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ON의 HALF GOOD, HALF BAD

2015.10.12

“공산주의에서 식량 배급하는 것도 아니고 1/7 할 필요 없다.”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프로듀서 양현석은 iKON의 첫 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파트 배분 문제로 고민하는 B.I에게 이렇게 조언했다고 밝혔다. 똑같은 분량을 나누어 부를 필요 없이 적절히 균형만 맞추면 된다는 말이었겠지만, 결과는 ‘리듬 타’에서 B.I와 바비의 파트는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정찬우의 파트는 0초일 만큼 극단적이다. 곡의 구성을 감안한다면 납득할 수 있는 전략이다. ‘리듬 타’는 제목 그대로 여유로운 그루브와 무게감 있는 바운스가 중심을 잡고, “이건 그냥 노래니까 리듬 타”라는 가사를 포함해 같은 구절이 계속해서 반복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거나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대신 느긋하게 흘러간다. 누구의 귀에도 쉽게 들어올 만큼 단순하되 곡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는, 멤버들의 역량과 개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Mnet [WIN]과 [MIX&MATCH], [쇼 미 더 머니 3]를 거치며 패기 있는 래퍼로서 캐릭터를 확실히 잡아놓은 B.I와 바비의 비중이 유난히 높은 이유다.

그러나 둘의 개성과 비중은 YG가 짜놓은 판 안에서 다져진 것이다. 데뷔 앨범의 제목이 [WELCOME BACK]일 만큼, iKON은 데뷔 전부터 [WIN]과 [MIX&MATCH] 등을 통해 팀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리더로서 가장 부각된 것은 리더로서 고민하고 노력하는 B.I, 스타가 되어 미국에 계신 부모님에게 효도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이를 악물고 연습하는 바비였다. [쇼 미 더 머니] 같은 대중적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가할 기회를 얻은 것도 래퍼인 둘뿐이었다. 현재 YG가 iKON의 정체성처럼 내세우는 ‘직접 곡을 만드는 아티스트’ 역시 모든 수록곡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B.I와 바비 정도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같은 소속사의 빅뱅 역시 서바이벌 오디션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름을 알렸고, 이 과정에서 리더 지드래곤의 존재감은 크게 부각됐다. 하지만 데뷔 전 프로모션으로 특정 멤버가 도드라지는 것과 데뷔 후 콘텐츠에서 멤버들의 개성을 부각시킬 방법을 찾는 것은 다른 문제다. ‘스웩’을 강조하는 ‘리듬 타’는 다소 수줍기까지 한 이미지의 김진환, 김동혁에게는 맞지 않고, 끈적끈적하고 소울풀한 R&B 보컬이 특기인 구준회와도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슬램덩크]를 연상케 하는 코스튬과 스포츠카를 탄 멤버들의 모습, 어두컴컴한 공터 같은 농구장과 거대한 불독인형 등 ‘리듬 타’의 뮤직비디오가 제시하는 이미지 역시 일관된 정체성을 제시하지 못하며, 그만큼 멤버들이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기는 더욱 어렵다. 몇 개의 리얼리티 쇼와 네이버 V앱을 통해 다양하게 펼쳐지는 데뷔 전 이벤트, WARM-UP 싱글 선 공개와 더블 타이틀을 내세우는 전략까지, iKON이 데뷔하기까지의 거대하며 촘촘한 프로모션은 지금 YG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편 정작 데뷔 곡 자체는 B.I와 바비가 ‘하드캐리’를 해야 할 만큼 기획적인 면이 비어 있다. 프로모션과 콘텐츠가 추구하는 방향이 미묘한 불일치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iKON의 데뷔 과정은 빅뱅과 비슷하지만 그들보다는 훨씬 큰 규모로 시작했고, 대신 다큐멘터리부터 데뷔까지 초지일관 다듬어지지는 않았을지언정 거기서 비롯된 거칠음 자체를 매력으로 삼은 빅뱅에 비해서는 아직 정체성이 모호해 보인다.

물론 시대는 변했고, iKON의 출발선은 빅뱅과 다르다. ‘취향저격’은 발표와 동시에 음원차트를 ‘올킬’했으며, ‘리듬 타’와 ‘AIRPLANE’은 물론 [WELCOME BACK]의 나머지 수록곡들도 모두 차트에 진입했다. 거대한 프로모션을 통해 역대급이라고 할 만큼 높은 인지도를 쌓은 결과다. 대중적으로 쉽게 들을 수 있는 세 곡으로 데뷔를 알린 것은 그들의 현재 상황을 고려한 선택일 수도 있다. 게다가 iKON은 높은 인지도를 통해 데뷔 직후 가진 콘서트에서 관객 1만 5천여 명을 모을 정도의 팬덤을 이미 형성하기도 했다. 신인으로서는 주목할 수밖에 없는 대중적인 성공 후 11월 2일에 공개될 앨범의 나머지 반쪽에서 팀의 색깔을 더욱 뚜렷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지금 YG만이 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필요한 것은 단 하나다. 끝내주는 거.

글. 황효진
사진 제공. YG 엔터테인먼트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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