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류준열, 잘생김을 연기합니다

2015.11.30
“생긴 건 그렇게 생겨가지고 (담배도 안 피나?)” tvN [응답하라 1988] 속 쌍봉동 봉황당 골목에서 함께 살아온 선영(김선영)은 정환(류준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왜 “그렇게” 생겨서 담배도 피우지 않느냐는 말에는, 어떤 가치판단이 있지는 않지만 ‘잘생겼다’는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지 않은 것만큼은 분명하다. 두꺼운 눈두덩이, 쌍꺼풀이 없고 매섭게 찢어진 눈과 도톰하게 벌어진 입술. 선뜻 미남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얼굴. 심지어 덕선(혜리)의 친구들은 정환의 이미지를 “키 크고 마르고 눈 찢어진 애”, 혹은 “무섭게 생긴 애”라고 기억한다. 그러나, 그는 잘생겼다. 정확히는 [응답하라 1988]을 보다 보면, 그가 점점 잘생겨 보인다. 

[응답하라 1988]에서 정환의 친구 선우(고경표)는 학생회장에 전교 1등이고, 운동도 잘한다. 심지어 엄마에게도 잘하는 효자다. 또 다른 친구 택(박보검)은 천재 바둑 기사다. 이 ‘엄친아’들 사이에서, 정환은 공부는 잘하지만 상대적으로 평범하다. 부모와의 대화 패턴은 “예”, “아니오”, “몰라요” 정도인 무뚝뚝한 아들이자 ‘여자 사람 친구’ 덕선에게는 “특공대”, “빙신”이라고 놀리는 짓궂은 동네친구다. 수학여행에서는 교사들 몰래 양주를 숨겨 와 마실 생각을 하고, 몰래 야한 영화를 보려 극장에 가거나 야한 소설을 읽으며 좋아하는 고등학생 남자아이. 류준열의 평범해 보이는 얼굴은 그 시절이라면 흔히 있었을 것 같은 남자아이를 시청자 앞에 갖다 놓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 툭. 학생주임을 피해 덕선과 좁은 벽 사이에 숨어든 정환은 서로의 숨소리를 느낀다. 같은 집에 살면서 유독 부딪히는 일이 많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못 느끼던 감정이 다가오는 순간, 류준열의 일상적인 모습들은 설렘을 느끼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 현실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남자아이가 일상의 공간 안에서 갑자기 설레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을 때, 평범하게 느껴졌던 그 모든 순간들에 로맨스의 가능성이 담기기 시작한다. 그 낙차를 발견하는 순간, 류준열의 얼굴은 평범한 동네 아이에서 사랑을 표현하는 소년으로 바뀌고, 시청자는 류준열의 ‘잘생김’을 발견한다.

[응답하라 1988] 사전 미팅 영상에서, 류준열은 즉흥 연기를 언제 시작한 줄도 모를 만큼 자연스럽게 연기를 했고, 프로필 영상에서는 속옷만 입고 자는 모습이나 축구 게임을 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을 설명하기도 한다. 영화 [소셜포비아]에서는 관심을 받는 데 심취한 BJ 양게처럼 요즘 아이들의 극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응답하라 1988]에서 속옷만 입고 집 안을 돌아다니는 고교생의 모습이 잘 어울리기 전부터, 그는 지금 어디선가 볼 수 있는 남자아이를 연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응답하라 1988]은 그에게 만원 버스에서 덕선이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팔뚝에 핏줄이 솟아날 만큼 몸에 힘을 줘 공간을 만들고, 상대가 갖고 싶다는 선물을 은근슬쩍 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가장 평범한 일상에서 다가오는 예상치 못한 감정 표현. [응답하라 1988]은 류준열을 통해 1988년의 일상을 만들고, 다시 그의 변화로 그 시절을 낭만스럽게 채색한다. 어딘가에 있었던 것 같은, 평범하지만 내게는 잘생겨 보였던 남자친구. 그가 그렇게 다시 돌아왔다. 류준열의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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