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맘’이 꺼낸 파워블로거의 세계

2015.11.12

많은 사람들은 ‘도도맘’ 김미나 씨를 강용석 변호사와의 스캔들로 알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오래 전부터 주부들에게 제법 알려진 블로거였다. 2013년 중앙일보 계열 명품 전문 월간지 [J look]의 블로거단인 ‘제이루커’로 발탁되면서 더욱 이름을 알렸다. 월간지 [여성중앙] 인터뷰로 자신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한지 닷새만인 지난달 31일, 굳이 전체공개로 지난해 10월 명품 행사장에서 유명인들과 함께 찍은 옛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김미나 씨는 이미 세계 4대 보석 브랜드인 반 클리프 앤 아펠, 세계 시계 산업을 쥐락펴락하는 스와치 그룹 오메가의 초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파워블로거 중 특히 더 유명해서는 아니다. 기업들은 현재 네이버 블로그를 비롯해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텀블러·유튜브 등 SNS에서 일정 수준 이상 팔로워를 확보하거나 내실 있는 콘텐츠로 주목 받는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 그들 중 20~30명을 규합하거나, 신인 블로거들을 육성해 제품 후기를 올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기업은 신제품 체험, 주요 행사 초대, 항공·숙박 제공 등의 특혜를 경품처럼 내걸고, 블로거들은 그 대가로 충실한 후기를 작성하며 공생하는 것이다. 기업은 동시에 블로거들을 잠재적인 소비층으로 흡수하고, 블로거들은 특정 브랜드의 임시 홍보대사란 경력을 얻는다.

김미나 씨를 비롯한 파워블로거들이 전시하는 화려한 일상은 블로거로서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양적 기준으로만 따지면 파워블로거의 진입 장벽은 그리 높지 않다. 지난 3일 기준 ‘네이버 패션·뷰티 부문 파워블로그’에 선정된 블로거들의 이웃 또는 구독자 수는 많게는 8만여 명, 적게는 5,000여 명으로 종잡을 수 없다. 대신 전문성이 중요해졌다. 백화점 식으로 가구부터 발모제까지 홍보하는 블로거는 기업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 복수의 SNS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퍼뜨려야 매출이 오르리란 환상은 이미 깨졌다. 기업이 원하는 블로거는 고만고만한 블로거 100명이 아니라 글 한 건을 올려도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블로거 1명이다. 기업은 자기만족을 위해 글을 올리는 ‘그냥 파워블로거’인지,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특화형 스타 파워블로거’인지 치열하게 검증한다. 블로거들은 이제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매출 영향력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거나, 블로그 자체를 브랜드화해야 한다.

특히 명품 브랜드가 주목하는 파워블로거가 되려면 정보력은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의 재력이 필수적이다. 각종 브랜드 행사에 꼬박꼬박 초대 받으려면 마치 숨 쉬듯 자연스럽게 명품을 소화해야 한다.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의 VIP 고객이고, 언제든 파리·런던·홍콩의 식당에 갈 수 있는 부유층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고객 겸 블로거이기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도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른 샤넬의 크루즈 컬렉션에서 지젤 번첸과 인증샷을 찍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활동의 지향점은 힐튼가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처럼 유명세 자체로 스타가 되는 것이다. 명품이 일상인 삶을 리얼리티 쇼에 전시해 더욱 유명해진 패리스 힐튼처럼 명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파워블로거들은 블로깅을 통해 부유한 삶에 대한 불특정 다수의 선망을 유도한다. 그리고 명품 브랜드들은 이들을 통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드러난 풍족한 삶에 자극 받은 중산층 이상 예비 소비자들이 매장으로 달려오길 기대한다.

SNS로 부를 전시하면서 유명해지고, 유명해져서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그것이 다시 더 유명해지는 것으로 돌아온다. 블로거들은 리얼리티 쇼를 찍지 않아도 블로그 하나로 얼마든지 셀러브리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매스미디어 전면에 부각된 적은 없지만 특정 소비층을 겨냥한 명품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독특한 세계는 이런 식으로 꾸준히 성장했고, 그것이 파파라치 언론의 폭로성 기사와 유명인이 얽힌 법정 공방을 통해 대중에게 조금 알려지기 시작했다. 진짜 스캔들은 누군가의 사생활이 아니라 재력과 셀러브리티가 되고픈 열망을 갖춘 블로거들이 기업과 협업해 만들어낸 시장이 존재하며, 풍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대중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것 자체가 이 시장을 이끄는 동력이라는 사실 아닐까. 부유해서 유명해지고, 유명해서 더욱 부유해질 수 있는.

글. 김선주(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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