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에 [셜록 홈즈] 전집을 24년간 볼 수 있다면

2015.11.16

최근 eBook 서점 리디북스는 [셜록 홈즈] 전집과 세계문학전집을 만 원에 24년간 장기대여하고, 지불한 만 원은 그대로 포인트로 돌려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YES 24 eBook도 역시 지난 9월 [마션]을 7,350원, 크레마 머니 이용 시 3,675원으로 할인해 10년간 장기 대여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전자책에 대한 생소함을 제외한다면, 종이책의 1/3 정도 가격에 반영구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전자책 서점의 이벤트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리디북스 측에 따르면, 장기 대여 이벤트에 대한 반응은 일반 이벤트에 비해 폭발적인 수준이다.

영구 소장과 달리 10년, 혹은 24년 후에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측면에서 전자책 서점의 관리는 한 단계 더 늘어나게 된다. 판매가 아닌 대여라는 점에서 출판사에 양해를 구하고 협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여를 통해 저렴하게 전자책을 공급하는 것은 전자책 사용자들을 늘리기 위한 정책적 측면이 강하다. 리디북스와 한국이퍼브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강세로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침체되었다는 평가 속에서도 올해 각각 ‘리디북스 페이퍼’와 ‘크레마 카르타’를 새로 출시했다. 리디북스 페이퍼는 책을 넘기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물리키를 추가했고, 크레마 카르타는 화질을 높이고 종이책과 같은 느낌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종이책을 읽을 때의 느낌을 원하는 사용자들의 수요에 최대한 맞추려는 시도다. ‘리디북스 페이퍼’와 ‘크레마 카르타’는 모두 완판됐고, 리디북스의 경우 ‘리디북스 페이퍼’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며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장기 대여 이벤트와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통해 전자책이 설득하는 것은 결국 책에 더 쉽게 접근하는 경험이다. 21만 명의 회원이 이용하는 ‘디지털 감성 e북카페/전자책의 모든 것 네이버 대표 이북카페’에서는 추리소설이나 로맨스, 판타지 같은 장르소설처럼 쉽게 읽히는 책으로 시작해 ‘독서 근육’을 늘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종종 올라온다. 전자책은 쉽게 읽기 좋은 책을, 저렴한 가격에, 어디서든 편하게 보게 하는 경험을 주는 것이다. 2015년 2월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자책 사용자들의 선호 장르는 장르문학이 28.4%, 일반문학 23.3%, 자기계발 8.8%로 여전히 장르문학이 가장 높지만, 일반문학의 비중도 장르문학을 따라잡고 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에서 시작했던 수요가 더 본격적인 책들을 전자책으로 읽으려는 수요까지 번져 가면서, 출판사들도 최근 이슈가 되는 도서들은 전자책으로도 동시 출간하는 흐름에 맞춰 나가고 있는 추세다.

몇 년간 끊임없이 주목을 받아왔음에도 아직 전체 출판시장의 2~5% 정도만을 차지하고 있는 전자책 시장의 잠재력이 과연 언제 진가를 드러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과거부터 지적되던 서점 간 호환성이나 DRM을 둘러싼 저자와 출판사, 유통사, 독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들 역시 여전히 곳곳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교보문고 콘텐츠사업팀 류영호 차장은 지금 “종이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전자책도 많이 읽는다”면서, 독서 문화가 확대될 때 종이책과 전자책 시장이 상호보완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세계 전자책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미성숙한 시장과 느리게 싹트는 잠재력 속에서, 쉽게 읽히는 책을 편하게 읽는 전자책이 독자들을 이끄는 길은 결국 책과, 책을 읽는 행위로서의 독서라는 개념의 재정립이다. 언제가 되든 전자책이 독자들에게 이런 관점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면, 사람들의 기대처럼 전자책 시장이 전체 출판시장의 20%를 차지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 경험해보면 어떨까. 전자책으로 [마션]의 첫 구절을 읽을 때의 짜릿함을.

글. 고예린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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