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서점, 책도 사고 수다도 떨기 좋은 곳

2015.09.22

망원동 독립 서점 ‘책방 만일’에는 9월 한 달간 주인이 없다. 주인이 여행을 가는 동안 책방 만일은 ‘책방지기’를 맡은 사람들이 대신 돌본다. 독립출판사 ‘6699press’, 1인출판사 ‘유유출판사’, 독립 출판 프로젝트 ‘읻다 프로젝트’ 등의 관계자들이다. 이 책방지기들은 책방을 봐주면서 책도 대신 팔고, 자신들의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팝업스토어가 되기도 하고, 좌담회나 낭독회가 열린다.

대형 프렌차이즈 서점처럼 책이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울에서만 30여개가 넘은 독립 서점은 서점이 있는 동네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할 공간을 제공한다. 염리동 ‘퇴근길 책한잔’의 주인 김종현 씨는 금요일에는 영화 상영회를, 토요일에는 때때로 콘서트를 연다. 대형 서점과 비교할 수 없는 작은 공간이지만, 사람들은 앉을 공간이 늘 준비 돼 있는 동네서점에 자연스럽게 방문해 차와 술을 마신다. “독립 서점에서 파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멀티플렉스보다 예술 영화관을 찾는 쪽에 가깝다. 이런 취향을 가진 이들이 좋아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계속해나가고 싶다”는 김종현 씨의 말은 요즘 독립 서점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를 보여준다.

한국에서 책에 대해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존 북카페도 책을 읽을 수는 있지만 책에 대해 마음에 맞는 대화를 할 사람을 만나거나 읽을만한 책을 추천 받기는 어렵다. 출판사에서 하는 독자와 저자의 만남이나 각종 강연 역시 대부분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반면 독립 서점은 독서와 독서에 대해 말하는 것을 일상의 일로 만들 수 있다. 퇴근길 책한잔에서 열리는 ‘고물모임’(고전에 물드는 독서대화클럽)에 참여한 장예진 씨는 “책을 읽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런 모임을 통해서 공감도 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나 역자와의 만남이 이뤄지기도 하고, 염리동 ‘일단멈춤’이나 용산동 ‘스토리지북앤필름’처럼 독립 출판과 관계된 워크숍 등 출판업계 관계자들의 모임을 여는 곳도 있다. 연남동 ‘책방 피노키오’처럼 애초에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는 공간을 꿈꾸고, 퇴근길 책한잔처럼 주인의 취향을 반영한 각자의 동네 책방들이 그 취향과 분위기에 따라 사람을 모이게 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독립 서점이 모두 이상적인 문화 공간이나 지역 사회의 공동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 되는 곳은 음료를 팔지 않고 책 판매 수익만으로도 운영 가능하지만,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곳도 있다. 얼마 전 독립 서점 1세대로 불리는 서촌의 ‘가가린’이 문을 닫았다. 계속 상승하는 임대료 역시 문제다. 독립 서점의 현재에 대해 다룬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의 저자 백정화, 김병록 씨는 독립 서점에 대해 “서점 주인들은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고 소개하고 싶은 책 중심으로 책을 고르고 그것을 원하는 독자들이 서점을 찾아가는 형태다. 그러하기에 동네 서점은 그 뚜렷한 색깔만큼이나 확장의 폭에 있어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른 문화 공간들과 마찬가지로 독립 서점 역시 이상적인 문화 커뮤니티와 현실의 문제 사이에서 어떻게든 균형을 잡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독립 서점은 책을 사러 온 사람도 우연히 낭독회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출판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지만, 책에 담긴 지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각종 강연회는 끊임없이 열린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제11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 역시 저자 강연과 세미나 등의 행사 비율을 높였다. 책이 좋아 모인 사람들이 하나의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공간으로서 독립 서점을 계속 찾고 지지할 수 있을까. 출판 업계, 더 나아가 책 읽기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시대에, 작지만 지켜볼만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글. 심하림
사진 제공. 퇴근길 책한잔 페이스북




목록

SPECIAL

image 승리 카르텔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