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의 불안장애가 알려준 것들

2015.11.23
사진 제공. MBC
네이버에서 ‘정형돈 불안장애’를 검색하면 총 2,548건의 기사(2015년 11월 21일 4시 기준)가 나온다. 정형돈이 불안장애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 뒤 미디어가 엄청난 관심을 보인 결과다. 그의 과거 발언과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향을 불안장애와 연결하는 기사들도 있었고, 심지어 지난 18일 SBS [한밤의 TV연예]는 정형돈이 아내와 함께 과거에 마트, 공연을 갔던 사진 등을 마치 최근 소식처럼 보도했다 그의 소속사 FNC 엔터테인먼트로부터 반박을 당하기도 했다. 미디어는 2002년 KBS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정형돈의 지난 13년을 불안장애라는 증상 안에서 해석했지만, 그가 지금 어떤 고통에 시달리고 무엇이 필요한가 보다 그의 최근 사진 한 장을 입수하려 했다.

연예인들은 피로 누적, 수면부족,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상 인기의 부침이 심하고, 쉼 없이 이어지는 미디어 노출이 심리적인 압박을 주기 때문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소장은 YTN 라디오에서 “남을 즐겁게 하는 경우에는 너무 남들을 생각하다 보니 본인의 정신건강을 소홀히 할 수 있다. 얼마 전 로빈 윌리엄스가 자살했는데 우울증이 굉장히 높은 직업 중 하나는 코미디언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내보여야 하기 때문에 창조적인 에너지가 고갈되기 쉬운 직업”이라 말하기도 했다. 정형돈 역시 과거 SBS [힐링캠프]에서 “학교나 집안 도움 없이 혼자 이상하게 잘 됐다. 내 밑천이 드러날까 봐 불안하다. 이 성공이 계속되지 않을 것 같아 지나칠 정도로 불안해 약을 먹고 있다. 내 능력 밖의 복을 탐하다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2년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가 공황장애를 밝힌 이후, 최근의 김구라와 정형돈까지 이런 증상을 밝힌 연예인들은 꽤 많다.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사회불안장애, 범불안장애,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분리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7개의 다른 양상을 포함하는 의미로 쓰이는 불안장애(anxiety disorder)를 겪는 사람들은 올 한해 50만 명이 넘었을 정도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 증상의 심각성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불안은 위험을 대비하도록 설계된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과도하고 병적인 불안이 일상을 방해할 정도로 지속되면 그것은 장애가 된다. 정형돈은 [힐링캠프]에서 자신의 불안장애에 대해 “갑자기 사람들이 나를 찌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말했는데, 그만큼 불안장애의 상태가 심각해지면 당사자는 부정적인 생각에 집착하고 그 가능성을 과대 해석한다.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공황장애 역시 빠른 심장박동, 가쁜 호흡, 가슴 통증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고, 공황발작을 겪는 사람은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곧 죽을 것 같은 공포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런 증세를 몇 번 경험하게 되면 그 충격에 언제 다시 이 발작을 겪을지 모른다는 ‘예기불안’에 시달리고, 일상을 늘 긴장상태로 지내게 된다. 그만큼 이런 심리 장애는 단순한 우울함과 공포를 뛰어넘어 일상적인 삶을 파괴한다.

그러나 이런 심리적 장애는 가족들이라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정신과 전문의 유상우 박사는 그의 저서 [공황장애 벗어나기]에서 가족들의 이해와 협조가 치료에 있어 필수적인 공황장애의 경우, 공황장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 가족들 사이의 간극을 조정하는 일이 의사의 업무였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 변화를 준 계기가 이경규가 공황장애를 밝힌 것으로, 이때 이후 대중의 인식 변화가 일어났다고 설명한다. 연예인은 각종 불안장애에 걸릴 위험이 많은 동시에, 역설적으로 불안장애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가장 쉽게 알릴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일반인의 공황장애 치료에 있어 가족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라면, 미디어에 노출되는 연예인은 여기에 더해 미디어와 대중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미디어는 많은 연예인이 공황장애나 불안장애에 대해 밝힐 때마다 그들의 증세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이나 사생활 노출에 대한 배려보다 ‘충격’, ‘진실’, ‘과거 발언’ 등의 단어를 쓸 수 있을 법한 기사거리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공황장애나 우울증 등 심리장애는 쉬지 않고 달려온 인생에 잠시 쉼표를 찍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지나친 성실함과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 자기 삶에 대한 불만족과 불안으로 내몰았다면, 심리장애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혔던 상황들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조정 기간’이라는 것이다. 공황장애를 겪었던 김구라 역시 “불안하게 일을 시작해 항상 일 욕심이 있었다. 일을 사양하는 법 없이 쉬지 않았다. 약을 꾸준히 먹고 마음가짐을 다르게 하려고 노력해 공황장애를 극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불안장애는 한 사람이 위험에 빠졌다는 경고이기도 하고,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면 치료도 가능하다. 다만 연예인의 경우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미디어도 그 치료 과정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명확한 답은 없을 것이다. 다만 정형돈을 비롯한 불안장애를 겪는 사람에 대해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최소한의 배려는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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