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

2015.11.20

온라인에서 글을 써서 책으로 만든다. 9월 한 달간 진행된 출판 지원 이벤트에 총 1,200여 명의 작가가 2만 2,000여 개의 글을 기고했다. 출판사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 6월부터 베타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는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다. 브런치는 이 이벤트를 통해 올해 말 5권을 출간할 예정이고, 여기에는 [감성여행수필집] 같은 포토에세이부터 [퇴사의 추억]과 같은 개인의 경험담까지 다양한 종류의 글들이 담긴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시대에, 브런치는 역설적으로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중이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글로만 게시하면 사람들이 잘 읽지 않고 노출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브런치는 글만 쓴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 [퇴사 권하는 여자]로 브런치북 은상에 당선된 정유민 작가의 말은 왜 새로운 글쓰기 플랫폼이 필요했는지에 대한 힌트다. 네이버의 경우 검색이 잘 돼서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만큼 쓰는 사람도 많아 검색 상위에 노출되기도 쉽지 않다. 자신의 글을 많은 사람에게 노출하려면 글을 쓰는 능력뿐만 아니라 블로그를 꾸미는 디자인 감각과 함께 상위 노출에 대한 전략이 필요했다. ‘블로그 마케팅’이라는 검색으로 총 756건의 도서가 나오는 이유다. 

브런치는 이런 문제가 낳은 틈새를 공략했다. 모든 꾸미기 기능을 덜어내서 글쓰기 창을 켜면 오로지 흰 여백과 편집을 위한 작은 아이콘이 세로 정열로 보인다. 글을 쓰다 편집을 하고 싶으면 ‘드래그’만 하면 되는 등 직관적이다. 편집 창과 발행 창이 동일해 이용자가 독자를 고려해서 편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모바일에서도 동일한 환경에서 편집할 수 있다. 글 자체를 쉽게 쓰고 예쁘게 볼 수 있게 하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브런치는 사진을 쉽고 예쁘게 꾸밀 수 있는 인스타그램의 텍스트 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 브런치에 모이는 이유다. 

정유민 작가는 “비슷한 주제로 글을 엮는 매거진 형태나 스스로 화두를 정하고 글을 쓴다는 점에서 기획과 콘셉트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며 브런치의 ‘셀프 퍼블리싱’ 기능이 글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기자로 살아간다는 것]으로 브런치북 은상에 당선된 CBS [노컷뉴스]의 신동진 기자는 글 쓰는 사람에게 브런치가 갖는 장점에 대해 “브런치는 초반에 글에 관심 있는 사람을 필진으로 선택했다. 아무래도 작가를 선정하는 구조가 있다 보니 필진으로서 책임감을 갖게 되고 좋은 글이 나오는 배경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브런치의 이용자는 좋은 글 그 자체로 승부를 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브런치북을 통해 [세계초고층빌딩들과 멸종 및 위기동물들]을 출판하는 출판사 이야기나무의 담당자는 “브런치의 글을 모두 읽었을 때 일반적인 글보다 평균적으로 콘텐츠 수준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브런치는 아직 베타서비스다. 또한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하면서 다음 클라우드(12월 종료), 마이 피플(2016년 2월 종료) 등 기존 서비스를 종료한 경우를 생각하면 브런치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브런치 측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가장 쓰고 싶은 플랫폼이 되는 것”을 목표로 “좋은 글이 많이 쓰이고 공유될수록 그 가치가 입증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디어에는 장문의 글쓰기를 쉽게 만들려는 흐름이 분명히 존재한다. 브런치와 유사한 미국의 퍼블리싱 플랫폼 미디엄은 4년째 지속되고 있고, 페이스북 역시 노트 기능을 새로 만들어 사용자들이 블로그처럼 긴 글을 쓰는 공간을 마련했다. 책을 멀리하는 시대라지만, 모바일 기기로 ‘좋은 글’을 읽고자 하는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플랫폼에서의 글쓰기는 새로운 읽기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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