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누, 좋아요?

2015.09.24

스베누는 5조 원대인 국내 제화 시장에서 근래 보기 드물게 급성장한 한국 브랜드다. 2013년 10월 등장한 이래 뉴발란스와 아디다스가 양분하다시피 한 운동화 부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롯데백화점 본점·강남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주요 유통망을 잇따라 뚫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연 매출은 400억 원대다. 지난 4일에는 영국의 축구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이하 맨유)와 파트너십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아프리카TV에서 온라인게임 BJ ‘소닉’으로 활동했던 대표이사 황효진의 이력이 알려지며 스베누는 청년 창업의 성공 사례로 각광받았다. 

맨유와 파트너십을 체결할 만큼, 스베누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빠른 호응을 얻었다. 특히 핵심 타깃인 10대에게 친숙한 아이돌·페이스북·게임을 마케팅 3대 축으로 삼았고, 그중에서도 아이돌 마케팅에 공을 들였다. 걸 그룹 AOA가 ‘짧은 치마’로 인기를 얻은 직후인 지난해 4월 모델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6월 ‘심쿵해’ 음원을 발표한 직후 AOA가 신제품 ‘스플래쉬’를 신고 춤추는 CF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AOA 운동화’, ‘설현 운동화’란 이미지는 한층 공고해졌다. 또한 MBC [2015 설 특집 아이돌스타 육상·농구·풋살·양궁 선수권대회]에도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다. MBC [장미빛 연인들]의 한선화, [앵그리맘]의 김희선을 통해 이따금 20~30대 소비자층도 공략했지만 스타 마케팅의 초점은 철저히 아이돌, 또는 10대에 맞췄다. 지난 5월 방한했다가 스베누의 협찬을 받았던 클로이 모레츠도 올해 18세다. 여기에 OGN(옛 온게임넷)과 손잡고 지난해 12월 부활시킨 [스타크래프트1 스베누 스타리그]로 게임 팬들을 공략했고, 지난 5월 개막한 [스베누 스타리그 시즌2] 축하무대에는 공동 모델 아이유를 세웠다. 페이스북에서는 스타 마케팅의 결과물을 공표하는 동시에 젊은 소비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자사 제품과 어울릴 만한 스트리트 패션 풀 착장을 제시, 자발적인 입소문을 유도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스베누가 공들여 마케팅한 스포츠·게임 관련 커뮤니티에는 스베누의 품질을 조롱하는 ‘스베누 vs 맨발’류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또한 84만 명에 달하는 회원 대부분이 20~30대로 추정되는 네이버·다음 패션 커뮤니티 ‘디젤매니아’에서는 스베누를 구입했거나 구입할 예정이란 내용의 글이 올라오면 부정적인 의견이 붙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치 데뷔하자마자 떴지만 인기에 비례해 안티팬도 생긴 아이돌 스타를 보는 것 같다. 론칭 직후부터 “내구성이 부실하며 물이 빠진다”는 요지의 품질 논란과 표절 논란은 단기간에 인기를 얻은 아이돌 스타들이 겪곤 하는 립싱크나 표절 논란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스베누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논란의 진위여부를 떠나 여론을 악화시켰다. PPL에 참여했던 [장미빛 연인들]에서 주인공 차돌(이장우)이 공교롭게도 ‘표절 피해자’로 그려진 것은 스베누에 대한 변호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고, ‘스베누와 함께한 인스타그램 거울샷 모음’처럼 누가 봐도 어색한 이용자 후기를 거의 매일 자사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인위적인 SNS 마케팅도 도마에 올랐다. 


공격적인 마케팅은 업계와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고, 이 사이에 나온 잡음은 인기만큼이나 논쟁거리가 되기 마련이며, 이 과정에서 생긴 안티 팬의 행동은 팬보다 더욱 적극적이기도 하다. 스베누의 안티가 된 일부 소비자들은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의 자료를 근거로 스베누가 법인 등록 직후인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언론에 알려진 ‘연 매출 400억 원대’가 아닌 ‘(6개월 동안) 매출 104억 원, 영업적자 2억 원’을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품질에 대한 냉소와 마케팅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소비자가 스베누를 검증하는 영역으로까지 나아간 것이다. 샤넬이 하이탑 스니커즈를 출시하고, 아디다스의 ‘슈퍼스타’는 고전 취급을 받는 시대다. 스트리트 패션의 전성기와 함께 운동화는 당당하게 신발장 정중앙을 차지한 수집의 대상으로 올라섰다. 이런 흐름 속에서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는 재구매의 필수 조건이 됐다. 스베누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된 동시에 과거보다 더욱 철저한 검증을 받게 된 이유다. 

물론 스베누는 여전히 잘 팔린다. 하지만 지난 15일 기준으로 20~30대 스트리트 패션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무신사의 스니커즈 매출 100위권 명단에는 스베누의 제품이 단 한 개도 없었다. 마케팅으로 회사의 규모를 키웠지만, 연령대에 따라 품평이 극단적으로 갈릴 만큼 제품에 대한 폭넓은 신뢰는 얻지 못한 것이다. ‘대세’가 된 아이돌 같은 위치가 된 스베누가 언제든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으려면 이 단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한국이 품질에 굉장히 민감한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SPA 업계의 강자이자 알렉산더왕 등 명품과의 화려한 협업 마케팅으로 유명한 H&M도 한국에서는 지속적인 품질 논란으로 상대적으로 힘을 못 쓰고 있다. 반면 소재 개발에 주력했던 유니클로는 지난해 빈폴을 제치고 한국 시장에서 활동 중인 패션업계 전 부문 브랜드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앞으로의 스베누는 ‘운동화판 유니클로’가 될 수 있을까.

글. 김선주(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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