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 좋아요 VS 싫어요

2015.10.27
대형 기획사, 리얼리티 쇼, 그리고 무엇보다 반짝거린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멤버들. 트와이스는 데뷔 전부터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팀이었다. 그리고 데뷔 첫 주가 지난 지금, 트와이스는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있을까? 웹진 [아이돌로지]의 편집장 미묘와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가 트와이스를 짚어보았다.
 


트와이스, 9개의 번쩍이는 ‘입구’
아무튼 아이돌이란 멤버들의 매력이다. JYP 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배출한 많은 아이돌은 늘 이것에 충실했다. 서바이벌 리얼리티라는 게 그렇지만 Mnet [식스틴]은 거칠게 말하자면 매력적인 소녀들을 뽑는 자리였다. 그리고 그 결과인 트와이스는 명불허전이다. 보이시한 정연에서 화려한 나연까지, 행동이 활달한 지효에서 멍한 듯한 눈빛의 사나까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처음부터 외모로 주목받고 있는 쯔위는 말할 것도 없다. 트와이스의 구호인 “원 인 어 밀리언”들을 ‘어디서 다 찾아왔을까?’ 싶어지게 하는 일 말이다. 분명 그것은 JYP가 아주 잘하는 것 중 하나다.

그러나 아이돌이란 여러 사람이 하나의 그룹으로 묶이는 일이라, 멤버들의 특색과 조화가 중요하다. 이것은 지금껏 JYP가 잘하는 일은 아니었다. 트와이스는 바로 이 부분에서 기대감을 일으킨다. 진정한 의미에서 ‘개성이 넘치는’ 멤버들은, 누구라도 한눈에 구별할 수 있기에 충분하다. 똑 부러져 보이는 채영과 우아한 미나, 표정의 폭이 큰 다현을 혼동하기란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타이틀 곡 ‘Ooh-Ahh하게’의 뮤직비디오는 마치 아직도 서바이벌 중이라는 듯이 멤버들을 이런저런 구성으로 조합했다가는 뜯어놓는다. 9명 전원이 함께 담긴 앵글은 1분 50초대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등장하고, 멤버 각각의 캐릭터에 맞춘 배경이 격하게 대조되는가 하면 다리 찢기 대결도 벌어진다. 이 뮤직비디오는 멤버들의 차이를 강조하고, 이를 위해서라면 귀여운 약점 정도는 서슴지 않고 노출한다. 그리고 그런 다채로움은 다시 그룹의 생동감을 배가한다. ‘Ooh-Ahh하게’의 후렴은 어쩌면 흔한 멜로디지만, 보컬과 안무를 채워 넣으며 숨 가쁘게 달려 나가는 힘이 살아 있다. 곡의 곳곳에서 치고 나오는 베이스는, 귀를 찌를 듯이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며 리듬감을 준다. 그저 루프를 풀어놓고 알아서 떠들어댄 것 같은 ‘다시 해줘’를 비롯해, 미니앨범 [The Story Begins]는 이런 거친 질감으로 채워졌다. 멤버들이 원래 가진 것들이 이렇다는 식의 표정은, 더 화려해지긴 했지만 원더걸스 초기의 ‘경이’에 대한 기시감을 일으킨다.

아이돌의 여러 가지 포맷이 실험을 거친 지금, 외국인 멤버를 다수 포함한 9명이란 대인원 걸 그룹은 조금 수상쩍은 일이다. 그러나 트와이스는 그런 선택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쯔위가 센터에 서기는 하지만, 한 멤버를 ‘입구’로 삼기보다는 멤버 전원을 각각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럴 때, 대인원이란 불안 요소는 오히려 강점이 된다.

뮤직비디오 초반에는 제작비 내역서 위에서만 의미 있을 것 같았던 좀비들이, 후반에는 멤버들과 함께 춤을 춘다. 이 장면은 트와이스가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것인지를 잘 드러낸다. JYP가 원래 잘하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극대화되었다. 난장판에 가까울 정도로 다채롭고 생동감 넘치는 아이돌이다. 9개의 번쩍이는 ‘입구’를 가진 그룹이란 것이다.
글. 미묘([아이돌로지] 편집장)


부담감이 너의 방문을 두드리기 전에
‘범대중적 인기를 자랑하는 국민 걸 그룹’은 JYP의 자신감이자 자부심이다. 소속 그룹 멤버들의 잦은 이탈과 각종 구설, ‘매출 규모로만 보자면 3대 기획사라 불리기에 부족하지 않냐’는 아픈 지적까지, 천 번을 흔들린 회사를 지탱해 온 건 언제나 그들이었다. 번듯한 간판과 정식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방불케 하는 큰 규모의 프리-데뷔 무대. 데뷔 전 트와이스를 둘러싼 들뜬 무드는 얼핏 회사 잘 만나 쉽게 데뷔하는 걸 그룹의 전형처럼 보이지만, 그 공기는 한 편 그 무게 그대로 데뷔도 채 하지 않은 이들을 끊임없이 짓누르는 존재이기도 했다. 부담감이었다.

데뷔를 일주일 앞두고 공개된 파격적인 연출의 개인 티저 영상은 아마도 이런 부담감이 낳은 가장 대표적인 결과물일 것이다. 데뷔 곡 ‘OOH-AHH하게’의 어딘가 음산한 플룻 소리를 영상화 한 듯한 아홉 개의 개인 티저는 각 멤버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좀비들의 모습을 노출한다. ‘다 된 밥에 귀신 뿌리기’라는 적지 않은 원성을 산 이 콘셉트는 눈길을 끄는 데까지는 어떻게든 성공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순간의 자극이 지나간 뒤 남는 건 잠깐의 당황스러움과 휘발성 강한 공포뿐, 좀 더 많은 이에게 익숙해져야 할 멤버들의 모습과 개성은 짙은 콘셉트의 가면 아래 희미하게 자리하고 만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이미 얼굴과 캐릭터가 어느 정도 대중에게 노출되어 있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는 데뷔 주간 무대와 썩 잘 뽑혔음에도 불구하고 한 점으로 강하게 응집되는 느낌이 부족한 앨범 역시 같은 문제점을 공유한다. 보이지 않는 초조함이 눈앞의 실체를 압도하는 형상이다.

이렇듯 트와이스를 둘러싼 주객전도 충격요법의 역사는 Mnet [식스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회사 설립 이후 최초로 데뷔 조를 공개 오디션 형식으로 선발한다는 파격도 파격이었지만, 프로그램 곳곳에 알알이 박힌 부담감이 낳은 패착은 트와이스 멤버들에게 ‘한’이라도 남기지 않았을까 걱정될 정도다. 메이저와 마이너로 그룹을 나눠 매회 맞대결을 펼친 타이트한 경연 방식, 선발자가 탈락자를 직접 호명하게 만든 잔인한 구성, 7인조라는 최초의 약속을 깨고 9인조로, 심지어 탈락자 가운데 마지막 멤버의 이름을 호명하며 마무리한 드라마와 반전을 넘어선 배신의 서사까지. 부담을 덜 수 있다면 어떤 논란도 감수하겠다는 패기 넘치는 구성은 ‘JYP가 5년 만에 내놓는 새 걸 그룹’이라는 단어가 자행하는 교란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것만 같았다. 그 시간들에 비하면 이들이 JYP 걸 그룹 최초로 박진영이 아닌 타 작곡가 블랙아이드필승의 곡으로 데뷔한다는 뉴스는 그저 작은 해프닝처럼 여겨질 정도다.

준수한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다소 미묘한 위치에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고 있는 차트 성적은 어쩌면 이러한 어둠과 한의 그림자가 만들어 낸 안타까운 지형도일 지도 모르겠다. 요컨대 트와이스는 지금보다 좀 더 가볍고 경쾌하게 뛰어오를 필요가 있다. 이제 막 세상의 문을 두드린 아홉 소녀들은 넘치도록 생기발랄하고, ‘OOH-AHH하게’는 그런 소녀들이 JYP 태그 없이도 이 정도까지는 완성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보한다. 어른의 사정은 어른들에게 맡긴 채, 이제는 가진 그대로의 빛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출 때다.
글.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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