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무도│③ 올해의 멤버별 웃음 지분은?

2015.11.17

정형돈이 MBC [무한도전]을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임시 하차했다. 멤버들의 연이은 하차로 ‘식스맨’을 통해 새 멤버 광희를 뽑은 지 몇 개월 만의 일이다. 그만큼 앞으로 멤버들이 짊어질 짐은 더욱 무거워졌고, 점점 더 영역을 넓혀가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멤버들은 보다 많은 능력을 요구받는다. 그래서 [무한도전] 멤버들의 현재를 웃음 지분으로 정리했다.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이후 [무한도전] 멤버들이 설명을 위한 멘트, 다른 사람이 했던 멘트의 반복, 일반적인 질문, 단답형 대답 등을 제외하고 유의미한 재미를 만들어냈던 것만 집계해 정리했고, 그 의미에 대해 분석했다. 10주년 동안 힘차게 달려왔지만, 앞으로도 전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유재석(217회)
올 한 해 유재석은 [무한도전]에서 총 217회로 멤버들 중 가장 많은 웃음을 끌어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 그가 얼마나 많이 웃겼는지는 차라리 부차적인 문제다. ‘해외 극한 알바’에서 광희의 상식 부족을 꼬집어 이것이 ‘바보 전쟁’으로까지 이어지게 한 것도, 다시 ‘바보 전쟁’에서 심형탁이 부른 애니메이션 [미니언즈]의 노래에 모두가 부끄러워할 때도 다 함께 춤을 출 수 있도록 분위기를 끌어 올린 것도 그다. 가요제 에피소드나 ‘바보 전쟁’처럼 게스트가 많은 프로그램에서는 진행자로서 게스트를 고루 챙겼고, ‘웃음 사냥꾼’처럼 재미없다는 반응이 많았던 에피소드에서는 먼저 나서서 최대한 웃음을 끌어낸 것이 수치상으로도 증명된다. 특히 후반기 에피소드로 올수록 유재석의 웃음 비중이 높아졌는데, 이는 정형돈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그와 함께 웃음을 끌어줄 수 있는 멤버가 많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유재석은 이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다. 문제는 누가 그의 옆에 설 수 있는 가다.

광희(81회)
[무한도전]에 73개월, 정확히 2,105일 만에 새로 들어온 멤버다. 그만큼 ‘식스맨’ 이후 그의 활약에 시선이 집중됐고, ‘무한도전 신고식’에서는 총 17회의 웃음을 일으킬 만큼 분전했다. 또한 ‘로맨스가 필요해’의 전반부에서는 그가 호감을 밝힌 유이와 에피소드를 이끌었고, 7회 동안 진행된 가요제 기간에는 슈퍼스타 지드래곤, 태양과 대비되는 입장의 친구로서 일정 분량을 확보했다. 특유의 휘적거리는 몸으로 빅뱅의 ‘뱅뱅뱅’ 춤을 추거나, 수상보트를 타다 근력이 없어 물에 빠지는 등의 모습은 신체적으로 약한 것은 물론 [무한도전] 내의 입지도 확실하지 않은 그와 잘 어울렸다. 여기에 ‘포상휴가 특집’에서 간디를 “해골 물 마신 분”이라고 하는 등 무식한 모습도 하나의 캐릭터가 됐다. 그러나 정작 ‘바보 전쟁’에서는 에피소드의 초점이 게스트에 맞춰지면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고, ‘배달의 무도’나 ‘생활 계획표’처럼 각자 분량을 만드는 것에는 아직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다. ‘주말의 명화’에서 의도치 않은 ‘발연기’로 웃음을 일으킨 것이 그나마 기억에 남는 순간. 새로운 멤버로서 관심을 받는 시기는 지났고, 이제 스스로 웃음을 찾아야 할 때다. 점점 화면에서 보이지 않는 후반기의 부진을 이겨낼 수 있을까.

박명수(133회)
박명수는 오랫동안 [무한도전]의 ‘2인자’로 불렸고, 그 말을 증명하듯 그는 올해도 133회의 유의미한 웃음을 일으키며 2위를 차지했다. 특히 15회의 웃음을 만들어낸 ‘끝까지 간다’처럼 추격전이거나, ‘무도 큰잔치’(16회)와 ‘무한도전 신고식’(10회)처럼 몸을 쓰는 코미디를 할 때는 활달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가요제의 첫 회였던 ‘가면무도회’(9회)에서는 혁오와 자이언티 등 처음 보는 게스트에게 면박을 주며 웃음을 끌어냈다. 다시 말하면 잘 해오던 것에서는 여전한 능력을 보여줬다는 의미. 또한 가요제 동안 ‘재환 씨’ 유재환을 발굴했다. 그러나 [무한도전]이 점점 더 게스트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로맨스가 필요해’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고, 가요제에서는 아이유와 곡 선정을 놓고 갈등하면서 인상적인 순간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리고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이후 ‘웃음 사망꾼’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여전히 웃길 수 있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준하(84회)
84회. 광희에 이은 웃음 지분 5위. 광희가 ‘식스맨’ 이후에 합류한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스스로 웃음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배달의 무도’에서 사연자 할머니와 똑같이 꾸미고 밥을 하거나, ‘웃음 사냥꾼’의 바야바, ‘무도 투어’의 대장금 등 다양한 분장으로 인상적인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또한 ‘해외 극한 알바’ 당시 만난 코끼리 도토의 이야기는 그가 SNS에 올린 글과 사진을 통해 화제가 되면서 이후 가요제의 랩으로까지 이어지는 스토리가 됐다. 웃음을 일으키는 횟수 자체는 적지만 하나라도 소재가 생기면 임팩트 있는 웃음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10주년 앙케트’ 특집에서 오디오감독이 오디오를 꺼버리고 싶은 멤버 1위, 조명감독이 조명을 꺼버리고 싶은 멤버 1위 등으로 뽑히는 등 여러모로 놀리기 좋은 캐릭터고, ‘무인도 2015’에서 드론에서 떨어지는 감,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이 줄곧 그의 입에만 떨어지면서 먹는 것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캐릭터라는 것을 보여줬다. ‘무한도전 클래식’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며 짜장면을 먹는 장면은 정준하가 무엇을 잘하는지 보여준 순간. 그러나 가요제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하는 등 타인과의 대화가 필요하거나 스스로 에피소드를 이끌어가야 할 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딱 정준하에게 기대하는 만큼 활약한 한 해였다.

하하(96회)
유재석의 무릎에 앉아 재롱을 부리고, 다른 멤버들에게는 깐족대는 멤버. 하하는 [무한도전]에서 막내가 된 자신의 위치를 이렇게 활용했고, 이것은 멤버들의 관계가 부각되는 에피소드에서 힘을 발휘했다. 멤버 간의 추격전인 ‘끝까지 간다’에서 12회의 웃음을 주며 올해 에피소드 중 가장 크게 활약한 것은 그만큼 멤버들의 관계를 잘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10주년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유재석에 대해 “서른넷에 [무한도전]을 만든 거야? 우와!”라고 감탄하고, 그만하라는 정준하에게는 “형은 서른넷에 뭐했어?”라며 면박을 주는 모습은 그가 멤버들의 캐릭터를 잘 이용한 장면이다. 멤버들끼리 있을 때 유재석이 할 수 없는 부분을 긁어 주면서 프로그램 진행을 원활하게 하는데 한몫했다 할 수 있다. 그 결과 현재까지 96회로 웃음 지분 공동 3위. 가요제 기간에도 자이언티의 노래에 얽힌 사연을 뽑아내는 등 어느 정도 진행자로서의 역량도 선보였다. 정형돈의 공백으로 유재석 외에 전체적인 진행을 할 인물이 더욱 부족한 만큼, 조금 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욕심을 내도 좋지 않을까.

정형돈(96회)
가요제 당일 MC를 보던 유재석의 차례가 되자, 그 대신 MC를 본 멤버는 바로 정형돈이었다. 아직 유재석을 능가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무한도전] 바깥에서는 이미 ‘4대 천왕’이 됐을 만큼 MC로 자리를 굳힌 인물. 또한 과거에는 웃기는 것 빼고 다 잘한다고 할 만큼 여러 프로젝트를 잘 소화할 수 있고, 코미디언 출신인 만큼 혼자 웃음을 뽑아내는 것에도 능했다. 정재형, 지드래곤, 혁오 등 가요제에서 그와 함께한 출연자들이 화제가 되는 것은 게스트를 리드하는 그의 능력을 보여준다. 또한 때로는 유재석을 공격하며 새로운 상황도 만들어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멘트는 점점 줄어들었고, ‘주말의 명화’에서는 방송에서 빠졌으며, ‘생활 계획표’에서는 숙소에서 누워만 있었다. 그래서 결국 [무한도전]에서 총 96회로 하하와 함께 3번째로 웃음을 끌어냈다. 그리고 이제는 어렴풋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하다. 어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글. 심하림
디자인. 전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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