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의 루이스 대장님은 왜 디스코를 들었을까?

2015.10.22

영화 [마션]에서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은 뒤 디스코 음악을 듣는다.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말이다. 디스코? 그렇다. 마크 와트니는 디스코를 듣는다. 그가 원했기 때문이 아니라 화성에 혼자 남겨진 이후 그가 들을 수 있는 음악이 그것뿐이었기 때문이다. 화성 탐사대의 대장 멜리사 루이스(제시카 차스테인)가 화성에 가져간 개인 용품에 담긴 70년대 TV쇼, 음악이 마크 와트니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다. 사실 원작 소설에서는 디스코보다는 [600만 불의 사나이] 등의 TV쇼가 주로 언급되며, 그는 오래된 문화상품의 촌스러운 부조리함을 언급한다. 그러나 마크 와트니가 ‘싫어’하는 것은 디스코다. 오죽하면 발사에 실패한 나사의 구조용 로켓에는 디스코 외의 다른 음악이 담긴 USB가 실릴 정도다. 우주에 무엇인가 쏘아 올리는 일의 엄격함을 생각하면 사소한 문제는 아니다.

왜 하필 디스코일까? 그리고 마크 와트니는 왜 그렇게 디스코를 싫어할까? 멜리사 루이스가 1970년대 음악을 좋아한다 해도 선택지는 얼마든지 있다. 로큰롤이나 포크여도 좋고, 재즈도 어울릴 것이다. 단지 원작을 따른다면 지구촌 사람들의 고른 이해를 얻어야 하는 영화가 디스코에 집중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디스코라는 장르가 겪었던 흥망성쇠를 생각하면 이 설정은 꽤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디스코는 ‘디스코테크’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한 마디로 유흥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가 엄청난 인기를 얻기 전까지 흑인, 라틴계, 그리고 게이 문화와 연결된 것으로 여겨졌다. 특성상 외모와 패션이 지나칠 정도로 부각되는 것은 기성세대의 반감을 사는 요인이었다. [토요일 밤의 열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대중음악을 지배하는 장르가 되기도 했었지만, 그 문화적 배경과 지배적인 인기, 상업화 기류가 결합하면서 안티-디스코 운동에 맞닥뜨린다. 디스코는 빠르게 쇠퇴했고 음악계의 중심에서 벗어났다.


요컨대 멜리사 루이스의 디스코 취향은 짧게 보면 5년쯤 대중음악을 지배했던 음악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이 음악과 그 시기의 TV쇼를 좋아하는 것은 멜리사 루이스의 취향에 대한 상징이 된다. 오래된 드라마는 레드 제플린이나 밥 딜런처럼 여전히 멋지게 느껴지는 록과 포크 뮤지션들이 아니라 그 시절 한창 상업적으로 흥했다 사라진 디스코와 결합할 때 어울린다. 이 취향은 멜리사 루이스의 성장기를 지배했던 것일 수도 있고, 부모세대의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문화적으로 다양하거나 깊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반면 마크 와트니는 문화적 취향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탐사대에서 가장 어린 연령대에 속하고, 젊은 취향을 가진 것으로 비춰진다. 이런 그에게 디스코는 세대의 벽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멜리사 루이스는 단지 리더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없는, 단순한 동료애나 부채의식을 넘어서는 의지로 마크 와트니를 구해낸다. 원작의 작가가 강조한 것처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 때문일 것이다. 안티-디스코 운동이 유색인종과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를 내포하고 있었음을 생각해보면, 멜리사 루이스의 디스코 취향은 좀 더 적극적인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참고로, 마크 와트니가 평생 들을 디스코를 들었다 해도 세상에는 여전히 좋은 디스코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 곡들 중 일부를 추천해 본다. 악취미는 아니다. 누구나 혼자 있을 때, 디스코는 문득 듣고 싶을 때가 있다.

Chic – ‘I Want Your Love’
최근 가장 유명한 디스코 스타일의 히트곡은 당연히 다프트펑크의 ‘Get Lucky’다. 혹시 그 노래의 그루브를 결정짓는 나일 로저스의 리듬기타가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하다면, 당연히 Chic로 돌아가 보면 된다.

Hercules and Love Affair – ‘Blind’
이들은 DJ 앤디 버틀러를 중심으로 여러 연주자와 가수들이 참여하는 디스코/하우스 프로젝트다. 70~80년대 클럽 문화의 중심에 서있던 음악을 안토니 해거티의 감동적인 보컬을 함께 하는 기회.

Todd Terje - ‘Delorean Dynamite’
몇 년간 리믹스와 싱글 작업으로 인기를 누리고, 특히 뮤지션들이 좋아하는 DJ로 유명했던 토드 테리예의 2014년 데뷔 앨범 [It’s Album Time]은 보기 드문 역작이었다. 70~80년대 클럽 문화의 중심 음악을 현대적으로 업데이트하는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의 디스코.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목록

SPECIAL

image 아이유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