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비버 구하기 프로젝트

2015.10.08

저스틴 비버는 올해 11월 13일 3년 만의 정규앨범 [Purpose]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사이 그는 역사상 가장 요란하면서도 끝나지 않을 듯한 성년식을 펼쳤는데, 무수한 사고의 역사를 굳이 늘어놓지는 않겠다. 첫째, 익숙한 것들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2014년은 2013년보다 훨씬 심했다는 것만 알면 된다. 둘째, 그다음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근래 국내 언론에서 그의 이름이 등장하는 빈도가 줄어든 것과도 연관이 있다. 그는 더 이상 사고를 치지 않는다.

작년 여름, 저스틴 비버의 인종차별 발언 비디오 공개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5살의 그가 농담처럼 던진 말일지라도, 인종차별 문제는 젊은 백만장자 스타의 일탈 행위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가 흑인 음악가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흑인 같은 말투와 행동을 보여준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공식적인 사과와 상당 기간 동안 이어진 침묵 이후,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은 ‘모든 저스틴 비버 팬들에게, 2015년은 재미있을 겁니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이 트윗을 신호탄으로 1년에 걸쳐 저스틴 비버를 성인 팝스타로 재정의하기 위한 노력이 펼쳐졌다.

시작은 사과였다. 1월 말 저스틴 비버는 페이스북에 1분 40초 길이의 비디오를 올렸다. 거의 어둠 속에 파묻힌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TV 출연이 두렵다고 말한다. 더 이상 건방지고 자만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고, 과거처럼 행동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연예계에서 그저 평범하게 자라는 것의 어려움을 말하고, 자신이 타인에게 관심 없는 인간이 아님을 피력한다. 이후 많은 일을 빠른 기간 내에 했다. 자신의 데뷔를 도왔던 [엘렌 쇼]에 출연해 솔직한 심정을 다시 한 번 털어놓았고, 폭발사고에서 살아남은 16세 소녀가 출연한 토크쇼에 깜짝 등장해 그를 위로하고 감사를 표했다. ‘아바타’ 콘셉트의 몰래카메라 쇼에 등장하여 볼링 코치 할머니를 속이기도 했다. 또한 코미디 센트럴 채널의 [로스트(Roast)] 출연을 자청했다. [로스트]는 1년에 1편 미만으로 비정기 제작되는 특별 프로그램인데, 한마디로 개그맨과 여러 유명인사가 등장하는 ‘저스틴 비버 까기 잔치’라고 보면 된다. 한편으로는 [SNL]에서 패러디까지 한 캘빈 클라인의 속옷 광고 캠페인이 있었다.


어른의 길목에 선 악동의 진심 어린 고백, 타인을 돌아보는 따뜻함, 자신의 과거를 웃음거리로 삼는 소탈함, 하지만 섹시함. 만약 어떤 시험에 “‘성인 팝스타’가 갖추어야 하는 가치로 옳은 것을 모두 고르시오” 같은 문제가 나온다면 할 수 있는 최고의 모범답안이다. 저스틴 비버는 이 답안을 그대로 수행한 뒤, 이 시기에 발표된 ‘Where Are U Now’를 통해 자신의 행보를 음악으로 옮겨놓았다. 이 곡은 스크릴렉스와 디플로가 ‘잭 유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발표했지만, 사실상 저스틴 비버를 위한 노래다. 스크릴렉스와 디플로라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두 DJ는 각자 자신이 구사하는 고유의 스타일을 대중적으로 순화하면서 저스틴 비버의 보컬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뮤직비디오는 더 인상적이다. 저스틴 비버만이 등장하는 비디오에서 그의 모습 위로 빠르게 지나가는 낙서 같은 글씨와 그림들은 모두 이벤트에 참가한 이들이 영상 스틸샷 위에 손으로 그린 것이다. 이 곡의 비디오는 마치 세상 사람들의 시선으로 뒤덮인 저스틴 비버를 보는 듯하다. 그를 오랜만에 빌보드 탑10으로 복귀시킨 이 노래를 통해,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담고, 지금 주류가 된 EDM을 통해 자신이 트렌드 안에 있음을 보여줬다.

새 앨범의 첫 싱글인 ‘What Do You Mean?’ 역시 기존에 했던 R&B 대신 EDM과 손을 잡았다. 그것도 아주 잘. 그리고 이 곡은 저스틴 비버를 가장 어린 나이에 빌보드 싱글차트 1위로 데뷔한 아티스트로 만들어주었다. 1년 사이에 그는 자신의 과거 이미지를 뒤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음악을 통해 ‘새로운 저스틴 비버’를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스쿠터 브라운이라는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유명한 매니저의 기획을 음악과 프로모션 활동 양면에서 완벽하게 실행하는 저스틴 비버가 그 많은 구설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엔터테이너인 이유다. [Purpose]에는 EDM 아티스트들뿐만 아니라 릭 루빈 같은 거물 프로듀서와 카니예 웨스트 등 흑인 음악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여기에 저스틴 비버의 과거사를 담은 피아노 발라드와 노래가 아닌 대화의 형태로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담길 것이다. 요컨대 스쿠터 브라운의 트윗 이후 거의 정확히 1년 만에 나오는 [Purpose]는 ‘성인 팝스타’ 프로젝트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때때로 어떤 앨범은 반드시 좋아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되는데, [Purpose]가 그렇다. 당신이 저스틴 비버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 앨범은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다.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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