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에서 수제버거라니?

2015.10.08

“프리미엄 재료로 만든 수제버거.” 지난달부터 맥도날드 신촌점에서 판매하는 ‘시그니처 버거’에 대한 설명이다. 맥도날드에서 수제버거라고? 이것만큼 낯선 조합이 또 있나 싶었다. 버거 제작 과정을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 듯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든 것이 맥도날드 아니었나.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알아보니 시그니처 버거는 현재 전 세계에서 맥도날드가 내놓은 신메뉴였고, 해외에서는 ‘Create Your Taste’로 불리고 있다. 시그니처 버거는 번, 치즈, 토핑, 야채, 소스 등을 고를 수 있는 메뉴였다. 실제로 신촌역 3번 출구 앞에 위치한 맥도날드 지하 1층, 지상 1층에는 세 가지 종류의 번과 치즈, 두 가지의 토핑, 여섯 종류의 야채, 8개의 소스를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주문할 수 있는 대형 터치스크린이 있었다. 주문 과정만 보면 수제버거이기 이전에 소비자가 메뉴를 직접 고르는 DIY 버거인 것이다.

그렇다면 시그니처 버거를 수제버거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맥도날드 신촌점에서 주문한 머쉬룸 버거의 외양은 소비자가 흔히 수제버거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것과 비슷했다. 주문한 지 약 10분이 지나지 않아 직원이 직접 테이블까지 버거를 가져다주고, 철제 트레이 위에 올려진 버거는 2면이 트인 흰 종이봉투에 이쑤시개와 같은 나무대로 고정되어 있었다. 포크와 나이프를 줄 뿐만 아니라 감자튀김은 튀김용기처럼 생긴 그릇에 담겨 나왔다. 그러나 감자튀김의 맛은 기존 감자튀김과 똑같았고, 버거의 핵심인 패티는 함께 주문해본 1955 버거와 두께는 물론 맛에서도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시그니처 버거가 패티만큼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그니처 메뉴를 기존 맥도날드 메뉴와 확연히 다른 수제버거라고 하기에는 다소 찜찜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시그니처 버거가 맥도날드의 기존 메뉴보다 맛있는 것은 분명하다. 주문과 즉시 조리가 시작되는 시그니처 버거의 번 밑면에는 불에 그을린 자국이 있었고, 빵은 포슬포슬했다. 막 구워낸 버섯과 양파 역시 좋은 식감을 줬고, 프로볼로네 치즈는 이제 막 녹아서 끈적하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핵심인 패티도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완성된 후 종이에 포장 보관되는 기존 맥도날드 버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빵은 눅눅해지고 패티는 단단해지며 야채도 물러진다. 반면 조리하자마자 나오는 시그니처 버거에는 이런 일이 없다. 수제버거라면 그 정의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겠지만, 해외처럼 DIY 버거로서 주문 후 조리한 것을 곧바로 먹을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면 기존 메뉴보다 맛있는 버거다.

DIY 버거와 수제버거의 차이. 이것은 한국과 그 외 시장에서 맥도날드의 위상 차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마켓워치’에서 “맥도날드의 주식 약세는 한마디로 햄버거 맛이 없기 때문”이라고 할 만큼 맥도날드는 어려움에 빠져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컨슈머 리포트가 3만 2,405명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맥도날드가 가장 맛없는 버거 브랜드로 꼽혔고, 매출의 거의 25%를 차지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위생 관련 이슈가 터졌다. 맥도날드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2009년 14.6%에서 2014년에는 13.7%로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그 결과 2014년 맥도날드의 매출은 10년 만에 최악이었다. 시그니처 버거는 이런 세계적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시도였다. 세이크세이크 같은 체인업체가 맞춤형 메뉴를 제공하며 미국의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는 것처럼, 고객들이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자신의 입맛에 맞출 수 있는 버거를 찾는 흐름에 발맞춘 결과물이다. “특정 타깃 고객이 있는 게 아니라 광범위한 고객의 니즈에 맞추고 있다. 적은 수라도 소비자의 니즈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기에 시그니처 버거를 만들었다는 맥도날드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맥도날드는 이미 ‘소비자의 니즈’를 상당 부분 맞추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명 ‘맥세권’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인기다. 학생은 물론 직장인들도 맥도날드는 한 끼 때우는 데 충분한 메뉴를 공급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그니처 버거는 런치할인 없이 단품은 6,500~7,500원, 세트메뉴는 8,000원으로, 기존 맥도널드 메뉴에 비해 비싸다. 조합에 따라서는 10,000원이 넘을 수도 있다. 대신 맥도날드는 “시그니처 버거를 전담할 인력을 별도로 뽑았다. 신촌점의 경우 기존 80명의 직원 외에 전담 직원 30명을 추가 채용했다”고 할 만큼 요리 과정과 서비스에 모두 차별화를 두기 위해 노력한다. 시그니처 버거를 전담하는 직원들은 유니폼도 다르다. 시그니처 버거 서비스 운영시간이 주중(월~목)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지만, 외식이 집중되는 주말(금~일)에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2시까지만 제공되는 것은 맥도날드에서 이 메뉴의 위치를 보여준다. 더 비싼 수제버거만큼의 맛은 아니라도 그곳을 당장 갈 수 없거나 보다 싼 가격으로 맛까지 만족시키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메뉴. 해외에서 시그니처 버거는 맥도날드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지만, 한국에서는 3,000원짜리 ‘행복의 나라’ 메뉴부터 수제버거 가게와 유사한 맛과 서비스까지 모두 경험하게 만든다. 맥도날드에서 조금 더 그럴듯한 식사를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프리미엄 메뉴가 되는 것이다.

맥도날드는 현재의 반응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연말까지 서울 경기 지역 10개의 매장에 추가로 시그니처 버거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외식보다 조금 못하지만, 프렌차이즈의 일반 햄버거보다는 분명히 나은 이 메뉴에 대한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재 버거킹에서는 가을 한정으로 ‘머쉬룸 와퍼’와 ‘머쉬룸 스테이크 버거’ 등으로 기존의 패스트푸드 버거에서 보기 어려웠던 크림소스와 구운 버섯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였다. 또한 롯데리아는 저가 메뉴와 많은 매장을 바탕으로 세 회사 중 총매출액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매장당 매출액 1위는 맥도날드, 매장당 영업이익은 버거킹이 1위(공정거래위원회. 2013)다. 이런 상황에서 맥도날드는 빠르고 쉽게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을 유지한 채 ‘수제버거’라는 키워드를 통해 보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메뉴를 선보였다. 소비자들은 맥도날드의 이 신메뉴에 어떻게 반응할까. 그것은 지금 한국의 소비자가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관한 리트머스지일지도 모르겠다.

글. 이지혜
사진 제공. 맥도날드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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