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생존법│③ 김구라가 위기를 극복하는 법

2015.11.03

지난 9월, 김구라는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뮤지션 유재환이 주변 사람들에게 뭔가 해주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는 얘기에 “저는 말을 거칠게 해서 그 무게를 평생 지고 가야 되잖아요. 좋은 말도 나중에 본인을 짓누릅니다”라고 진지하게 충고했다. 인터넷 시대에 유명인의 흑역사는 터질 때를 기다리는 지뢰와 같다. 미리 꺼내 해체하더라도 깨끗이 제거할 수 없고, 남은 것 또한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과거에 뱉었던 말들로 수차례 위기에 부딪혔던 김구라만큼 이를 뼈저리게 느꼈던 이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살아남았다. 김구라는 어떻게,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을 것 같던 말들마저 수습하며 연예계에 뿌리내릴 수 있었을까. 그리고 자신도 미처 예상치 못한 무게를 지게 되었을 때 어떻게 대응했을까.


1. 풀릴 때까지 시도한다
인터넷 방송 [김구라와 황봉알의 시사대담](이하 [시사대담])에서 특히 심각한 언어 성폭력의 대상이 된 것은 주로 여성 연예인들이었고 2003년에는 이효리 측에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도 했을 만큼 악의적인 발언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2004년 KBS2 FM [가요광장] DJ로 지상파 라디오에 데뷔한 김구라는 하리수와 신지 등 자신이 비난했던 여성 연예인들을 초대해 관계를 회복하려 애썼고, 이효리에게도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는 입장을 적극 밝혔다. 물론 그의 방식이 처음부터 상대나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구라는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당시의 경제적 어려움과 부친의 투병 등에 대해 털어놓으며 사죄했고, 결국 2008년 KBS [상상플러스 시즌 2]에서 이효리와 만나 “(아들 동현이까지) 2대에 걸쳐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그 후로도 그는 이효리와 방송에서 만날 때마다 자신의 잘못을 언급하며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였고, 다른 연예인들에게 사과하러 다니거나 “사과받을 분들은 좀 몰아서 와주시면 좋겠다”는 농담을 할 만큼 ‘사과’를 예능의 아이템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발언의 폭력성이 웃음으로 희석되는 이 과정에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과 솔루션]을 집필한 정신의학자 아론 라자르는 ‘전략적’ 사과의 필요성에 대해 “가해한 측이 다른 이들이 자기에 대한 인식을 바꾸거나 자신의 인간관계를 유지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높이려는 시도 차원에서 행한 사과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표면적으로나마 김구라는 끈질긴 시도 끝에 과거의 과오를 어느 정도 덮는 데 전략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2. 피해자와 친구가 된다
[시사대담]에서 김구라가 인신공격을 한 연예인들은 대부분 여성이었지만, 록 가수로 활동하던 문희준은 유독 심한 욕설과 비난을 들어야 했다. 웹상에서 문희준을 조롱하는 유행에 편승해 뱉어냈던 당시의 발언들에 대해, 훗날 김구라는 “록 음악 팬이 아닌 사람들도 별의 별 별명이나 신조어, 합성사진을 다 만들어내면서 문희준을 마음껏 조롱했다. 그 대열에 나도 끼어 있었고, 분위기를 타서 마음껏 비난하고 실컷 욕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2008년 여름, 김구라는 자신이 진행하는 SBS [절친노트]에 출연한 문희준에게 “내가 잘못했다. 마음 한구석에 늘 미안함이 있었다. 잘 알아보지도 않고 비판했던 게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문희준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들의 관계는 화해에서 그치지 않았다. 문희준은 [절친노트]의 공동 MC로 발탁됐고, 김구라가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김구라를 쩔쩔매게 만들기도 했으며, OBS [김구라, 문희준의 검색녀]에서 김구라와 공동 진행을 맡는 등 독특한 콤비를 이루어 활동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 중 한 명이 가해자를 용서하고 친구가 되었을 때, 제3자가 가해자를 계속 비난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김구라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3. 엎드려야 할 때는 숨죽인다
위기관리 전문가 에릭 데젠홀은 “위기관리의 현실적인 목표는 스캔들을 피하는 게 아니라 인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저지른 잘못으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중요하다. 2012년 4월, 10년 전 [시사대담]에서 종군위안부 여성들을 모독했던 발언이 밝혀지자마자 김구라는 사과문을 발표하며 앞서의 경우들과 달리 잠정적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자숙 기간 중 발간한 에세이집 [독설 대신 진심으로]에서 김구라는 당시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던 이유에 대해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리려면 내가 뭔가를 보여야 했다. 그것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었다. 불 지른 사람은 나다. 손해 보는 게 아까워서 시간 끌다가는 진짜로 망한다”는 것이었음을 밝혔다.

계산적이라 해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었고, 그는 비교적 짧은 5개월간의 자숙 후 tvN [택시]로 방송에 복귀할 수 있었다. 또한 김구라는 종군위안부 여성들이 거주하는 ‘나눔의 집’을 찾아가 봉사하고 인세를 기부하는 등의 활동으로 2013년 4월 감사패를 받았고, 그로부터 두 달 뒤 ‘라디오스타’에 복귀했다. 일본에 의한 전쟁 범죄의 희생자들을 저열하게 조롱한 것은 김구라의 발언 중에서도 가장 큰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무엇보다 강조하던 돈벌이를 잠시 포기함으로써 장기적인 손해를 줄였고 피해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상황을 일단락 지었다.



4. 웬만하면 털고 간다
그러나 과거사를 대부분 정리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라디오스타’ 복귀 후 김구라는 강압적이고 무례한 진행으로 다시 비판받기 시작했다. 카라의 강지영에게 다짜고짜 애교를 보여 달라며 주문해 눈물짓게 한 데 이어, ‘중독 특집’ 편에서는 집에서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는 김신영을 무시하거나 케이윌의 애장품 아이언맨 피규어를 떨어뜨려 파손시킨 뒤 적반하장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마음에 없는 말은 좀처럼 하지 않고, 종종 다른 출연자들을 타박하는 것은 김구라의 오랜 캐릭터다. 하지만 상대가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것마저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호된 비난을 받게 되자 김구라는 이후 방송에서 “장난감을 떨어뜨린 것은 실수고, 그 뒤의 공격은 예능적 작법에 의해 재밌게 하려고 한 것이다. 그보다 위에 있는 게 시청자의 마음이라는 것을 간과했다”며 케이윌에게 사과했다.

자신에 대한 피드백에 일체 대응하지 않는 것은 이슈를 묻어버리는 데 종종 효과적이다. 그러나 비슷한 피드백이 계속될 때 이를 받아들였다는 사인을 보내는 것은 상대의 부정적인 감정을 상당 부분 해소시킬 수 있다. 그리고 10월 28일, 케이윌이 2년만에 ‘라디오스타’에 출연하며 피규어 사건이 언급되자 김구라는 “그때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5. 잘못이 없어도 책임진다
사람이 꼭 자신의 과오만으로 위기에 봉착하지는 않는다. 김구라는 2014년 무렵부터 부인의 빚 문제를 방송에서 털어놓기 시작했고, 그로 인한 공황장애 때문에 잠시 입원하기도 했다. 올봄에는 SBS [힐링캠프]에서 빚의 액수가 17억 원에 이르렀음을 고백했고, 결국 8월에는 합의 이혼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가 이혼에 대해 밝힌 글에는 개인적인 가정사를 대중에게 밝히는 이유, “서로의 좁혀지지 않는 다름을 인정한다”는 표현으로 상대를 비난하지 않는 태도,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아들의 향후 거취에 대한 답, 전처의 채무를 자신이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다짐 등 성실한 가장으로서의 면모와 대중이 궁금해하는 지점에 대한 정보가 빠짐없이 담겨 있었다. 오랫동안 아들과 함께 방송 활동을 해왔고, 토크쇼에서도 종종 가족에 대해 얘기했던 예능인에게 이혼과 빚은 상당히 무거운 이슈였지만 어려움 앞에서 비교적 의연하게 처신함으로써 김구라는 오히려 호감을 얻고 연민을 자아내는 캐릭터가 됐다. 그리고 그는 요즘 ‘라디오스타’에 이혼한 게스트가 출연하면 김국진과 함께 ‘돌싱남’ 토크를 한다. 위기가 의외의 동력이 된 셈이다.

글. 최지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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