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군바리], 이토록 어글리한 만화

2015.10.19

여성도 군대를 간다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웹툰 [뷰티풀 군바리]에서 주인공 정수아의 군 생활은 제목과 달리 전혀 ‘뷰티풀’하지 않다. 의무경찰(이하 의경)에 지원한 그는 배치 첫날부터 교육 중 따귀를 맞은 것으로 시작해 내내 선임들에게 구타당하고 욕설을 듣는다. 최선임인 수경들은 수아를 비롯한 신병들을 동등한 인간이 아닌 장난감 정도로 대하고, ‘받대기’라 불리는 실무 담당 상경들은 신병을 밤에 깨워 화장실에서 윽박지르거나 때린다. 이토록 ‘어글리’한 군 생활이지만, 그럼에도 노골적으로 ‘뷰티풀’하게 그려지는 게 있다면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의 얼굴과 몸매다. 연재 초반부터 여성을 대상화해서 그린다는 비판을 받아온 건 그래서다. 주인공 수아가 가슴이 크다는 설정은 그렇다 쳐도, 환복을 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노출 장면에선 특정 부위들을 강조하고, 종교 행사 장기 자랑에 나선 수아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마치 군부대 위문 공연처럼 연출된다. 최근 에로 만화의 소위 ‘배빵’을 차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샀던 상경 류다희의 구타 장면에서 수아가 맞는 순간에는 출렁이는 가슴이, 쓰러진 자세에선 엉덩이가 부각되는 앵글이 사용됐다.

물론 해당 에피소드에 대한 “이 무거운 문제(군 폭력)를 책임 있게 마무리”하겠다는 작가의 말은 아마도 진심일 것이다. 수아가 경험하는 의경 내 폭력이 작품의 배경인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상당히 심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제로 전투 경찰 출신인 친구는 [뷰티풀 군바리]에 대해 의경 내 폭력을 우회적으로 고발하기 위한 작품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만화평론가인 청강문화산업대학 박인하 교수 역시 최근 [주간 경향]에 기고한 글에서 [뷰티풀 군바리]에 대해 “군대의 불합리가 도드라”지며 “이런 전개라면 군대폭력을 고발하거나 더 과장되게 해석하면 징병제의 부당함에 대한 논쟁이 나와야 될 텐데, 연재 중지 청원이 등장”한 것에 의문을 표한다. 하지만 폭력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그려지는 여성에 대한 젠더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폭력 묘사는 결과적으로 여성을 극단적으로 대상화 혹은 도구화한다.


기안84가 본인의 의경 복무 경험을 살려 그린 [노병가]로 증명했듯, 군 내 폭력 고발과 비판은 현실 그대로를 옮기는 것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굳이 여성이 군대를 가는 가상의 세계를 그리면서까지 실제 세계의 단면을 보여주고 싶다면, 그 우회의 이유가 작품 안에서 설명되어야 한다. 하지만 [뷰티풀 군바리]는 실제 의경들이 겪었던 폭력을 그대로 행사하거나 당하는 여성들을 보여줄 뿐, 여성들이 만드는 군대 문화는 남성과 어떻게 다를지, 그들의 폭력은 어떻게 발현될지에 대해 조금도 고민하지 않는다. 어리광 부리고, 참을성 없고, 개념 없는 부정적인 스테레오타입으로 그려지던 여성은, 유독 폭력의 가해자가 될 때만 완벽한 유사 남성 노릇을 한다. 단언컨대, 현실의 여자는 여기에 없다. 마찬가지로 현실의 군대 역시 없다. 작품 속 군대는 여성들이 구타당하는 장소를 제공하는 게 전부다. 인구 감소와 주변국 위협의 증가로 여성도 군대를 가야 하는 설정이라면, 있던 의경도 육해공군으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작품은 이에 대한 어떤 고민도 없이 여성 의경이라는 집단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실제 의경이 겪는 폭력을 너무 쉽게 재현한다. [뷰티풀 군바리]에서의 군대는 오직 수아가 불가해한 폭력을 겪는 장소로서만 구체적이다.

현실적 맥락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실제 군대의 부조리에 대한 고발이 아닌, 죽도록 맞는 여성의 신체 이미지다. 그것도 섹슈얼하게 그려진. 앞서의 글에서 박인하 교수는 “작가들은 다양한 모에 요소를 담은 여성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을 뿐, 헨타이 망가를 모사하지는 않았다”고 말하며, 그동안 특정 시장에서 허용되던 모에 코드가 “광장에서 커밍아웃을 하게 된 것”이 [뷰티풀 군바리] 논란의 핵심인 것처럼 말한다. 흥미롭지만, 작품의 불편함을 모에 코드에 담긴 여성의 성적 대상화만으로 설명하는 건 오히려 문제를 축소한다. 이것은 장르적 문법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장르적 문법을 알리바이 삼아 구현된 대상에 대한 폭력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다. 개연성이 휘발된 폭력 묘사를 통해 최소한의 주체성도 없이 대상화된 여성 캐릭터가 성적 이미지로 전시되는 건 명백히 가학적이다. 특히 군 미필자를 사회적 무임승차자로 규정하고 여자들도 군대 간 남자들의 고생을 느껴봐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한국 사회에선 얼마든지 징벌적인 쾌감의 대상으로 소비될 수 있다.

[뷰티풀 군바리]가 ‘배빵’을 모사했느냐 안 했느냐는 것과는 별개로 코스튬 플레이를 더한 가학적 포르노에 가까워지는 건 이 지점이다. 이것은 야하냐 아니냐, 성인물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가학적 욕망 혹은 쾌감을 군대라는 공간을 이용해 시각화하고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윤리의 문제다. 에두를 것 없이 [뷰티풀 군바리]는 비윤리적인 작품이다. 만화의 배경에 대해 2006년이라는 구체적 시간을 명시해 당시 실제 의경이 겪던 폭력으로 수아가 겪는 폭력을 정당화하되, 반대로 이건 가상의 대한민국이라며 폭력의 구체적 맥락이 없는 부실함을 퉁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는, 여성을 도구적으로 활용하되 비난은 피하기 위한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그래서 다시, 이 만화는 ‘뷰티풀’하지 못하다. 성찰 없이 묘사한 대상은 얄팍하다. 제아무리 가슴을 크게 그린다 해도.

글. 위근우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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