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아이돌 굿즈임을 알리지 마라

2015.10.16
사진 제공. SM 엔터테인먼트

SMTOWN 코엑스 아티움의 셀러브리티샵 ‘SUM’ 입구에는 EXO의 페이퍼토이가 전시돼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 소속 가수들의 노래 제목 타이포로 디자인된 에코백, 뚜껑에 귀여운 가수 캐릭터가 그려진 캔디, 가수별 로고가 병에 붙어 있는 젤리 등을 만날 수 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히트곡을 주제로 한 픽셀아트 상품들, 엘홀더와 파우치 등이 눈에 띤다. 정작 가수들의 사진이 들어간 브로마이드나 엽서, 포토카드세트 등은 샵의 가장 안쪽에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SM 관계자는 “굿즈들이 처음 나온 1990년대 후반에는 아무래도 팬 층이 10대에 집중돼 있었지만 현재는 연령대가 넓어졌다. 셀러브리티들의 패션, 맛집, 일상 등 라이프스타일이 주목을 받으면서 굿즈 산업 자체의 규모도 커지고 상품도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SM이 굿즈의 제작과 기획을 전담하는 부서를 따로 만들고, 품목별로 특화된 중소기업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는 등 굿즈의 종류를 다양하게 하고,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보다 가까운 굿즈를 만들려는 이유다.

“지난 추석 연휴에 집에 오시는 친척들이 신경 쓰여서 앨범, DVD, 사진 등은 따로 모아 일명 ‘덕후 박스’ 안에 숨겨뒀지만 타이포나 캐릭터로 만든 굿즈는 굳이 숨기지 않아도 된다.” 그룹 샤이니의 팬 A의 말은 아이돌 팬의 연령대가 넓어진 것과 아이돌 굿즈가 보다 다양해지는 것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이른바 ‘일반인 코스프레’라는 단어가 있는 것처럼, 직장인이 된 20대 이상의 팬이 사회생활을 하며 특정 아이돌의 팬이라고 밝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덕후 박스’ 안에 숨기지 않아도 될 상품들이 필요해진 것이다.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온라인 샵, ygeshop에서 그룹 빅뱅의 굿즈 중 CD와 DVD, 응원봉을 제외하고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YG의 각종 이벤트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곰인형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크렁크X빅뱅 인형’이다. 악동뮤지션 콘서트 ‘악뮤캠프’의 공식 굿즈였던 담요와 핸드폰 케이스 등이 정리된 게시물은 일반적인 디자인 상품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며 8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위너의 팬 B 씨는 “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굿즈는 로고만 깔끔하게 붙어 있는 소이 캔들이다. 아무래도 YG 굿즈를 소비하는 심리 중에는 굿즈까지도 세련됐다는 만족감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YG 엔터테인먼트

브로마이드나 포토북 등 좋아하는 아이돌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는 굿즈는 여전히 인기다. 다만 요즘에는 팬들이 직접 카메라 장비를 갖추고 아이돌 사진과 영상을 찍은 후 포토북, DVD, 캘린더 등을 제작하는 이른바 ‘비공식 굿즈’들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굿즈들에는 무대, 공항 입출국, 외부 행사 등 다양한 곳에서 팬들이 찍고 보정한 사진들이 담겨 있다. 기획사는 공식적으로 낼 수 없는 영역을 팬들이 굿즈를 만들어 제작하는 것이다. 최근 기획사들이 만들어내는 것처럼 사진을 이용하지 않는 ‘비공식 굿즈’도 제작된다. 최근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동물 인형’은 팬들이 직접 아이돌을 귀여운 동물처럼 표현한 도안을 짠 후 공동구매하는 형태로 제작된다. 제작 업체에 따르면 한 번에 300~500개가 최소 물량으로 주문이 들어오고, 한 명의 아이돌에 대해서도 다양한 버전으로 주문이 들어온다. 팬들은 구입한 인형들을 위해 다양한 옷을 구입한 후 갈아입히기도 한다. ‘비공식 굿즈’ 역시 하나의 시장을 형성했다고 할 만큼 커졌고, 그에 따르는 새로운 놀이 문화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굿즈들은 초상권 위반을 비롯, 불법인 경우가 많다. 또한 사진을 이용한 굿즈는 아이돌 팬덤 내에서 이런 사진 촬영의 선이 어디까지 허용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자주 벌어지곤 한다. 샤이니의 팬 A씨는 “비공식 굿즈는 가수가 음반 활동을 하지 않는 공백기에 거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팬덤 내 분위기도 있다. 앨범을 한 장이라도 더 구입하는 것이 가수의 초동이나 총 판매량 같은 수치에 도움이 되는데 ‘화력’이 비공식 굿즈에 분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한 명에게 수십 대의 카메라가 붙기도 하고, 많은 팬들이 소량으로 만드는 굿즈들을 모두 규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TV에 노출되지 않은 아이돌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고, 팬들 입장에서 보다 취향에 맞는 굿즈를 원하는 수요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비공식 굿즈’의 경우 제작자에 따라 가수를 서포트하는 선물 구입비용에 쓰는 곳도 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피해를 입히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의 일종의 절충선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아이돌 굿즈는 주변의 시선부터 보다 다양한 굿즈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 아이돌에 대한 감정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새로운 시장의 룰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아이돌 산업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팬들은 다양해지고, 그만큼 그들을 소비하는 방식 역시 다양해진다. 십 수 년에 걸쳐 진화한 팬클럽 문화 역시 아이돌을 소비하는 방식을 세분화시켰다. 다른 이에게 들키지 않고 아이돌을 내 일상 속에 침투시켰다는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누군가가 포착한 ‘공항’이나 ‘행사’의 빛나는 한순간을 소유하기 위해, 다양한 옷을 갈아입히며 내가 원하는 이미지로 만들어보기 위해, 혹은 이 모든 복합적인 욕구를 풀기 위해, 누군가는 직접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TV에서 각종 자료를 찾아보며, 누군가는 2차 창작물을 보기도 한다. 그에 따라 소비하는 굿즈 역시 다양한 갈래로 뻗어나가고 있다. 지금 굿즈의 다양한 스팩트럼은, 지금 이 순간 ‘팬심’의 다양한 결을 짐작하는 지표인 것이다.

글.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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