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걸│① 효정, 승희의 소원

2015.11.06
데뷔곡 ‘CUPID’에서는 사랑의 주문을 거는 소녀였고, ‘CLOSER’에서는 별을 보며 소원을 비는 소녀다. 무대 위에서든 아래에서든, 이루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오마이걸의 여덟 소녀들이 눈을 반짝이며 들려준 이야기.

데뷔 때에 비하면 인터뷰를 많이 하고 있죠? 좀 익숙해졌나요?
효정: 약간 나아진 것 같아요. 데뷔 때 쇼케이스를 했었는데 기자분들이 질문을 막 하시니까 너무 떨렸거든요. 나중에 영상을 보니까 제 말투가 “네”,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교과서를 읽는 것 같더라고요. 다음부터는 긴장 풀고 해야겠다 싶었는데 ‘CUPID’ 활동 기간 동안은 잘 안 됐어요. 이번에는 인터뷰할 기회가 많아져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어요. 마음이 좀 놓이죠.

그런데 라디오에서는 혀가 꼬이는 바람에 멤버들한테 ‘몰이’를 당하기도 하더라고요. (웃음)
효정
: 아, 사실 저희 팀은 한 명만 몰아가는 게 아니라 누군가 약간 웃긴 실수를 하면 골고루 ‘몰이’를 당하는 편이에요. 다들 어차피 장난이라는 걸 알거든요. 얼마 전에는 미미가 어머님과 통화하면서 제주도 사투리를 쓰는 거예요. 저는 경기도 출신이라 제주도 말을 처음 들어봤는데, “밥 머건?” 뭐 이러는 게 너무 신기하고 귀여워서… 한참 놀렸어요. “미미 밥 머건?” 이렇게. (웃음) 그래도 제가 맨날 웃는 상이라 그런지 괜히 놀려주고 싶은 스타일이라는 얘기는 많이 들어요.

항상 웃는 얼굴이라 ‘CUPID’처럼 본인한테 잘 어울리는 곡을 한 번 더 해보고 싶었을 것 같기도 해요.
효정
: ‘CUPID’는 저희 여덟 명의 에너지를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참 좋았어요. 저희도 ‘CLOSER’ 같은 분위기의 곡을 받게 될 줄은 몰랐고요. 그런데 노래를 처음 딱 들은 순간, 너무 좋아서 빨리 해보고 싶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이 느낌을 더 많은 분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고민하고 멤버들 다 같이 의견도 많이 냈어요. 물론 기대만큼 걱정도 있었지만, 이번 앨범 수록곡 중에 ‘PLAYGROUND’나 ‘SUGAR BABY’처럼 ‘CUPID’의 연장선상인 곡들이 있어서 엄청 아쉽진 않아요.

아련한 느낌을 표정으로 살리는 건 어땠어요?
효정
: 처음 노래를 듣자마자, 그냥 별이랑 달에 가고 싶은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좀 더 생각해보니까 별이나 달에 내가 좋아하거나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래서 그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일 것 같고. 이런 감정을 표정으로 담아내려고 했는데 막상 카메라로 찍어보니까 잘 안 나오더라고요. 멤버들한테 계속 찍어달라고 하고, 코멘트도 받고, 그걸 메모한 다음 다시 연습하면서 표정을 잡아나갔어요.

멤버들의 조언 중에 기억에 남는 것도 있을까요?
효정
: 분명 저는 무표정하게 있었거든요. 그런데 멤버들이 “언니, 너무 웃는 것 같아요” 이러더라고요. “응? 내가 웃어?” 이러고 모니터링을 해봤더니 진짜 웃고 있는 거예요. 저 스스로 느끼는 것보다 조금 덜 웃는다고 생각해야 딱 알맞은 표정이 나와요. 신기해요.

웃음만큼 눈물도 엄청 많다면서요.
효정
: 아… 사실 데뷔 초에 리더라는 자리가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지호나 진이처럼 4년씩 이 회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한 친구들도 있는데, 저는 2014년 가을쯤 합류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리더가 되니까 책임감과 부담감이 너무 컸던 거예요. 처음으로 여덟 명이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데 나머지 멤버들이 다들 제 마음을 굉장히 잘 알아주더라고요. 언니가 말은 안 했지만 이런 게 힘들 것 같은데, 우리가 도와주겠다고. 그때 멤버들 앞에서 처음으로 울었어요. 내가 멤버들한테 미리 말을 했다면 더 좋았겠구나, 하고 믿음이 가고, 너무 고맙기도 해서요.

이제 멤버들도 효정 씨가 울 것 같은 타이밍을 잘 알겠네요.
효정
: 정말 잘 알죠. (웃음) 처음에는 우는 걸 보여줄 때마다 ‘아, 나 우는 거 보여줬어. 안 되는데’ 그랬거든요. 이제는 가리려고 해도 감춰지지 않는 제 감정인 거예요. 이런 걸 좀 보여줘도 멤버들이 저를 여리게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기대게 돼요. 리더로서 약해 보일까 봐 걱정하기도 했는데 제가 좀 약해 보여도 멤버들이 강인하게 저를 받아주니까, 좋은 것 같아요.

또 다른 가족 같은 걸까요?
효정
: 나를 정말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멤버들이 일곱 명이나 더 있어서 다행이구나, 싶어요. 그리고 저희 엄마도 멤버들을 일곱 명의 또 다른 딸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멤버들 생일을 다 알고 계시더라고요. 지난번에는 “오늘 아린이 생일이지? 아린이가 막내고, 더 힘들 수 있으니까 엄마가 보내는 돈으로 뭐라도 사주렴” 이러면서 메일을 보내셨어요. 다른 멤버들의 부모님도 뭐 한 가지를 보내더라도 꼭 이만-큼 챙겨서 주시고요.

가족들이 무대 모니터링도 해주나요?
효정
: 네. 제가 라디오 생방송에 출연하고 나면, 언니한테서 바로 메일이 와요. 오늘 승희랑 네가 라디오에서 노래를 했잖아. 나는 승희의 애드리브가 좋았고, 중간에 네가 높은 음을 지를 때 솔직히 소름 돋았어, 이런 식으로 꼭 칭찬을 해줘요. 집에 있을 때는 항상 냉철하게 “너는 이 부분이 부족하니까 더 열심히 해”라고 말하는 언니였는데, 제가 멀리 있으니까 걱정이 되나 봐요. 조금 잘한 걸 엄청 부풀려서 칭찬해주는 거죠. (웃음) 한편 할머니랑 엄마는 건강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아침에 김이라도 말아서 밥 먹고 가” 하면서 김을 보내주시더라고요.

응원을 많이 받아서 긴장되기보다 행복한 데뷔 첫해였겠어요.
효정
: 저는 어릴 때부터 다이어리를 쭉 써왔거든요.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언제부턴가 옛날 기억들이 조금이라도 사라지는 게 싫더라고요. 생각날 때마다 거기에 버킷리스트도 같이 적어요. 그런데 올해는 그중 몇 개가 이루어진 거죠. 우선 시상식은 아니어도 ‘드림콘서트’ 같은 큰 무대에 서봤고, 멤버들이랑 다 같이 녹음도 해봤고요. 무엇보다 많은 팬분들께서 우리를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데뷔하고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2015년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데뷔 날 울지는 않았나요?
승희
: 무대를 마치고 대기실 한쪽 구석에서 울고 있다가 다른 멤버들한테 들켰어요. 그게 사진으로 남아 있는데, 날개 달린 큐피드 옷을 입은 멤버들이 저를 에워싸고 옹기종기 앉아 있더라고요. 효정 언니는 무대 시작하기 전부터 제 눈썹이 꿈틀거리길래 ‘얘가 많이 울컥하는구나’ 싶었대요. (웃음) 저는 올해 초에 세웠던 계획 중 제일 큰 게 데뷔였거든요.

Mnet [슈퍼스타 K 2]에도 출연했었고, 데뷔하기까지 유독 긴 시간을 보냈잖아요. 마음을 다잡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승희
: 제가 데뷔까지 9년 정도 걸렸어요. 그래서 마냥 마음 아프게만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오히려 저는 어린 나이 때 경험을 한 게 다행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도 해보고, 그러다 안 되니까 노래를 아예 안 듣기도 했어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 노력을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는 걸까, 나는 이만큼 되는 사람인 것 같은데 저 사람들은 왜 나를 요만큼 내려다볼까’ 하면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 적도 있었어요.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죠. 고난이 있어야 나중에 밟고 일어날 만한 디딤판이 생긴다는 걸 알았어요.

지금 회사에는 언제 합류하게 된 건가요?
승희
: 2014년 말쯤, 제가 멤버들 중 거의 마지막으로 들어왔어요. 그때 제가 한약을 먹으면서 3주 정도 체질 개선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WM엔터테인먼트에 들어온 지 3일 만에 그만뒀어요. 한약을 먹으면 밀가루, 육류를 다 못 먹기 때문에 다 같이 밥을 먹을 때도 계란 고명을 뺀 산채비빔밥만 제 몫인 거예요! 이틀 정도 잘 버티다가 사흘째 되는 날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 먹었어요. 거기다 며칠 후엔 제 생일이어서 멤버들이랑 같이 숙소 주변 편의점을 탈탈 털었죠. 치킨도 시키고, 멤버들이 케이크도 몰래 준비해줘서 맛있게 먹고요. 역시 행복한 추억에는 음식이 있는 것 같아요. (웃음)

다이어트는 지금도 하는 거죠?
승희
: 네. 저는 직접 만든 식초를 들고 다녀요. 호박식초랑 바나나식초 같은 거요. 물에 희석해서 먹으면 다이어트에 좋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자몽, 바나나, 파인애플, 호박까지 식초를 네 가지 정도 만들어서 먹어봤는데 호박식초가 제일 맛있어요. 의외로 호박 특유의 냄새도 전혀 안 나고, 달지만 깔끔한 맛이에요.

그런 걸 직접 다 만드는 게 귀찮진 않나요?
승희
: 저는 널브러져 있지를 못해요. 항상 뭔가를 해야 돼요. 숙소에서도 고스란히 그게 다 나오는 것 같아요. 바닥 청소도 하고, 가스레인지 청소도 하고, 도시락도 싸고, 고구마도 삶고, 빨래도 하루에 두세 번씩 돌려요. 딱히 제가 착해서가 아니라 남보다 그런 걸 잘 못 견디는 성격이거든요. 다른 멤버들한테 가스 밸브를 잠가라, 코드도 뽑아 놔라, 그런 잔소리도 종종 하죠.

언제부터 그런 습관이 들었던 거예요?
승희
: 제가 딱 엄마의 거울인 것 같아요. 멤버들한테 지금 하는 얘기들은, 제가 중학생 때 엄마한테 들었던 것들이거든요. 한 바퀴 숙소를 둘러보면 체크해야 되거나 정리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눈에 띄어요. 혼자 뚝딱뚝딱 청소를 하고 나면 기분도 좋고, 멤버들이 칭찬해주니까 여러모로 보람도 있어요. 이렇게 생활해야 생산적인 하루를 보냈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스케줄 가기 전에 다른 멤버들을 깨우기도 해요?
승희
: 네. 아침을 조금이라도 챙겨 먹는 멤버들은 일찍 깨우고, 유아랑 아린이처럼 일어나서 준비하고 바로 나가는 멤버들은 마지막에 깨우죠. 사실 잘 못 일어나는 멤버들은 없는 것 같고요, 숙소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자는 사람을 꼽자면 효정 언니예요. 언니랑 저랑 아린이, 유아가 같은 방을 쓰는데 언니가 잠들었다 싶으면 저희도 빨리 씻고 나와 거실에서 머리를 말리고, 이야기도 조용조용 해요. 그런데 언니가 워낙 큰소리에도 잘 안 깨요. 정말 푹 자더라고요.

승희 씨는 어때요?
승희
: 저는 잠이 별로 없는 편이라서 새벽에 몸이 저절로 일어나져요. 움직이다 보면 정신도 맑아지고요. 그래도 꿈은 자주 꿔요. 이번 활동을 하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만한 꿈을 많이 꿨는데요, 아, 이거 말하면 안 되는데? (웃음) 제가 꿈 얘기를 하려고 하면 멤버들이 “아껴둬. 날아가면 어떡해?” 하면서 말리더라고요. 음…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얼마 전에 화장실에 관한 꿈을 꾼 적이 있어요. 넓은 강당에 화장실이 정말 많았는데, 제가 볼일이 급해서 변기를 하나씩 다 열어봤거든요. 그런데 하나같이 변이 가득 차 있는 데다 그게 저한테 다 묻었어요. 더러워하지 않으면 좋은 꿈이라고 들어서 기대하고 있어요.

‘오늘의 운세’ 같은 것도 믿는 편인가요?
승희
: 별자리 운세나 띠별 운세를 많이 보죠. 매일 체크하지는 않지만 그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분이 개운하지 않다든가, 좀 이상한 꿈을 꿨다든가 하면 꼭 봐요. 저희가 ‘드림콘서트’ 무대에 서게 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날이 있거든요. 전날 밤에 꾼 꿈이 살짝 찜찜해서 띠별 운세를 확인했었어요. ‘오늘 기분과는 다르게 의외의 희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그러니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 그런 내용이 나와 있더라고요. 그런가? 하고 있었는데 그날 오후에 ‘드림콘서트’ 출연 소식을 들은 거예요. 그 뒤로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운세를 체크해요.

연말에도 즐거운 소식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승희
: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목표가 있다면 더 다양한 분들한테 오마이걸을 알려드리고 싶은 거랑… 크리스마스 캐롤 같은 노래를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크리스마스에는 숙소에 장식도 하고, 커다란 케이크도 만들어서 멤버들이랑 파티를 하고 싶어요. 그런데 크리스마스 때 저희에게 과연 휴가가 주어질까요? 뭐, 데뷔 후 첫 크리스마스니까 팬분들이랑 뭔가를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러고 숙소에 돌아와서 저희끼리 또다시 파티를 해도 괜찮겠죠?


글. 황효진
아트디렉터. 정명희
사진. 이진혁(KoiWorks) 
영상. 전유림
스타일리스트. 김정영, 김보나
헤어. 서윤
메이크업. 신애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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