤직비디오, 무대 의상까지 무엇 하나 그룹의 캐릭터를 설명해내지 못하거나 황홀하지 않은 것이라고는 없었다. 다사다난했던 아이돌 시장에서 여전히 SM이 돋보일 수 있었던 건, 아이돌이 아이돌로서 가장 빛나는 방법을 끊임없이 탐구해낸 민희진 덕분이기도 했다.

박진경 PD, 뉴 제너레이션
출연자들이 인터넷 생방송으로 네티즌과 대화하는 [마리텔]에 출연한 박명수는 인터넷 시청자들에게 이른바 ‘노잼’(재미없음) 폭격을 받았고, ‘웃음 사망꾼’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얻었다. 그리고 그가 출연하는 MBC [무한도전]은 이를 소재로 ‘웃음 장례식’을 치렀으며, 이어 정준하가 [마리텔]에 출연하는 스토리로 이어졌다. 네티즌이 TV 속 출연자에게 직접 ‘노잼’이라 공격하고, 이것이 다시 여러 프로그램에 영향을 끼친다. 이 전례 없는 흐름은 지금 [마리텔]이 예능의 뉴웨이브인 이유를 보여준다. 이제 예능 프로그램은 제작진의 기획에서만 그치지 않고 시청자의 반응과 그에 따라 일어나는 프로그램 바깥 세계의 사건과 결합된 방식으로 나아간다. 오랫동안 [무한도전] 팀에서 예능을 배운 박진경 PD는 [마리텔]에 TV 대신 음악과 게임, 인터넷 방송 등 자신을 비롯한 또래들에게 익숙한 문화를 집어넣었고, 한 세대의 문화적 취향을 올해 예능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로 만들었다. 네티즌과 실시간으로 티격태격하는 새로운 세대의 PD가 등장했다.

아이유, 누구의 여동생도 아닌 아이유
모두가 아이유를 안다고 생각했다. “감히 이 마음만은 주름도 없이 여기 반짝 살아 있어요”(‘마음’)라고 노래하는 여자아이,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살아남느라 마음이 굳어버린 톱스타 신디(KBS [프로듀사]), 결국 박명수를 설득해 ‘레옹’을 만들어낸 능력 있는 프로듀서(MBC [무한도전] 가요제) 등 2015년 한 해 엔터테인먼트 전반을 골고루 장악한 그를, 많은 이는 총명해서 기특하거나 영악해서 얄미운 여동생 보듯 했다. 하지만 아이유는 말했다. “색안경 안에 비춰지는 거 뭐 이제 익숙하거든”(‘스물셋’) 그는 ‘삼단고음’으로 국민 여동생이 된 소녀이기 이전에 자신을 둘러싼 시선들에 혼란을 느끼고, 연인과 “좋고 싸우고 섭섭해하고 고마워하고 하는… 평범한 연애”를 하고, 창작물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 소중한 만큼 이견 역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최근 콘서트에서 “변함없이 사랑하는 곡”이라는 멘트와 함께 ‘Zeze’를 들려주었다. 생글생글 웃기만 하는 인형이 아니라 내 생각과 마음이 여기 이렇게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아이유는 일 년 내내 힘껏 소리치는 듯했다. 예전보다 더 널리 사랑받지 못할 수는 있다. 다만, 이제 누구도 그를 쉽게 재단하지는 못할 것이다.

유아인, 젊은 배우의 초상
[베테랑]이 1,300만, [사도]가 600만 관객을 넘었고 SBS [육룡이 나르샤]가 최고시청률 15.4%(닐슨코리아)를 넘겼다. 올해 서른이 된 유아인은 기록적인 성과를 남겼고, [사도]에 함께 출연한 송강호마저 제치고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순간은 문자 그대로 화룡점정이었다. 비현실적인 사랑이야기가 싫어 어쩔 수 없이 찾은 길이 “연기 귀신 같은 남자 선배들과 충돌해야만 하는 상황(역할)”([보그])이었지만, 아이돌 출신도 한류스타도 아닌 그는 모든 작품에서 탁월한 연기를 보여주며 지금 한국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젊은 배우가 됐다. 그가 올해 빛나는 성과를 거두기 전 JTBC [밀회], 더 나아가서는 KBS [성균관 스캔들]의 문재신을 연기했다는 사실은 그래서 새삼 주목할 만하다.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도 늘 어딘가 어둡고 힘겨운 청춘을 연기했던 그는 [사도]에서는 아버지와의 세대 갈등에 짓눌린 청춘의 얼굴을 한 사도세자를, [베테랑]에서는 광기를 가진 어린 폭군 같은 재벌 2세를 소화했다. “유독 성장통을 심하게 겪었고 사회에 불만도 많았다”([디스패치])던 인생의 배우가 자기 자신을 유지한 채 작품에 녹아드는 방법을 찾아냈다. 젊고, 방황하고, 그럼에도 묵직한 무엇을 가진 배우의 탄생이다.

조성진, 클래식 아이돌의 탄생
‘쇼팽’이란 이름을 이렇게 자주 들어본 해도 없을 것이다. 21살의 젊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 중 하나인 제17회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고, 사람들은 조성진에 대한 관심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조성진의 연주를 담은 [쇼팽 콩쿠르 우승 실황 앨범]은 국내 초판 5만 장이 다 팔렸고, 전체 구매 중 43.1%가 클래식 앨범을 첫 구매한 소비자(예스24)였다. 대중적인 관심 바깥에 있었던 클래식은 조성진이라는 피아니스트를 통해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입구를 마련했다. 물론 조성진은 “아이돌 대접 싫어요, 클래식 음악가로 오래 남고 싶어요”([중앙Sunday])라고 말하지만 이미 사람들이 그의 인터뷰를 찾아보고, 가장 먼저 앨범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게다가 완성형 피아니스트라는 평가에도 말갛고 소담한 얼굴로 “이제 쇼팽이 아닌 다른 작품도 칠 수 있어서 신난다”([동아일보])고 말하는 소년 같은 모습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코, Young Blood 프로듀서
원래부터 지코는 좋은 래퍼이자 프로듀서였다. ‘아이돌치고’라는 단서를 달든 말든 지코의 랩은 늘 특출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블락비의 폭주하는 악동 이미지는 ‘난리나’, ‘닐리리맘보’, ‘Very Good’ 등 지코가 프로듀싱한 곡들로 한층 더 견고해진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Mnet [언프리티 랩스타]와 [쇼 미 더 머니 4]는 대중들이 그의 실력을 검증하는 자리가 되었다. 아이돌 출신의 그가 다른 래퍼를 심사할 자격을 갖췄는지 아닌지가 논란에 오르내리는 사이, 지코는 프로듀서로서의 실력을 착실하게 증명해나갔다. [쇼 미 더 머니 4]의 프로듀서 특별무대에서는 지코와 팔로알토 팀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고, 지코가 작·편곡한 ‘거북선’과 ‘겁’은 프로그램 음원 중에서도 높은 차트 성적을 기록했다. ‘지코’라는 이름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그는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한다. “요즘 누가 제일 핫해 요즘 누가 곡 잘 써 (중략) 답은 차트에 나와 있어”(‘말해 Yes Or No’) 지금, 그의 솔로곡 ‘Boys And Girls’는 공개된 지 보름을 훌쩍 넘기고도 음원차트 5위 안에 랭크 중이다. 막강한 소속사의 후광을 업지 않고 오로지 능력만으로 지금의 자리에 앉은 ‘Young Blood’의 탄생이다. 아직도 지코가 아이돌치고는 괜찮다고 생각하나? 글쎄, 아돈띵쏘.

황정음, 믿고 보는 황정음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중계가 원래 방영 예정이던 드라마의 결방에 대한 팬들의 항의로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황정음 주연의 MBC [그녀는 예뻤다]는 한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그의 또 다른 작품 MBC [킬미, 힐미] 역시 마찬가지였다. SBS [자이언트], MBC [골든타임], KBS [비밀]에 이르기까지 황정음은 늘 조용하게 시작해 화려하게 끝나는 드라마를 선택했고, 그는 작품마다 뛰고, 구르고, 과장된 분장을 하고, 자질구레한 업무를 하면서 ‘짠내나는’ 캐릭터를 때로는 과장되게, 그러나 현실감을 잃지 않으며 소화했다. [그녀는 예뻤다]의 흥행 역시 못생겨도 사랑스러울 수 있는 김혜진에게 현실감을 부여한 황정음의 연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2009년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성공 이후 온갖 역할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연기 폭을 넓혀온 지금, 황정음에게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혁오, 뉴 타입 인디 아이돌
“2015년. 저희에겐 모든 것이 새로운 한 해였습니다.” 밴드 혁오가 포털사이트의 ‘주요 근황’ 란에 올린 이 말처럼, 사람들에게도 혁오의 모든 것이 새로웠던 한 해였다. ‘위잉위잉’이나 ‘Panda Bear’처럼 별 볼 일 없는 청춘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 가사, 그보다 더 덤덤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보컬 오혁의 목소리,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묘하게 스타일리시한 패션의 앳된 청년들은 여태껏 봐온 무엇과 닮았다 정의할 수 없어서 더욱 매력적이었다. 심지어 [무한도전] 출연 당시, 보는 사람이 민망해질 정도로 말수가 적은 그들의 태도는 의도치 않게 귀여운 이미지마저 더했다. 음악적으로나 예능적으로나 낯선 캐릭터의 출현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그렇게 ‘나만 알고 싶은 밴드’에서 ‘모두가 아는 밴드’가 된 혁오는 타블로가 만든 레이블 하이그라운드의 첫 번째 아티스트로 영입되고, 음원차트를 역주행하고, 컵라면 CF를 찍고, 표절시비에 오르내리고, 자신들의 스타일을 유행시키는 등 웬만큼 성공한 아이돌에 버금가는 행보를 보여주었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게 데뷔 후 약 1년 안에 벌어진 일들이라는 사실이다. 인디신이니 아이돌이니 하는 구분이 혁오 앞에서는 머쓱해졌다. 그저 스타가 있을 뿐이었다.




목록

SPECIAL

image 걸크러시 콘셉트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