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① 영화를 보고 나면 궁금해지는 가톨릭 질문 10

2015.11.24
가톨릭의 구마 예식을 따르는 [검은 사제들]에서는 영화 전반에 걸쳐 가톨릭 예식의 면면이 드러난다. 고풍스러운 그레고리안 성가나 라틴어 기도문, 묵주 같은 가톨릭 예식 특유의 요소들은 영화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동시에, 관객에게는 궁금증을 일으키는 낯선 부분들이다. 영화를 본 후 가톨릭에 관한 여러 가지가 궁금해질 사람들을 위해 영화 속 가톨릭과 관련된 내용들을 풀이했다.

1. 실제 구마를 하는 ‘장미십자회’처럼 구마사제들이 활동하는 경우가 있나.
장미십자회는 장재현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현재 실존하는 단체는 아니다. 하지만 17~18세기 장미십자회라는 이름의 반가톨릭 비밀단체가 실존했다는 기록은 영화 속 장미십자회와 비슷하다. 구마예식의 대부분이 가톨릭의 구마예식서를 충실하게 따른 것으로 미루어 보아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식적으로 인준하면서 알려진 국제 엑소시스트 협회(세계구마사제협회)에서도 모티브를 따온 것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 한국에는 공식적으로 세계구마사제협회에서 활동한다고 알려지거나, 한국 천주교에서 구마 직분을 받은 사제는 없다. 다만 몇몇 사제들이 ‘구마 기도법’을 일러주거나, 기도회에서 치유를 경험한 것으로 이름이 알려진 경우는 있다.

2. 신부와 부제, 수사는 각각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으로 자신의 교구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를 신부라 부르고, 이렇게 사제가 되기 위한 과정에 있는 신학생이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의 마지막 과정에서 부제서품을 받으면 부제가 된다. 기본적으로 학교에 속해 있는 상태지만 일반적으로 부제부터 성직자라고 할 수 있으며, 부제 과정 1년을 거친 후 사제 서품을 받는다. 반면 수사는 가톨릭대학교를 거쳐 교구사제가 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과정으로, 수도회에서 활동하는 수도사를 가리킨다. 수도회에서도 미사를 집전해야 하기 때문에 신학교로 수도사를 보내 수도사제를 양성하는데, 이들은 교구에서 활동하지 않고 수도회에서 활동한다. 

3. 최 부제는 자신의 세례명 ‘아가토’를 스스로 정했다고 말하는데, 왜 아가토인가. 
가톨릭에서는 세례를 받을 때 자신의 세례명을 정하는데, 유아세례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이 가능한 나이에 세례를 받는 경우 닮고 싶은 성인의 이름으로 자신의 세례명을 정할 수 있다. 최 부제(강동원)는 “남들 다 하는 거 하기 싫어서” 아가토라는 세례명을 정했다고 말하는데, 김 신부(김윤석)처럼 베드로와 같이 많이 알려진 성인의 이름을 따거나, 자신의 생일과 같은 축일의 성인들 중에서 한 명을 골라 세례명을 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 부제의 세례명인 아가토는 흔치 않은데, 해당 이름을 가진 세 명의 성인 중 알렉산드리아에서 순교한 구마자 아가토의 이름을 딴 것으로 추정된다. 

4. 최 부제는 왜 악마를 쫓으면서까지 성가 연습을 빼고 싶어 했나. ‘행복한’ 성가 연습은 그렇게 힘든 것인가.
신학교에서의 생활은 상당히 엄격하게 틀이 잡혀 있기 때문에 기상 시간, 자는 시간, 공부 시간이 모두 정해져 있다. 이렇게 정해져 있는 일과를 모두 수행하면서 쉬는 시간을 빼서 계속하는 것이 성가 연습이니, 최 부제가 싫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신학교는 엄격한 규율을 따르며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한다. 특히 가톨릭대학교 1학년과 대학원 1학년 때 갖는 ‘영성의 해’에는 외부와의 소통을 최대한 단절하고 치열하게 기도하는 시기를 갖기 때문에, 이때는 인터넷과 핸드폰은 물론이고 외출도 허용되지 않는다. 최 부제가 대담하고 민첩하게 술을 몰래 사러 나갔던 것도 이때가 아니었을까. 

5. 영화에 나오는 묵주는 언제 사용하고, 어디에 가면 구할 수 있나.
[검은 사제들] 제작진에 따르면 영화에 등장한 5단 묵주는 영화를 위해 특별 제작된 것으로, 영화 소품팀에서 산호석을 구입해 가원공방 대표의 도움으로 서울시 무형문화제 제 37호, 옥장 엄익평이 직접 장미 모양을 조각했다. 이렇게 조각된 묵주알을 '화수분 주얼리 공예 아카데미'에서 하나 하나 금속 체인으로 수작업으로 꿰는 작업을 거쳐 완성됐다. 또한 묵주 끝에 달린 십자가 펜던트는 외국에서 구입했다고 한다. 묵주는 각 교구 성당에 대부분 있는 성물방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은 몇천 원대부터 수십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영화에 등장한 5단 묵주 외에도 팔찌 형태의 1단 묵주, 묵주 반지 등 여러 형태가 있다. 다만 묵주는 액세서리가 아니라 묵주기도를 드릴 때 사용하는 보편적인 가톨릭의 성물 중 하나다. 구슬 한 알마다 드리는 기도가 정해져 있어, 주님의 기도(주기도문) 한 번과 성모송 열 번으로 구성되는 열한 개의 구슬이 한 단이 된다. 따라서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묵주기도 5단을 한 바퀴 돌기 위해선 약 30~40분 정도가 소요된다.

6. 최 부제가 외우는 라틴어 기도문이나 ‘미카엘의 기도’, ‘해방의 기도’는 어디에 가면 들을 수 있나.
최 부제가 구마 의식에서 김 신부를 보조하며 드리는 ‘미카엘의 기도’와 ‘해방의 기도’는 모두 일반 미사가 아니라 구마 의식에서 사용되는 기도문이다. 그중에도 ‘미카엘의 기도’는 성경에 등장하는 세 대천사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중에서 칼을 들고 악마와 대적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미카엘 대천사의 힘을 비는 기도다. 가톨릭에서 십자 성호를 그으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를 외우는 성호경 역시 중요한 기도문 중 하나다. 다만 최 부제는 기도문을 라틴어로 외울 때가 많은데, 교구 성당의 일반 미사에서는 미사 봉헌 시 대부분의 기도문을 한국어로 드린다.

7. 최 부제와 김 신부가 구마 예식에서 부르는 성가는 어디서 들을 수 있나. 사제나 부제들은 성가 연습도 하는 건가.
최 부제와 김 신부가 구마 예식에서 부르는 성가는 그레고리안 성가 ‘Victimae paschali laudes’로, 부활 대축일 미사에서 부르는 부속가다. 신학교 필수 과목에는 성음악이 있어 그레고리안 성가를 비롯한 성가들을 배운다. 특히 부활 성야 미사에서는 부제들이 부활 찬송(Exsultet)을 주로 부르기도 하기 때문에, 최 부제 역시 성가 연습을 많이 했을 것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평소 교구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는 그레고리안 성가보다는 한국어 성가를 부르기 때문에, 장엄한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고 싶다면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는 성음악 미사를 진행할 때, 혹은 성탄이나 부활 미사에 참석하는 것이 좋다.

8. 김 신부와 최 부제가 포도주를 마시는 의식에서, 김 신부가 ‘좋은 것 좀 사 오지’라며 핀잔을 준다. 신부님들은 어떤 포도주를 마시나.
밀떡과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성체 성사 때 진행되는 영성체 의식으로 예수가 십자가를 지기 전 열두 제자들과 가진 최후의 만찬을 재현하는 예식이다. 김 신부는 ‘좋은 것 좀 사 오지’라고 핀잔을 주지만, 빵(밀 전병)과 포도주가 실제 예수의 몸과 피가 된다고 믿으며 이를 자신 안에 모시는 의식이기 때문에 규정상으로는 미사 때 사용하는 포도주와 빵은 순수한 포도와 밀로만 만들어야 한다. 누룩이 들어간 빵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동그랗고 얇은 밀 전병을 사용하며, 포도주 역시 공인된 미사주를 사용한다. 한국 천주교에서 공인한 미사주는 경북 경산의 마주앙 공장에서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의 엄격한 규정에 따라 생산된다고 한다.

9. 김 신부와 최 부제가 입는 수단은 누가, 언제 입는 옷인가. 흰색 칼라는 그렇게 뺐다 끼웠다 할 수 있는 건가.
최 부제와 김 신부가 입고 있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와 같은 복장이 정복 수단으로, 보통 성직자들이 입는 평상복으로 볼 수 있다. 수단의 검은색은 죽음을, 흰색 로만 칼라는 로마 가톨릭을 상징하며 속세의 자신을 죽이고 가톨릭에 순명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신학생들도 모두 수단을 입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신학교 3학년 때 착의식을 한 이후부터 수단을 입을 수 있다. 가끔 백색 수단을 입는 경우가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더운 국가에서의 계절상 편의 때문이다. 최 부제가 입는 반팔은 활동성을 위해 간편화된 클레지 셔츠로 반팔과 긴팔 셔츠 형태가 있다. 정복 수단에서는 수단 아래에 받쳐 입는 흰 옷이 따로 있어 로만 칼라를 탈부착 할 수 없지만, 클레지 셔츠에서는 영화에서처럼 끼울 수 있다.

10.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어떤 성인인가.
영화에서는 아시시에서 보물급이라는 프란치스코의 종과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등장한다. 아시시에서 보내와 구마 예식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프란치스코의 종은 영화적 설정이지만, 이탈리아 아시시가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시작된 곳이자 중심지인 것은 사실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부유한 부모님 아래에서 태어나 자랐으나 봉사하는 삶을 위해 길거리에서 자신의 옷까지 모두 벗어버린 것으로 유명한 성인이다. 따라서 그의 모범을 따르는 수도원인 프란치스코 수도회 역시 청빈과 봉사, 겸손을 기본으로 한다. 한국에서도 병원 등 일선에서 봉사와 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 일반인이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수도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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