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녀는 예뻤다]의 고준희에게 협찬이 몰릴까

2015.10.29

MBC [그녀는 예뻤다]는 지금 가장 패셔너블한 드라마다. [마리끌레르]·[바자]·[엘르]를 산하에 둔 허스트그룹의 [코스모폴리탄]이 PPL(간접광고·제작지원)에 참여했고, 주인공 네 명 중 세 명(박서준·최시원·황정음)의 직장은 가상의 패션 매거진 [더 모스트]다. 그리고 [더 모스트]의 열성적인 독자이자 패션을 사랑하는 호텔리어 민하리(고준희)는 이 드라마에서 단연 눈에 띄는 스타일로 주목받았다. 설정부터 패션 감각을 드러내는 데 유리했다. 자산총액 5,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사업체의 유일한 후계자라 습관적으로 쇼핑을 해도, 호텔에서 생일파티를 열어도, 함께 사는 친구에게 생활비를 받지 않아도, 월급 대부분을 라이프스타일에 소진해도 상관없는 소비층이다. 그렇다고 국내에서 손꼽히는 재벌의 후계자도 아니라 ‘어떤 자리에서도 흠 잡히지 않을 고급스럽고 단아한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아도 된다. 딱히 시도 못 할 패션이 없으니 명품과 컨템포러리·스트리트·스포츠 브랜드를 자유롭게 넘나들어도 어색하지 않다.

패션 업체들은 PPL에 최적화된 이 캐릭터를 절묘하게 활용했다. 고준희를 통해 저비용 고효율을 원하는 일반적인 20·30대 여성들을 공략했다. 고준희가 이 드라마에서 착용했던 고가의 해외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국내 디자이너 및 대기업 브랜드의 제품이 화제가 된 이유다. 의류·잡화 부문에서는 럭키슈에뜨·로우클래식·슈콤마보니처럼 이미 대중화된 브랜드부터 인스턴트펑크·프런트로우·SJYP 같은 신흥 브랜드까지 영리하게 안배했다. 8만 원대 시스루 블라우스, 14만 원대 나이트가운, 30만 원대 소가죽 클러치백 등 가격접근성이 탁월한 제품 위주로 골랐다. 장신구 역시 3만~9만 원대인 누누핑거스·빈티지헐리우드의 초커 목걸이와 드롭형 귀걸이를 제시했다. 80만~100만 원대인 알렉산더왕 티셔츠는 못 사도 알렉산더왕이 H&M과 협업해 1/10 수준으로 가격이 내려간 제품은 반드시 사는 소비층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일부 브랜드는 해당 제품에 ‘고준희 착용’이란 문구를 단 채 온라인 판매를 시작, 소비심리를 자극했다. ‘고준희 숏컷’도 이 같은 소비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소비자들은 굳이 청담동의 헤어샵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애시브라운 계열 염색과 소년처럼 짧게 올려 친 컷만으로 맛볼 수 있는 극적인 반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국내 브랜드의 접근 가능한 가격과 독특한 감성은 고준희에게도 중요하다. ‘패셔니스타 고준희’의 가능성은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입었던 김석원·윤원정 디자이너의 앤디앤뎁 드레스로 대중에게 부각됐다. 2013년 MBC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에서 화제가 됐던 독특한 절개선의 레드 미니스커트는 서한영 디자이너의 비바에이치, [그녀는 예뻤다]에서 주목받은 화이트 러플 블라우스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럭키슈에뜨 제품이다. 고준희는 이들 브랜드를 통해 젊고 섹시한 데다 귀엽고 재치 있는 스타일을 명료하게 드러냈고, 로맨틱코미디에 꾸준히 출연했으며, 이를 통해 구축한 자신의 이미지를 팔로워가 28만 명인 인스타그램으로 알렸다. 다시 말해,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 공효진이 상징했던 패션·드라마 융합형 장르의 새로운 얼굴이다. 공효진은 푸시버튼·럭키슈에뜨 등 국내 브랜드와 함께 완판 스타가 됐지만 KBS [프로듀사]를 기점으로 무게추를 하이패션으로 옮겼다. 그런 점에서 [그녀는 예뻤다]는 고준희가 PPL 최대 기반인 20·30대 여성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가격대 면에서 국내외 컨템포러리 이하 브랜드를 흡수해 시각화하는, 이른바 ‘컨템 여신’이 될지 가늠할 리트머스였다. 그리고 고준희는 스텔라매카트니부터 무명 브랜드까지 소화하며 PPL 격전지인 방송 3사 미니시리즈에서의 첫 시험을 통과했다. 

물론 과제는 남아 있다. 여주인공으로 나섰던 영화 [레드카펫], [나의 절친 악당들]은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고, 화제작인 [그녀는 예뻤다]에서는 황정음에 비해 비중이 작았다. 스스로 “내 대표작은 단발머리”라는 자조적인 농담을 할 만큼 아직 대표작이 없다. 패셔니스타로서의 위상도 유동적이다. 김민희와 배두나는 데뷔 초부터 패션 업계와 긴밀한 관계였지만 각각 영화 [화차]와 [공기인형]으로 전환기를 맞이한 뒤에야 하이패션이 공을 들이는 스타로 자리를 굳혔다. 고준희도 화려한 패션이란 얇은 외피에 단단한 필모그래피란 두터운 내피를 갖춰야 패션·광고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패셔니스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반면 이미 트렌드세터로 각인됐기에 연기든 패션이든 조금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도 외모·연기력에 관한 품평, 협찬 중단, 광고 재계약 실패, 캐스팅 배제 등의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예뻤다]는 고준희의 성공작이 아니라 성장통이다. 패션과 연기란 두 가지 우물을 효율적으로 파지 않으면 두 분야에서 모두 외면받는 험로에서, 그는 이제야 첫 관문을 절반쯤 빠져나왔다.

글. 김선주(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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