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에 대한 크고 작은 궁금증 7

2015.09.21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새롭게 등장해 무난히 안착한 [앤트맨]은 사랑스런 영화다. 정의로운 도둑질 한 번 했다가 대기업 직원에서 친구 집 소파에 얹혀사는 전과자로 전락한 스콧 랭(폴 러드)이 원조 앤트맨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에게 선택당해 슈트를 물려받아 개미 군단을 이끌고 다시 한 번 정의로운 도둑질로 영웅이 되는 이 이야기는 놀라운 스케일보다도 흥미로운 상상력, 실없이 귀여운 캐릭터들, 아기자기한 연출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스콧 랭이 다시 등장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물론 [앤트맨] 속편도 제작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앤트맨]을 둘러싼 몇 가지 이야기를 정리했다.
 


Q1. 폴 러드는 언제부터 그렇게 멋졌나?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이름은 모르겠는 남자, 폴 러드는 이처럼 애매한 위치에 있는 배우였다. 하지만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는 영화 [클루리스](1996)에서 알리시아 실버스톤의 세련되진 않지만 다정하고 매력적인 이복 오빠 조쉬, 시트콤 [프렌즈] 후반 시즌에 피비(리사 쿠드로)를 만나 결혼에 골인하는 괜찮은 남자 마이크였다. 멀쩡히 잘생긴 얼굴로 엉뚱한 짓을 태연히 벌이는 남자 역으로 주드 애파토우 감독의 여러 코미디 영화에서 활약했고, 친구 세스 로건과의 우정은 톰 포드와 스칼렛 요한슨, 키이라 나이틀리의 화보를 패러디해 아이보리색 내의를 입은 세스 로건의 귓가에 그가 감미로운 표정으로 콧김을 불고 있는 전설의 [배니티 페어] 화보로 남았다. 꾸준히 활동했지만 톱스타는 아니었기에 “거리를 걸어 다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모르기 때문에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고, 아홉 살 난 아들 잭은 아빠가 ‘앤트맨’이라는 슈퍼히어로를 연기하게 되었다고 했을 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지만, [앤트맨] 이후의 인생은 달라질 것이다. 1969년생, [앤트맨]을 위해 1년 동안 탄수화물을 끊고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섭취하며 고된 운동으로 몸을 만들어 20대의 미청년이 40대의 미중년이 된다는 것을 착실히 증명하고 있다. 


Q2. 스콧 랭은 왜 하필 배스킨라빈스에 취직했을까?
“배스킨라빈스는 언제나 알아내지(Baskin Robbins always finds out).” 감옥에서 출소한 스콧 랭은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구하지만, 그가 전과자임을 알게 된 점장 데일(그렉 터킹턴)은 의미심장한 대사와 함께 스콧 랭을 해고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굉장한 설득력과 위엄을 갖는 이 대사는, 그러나 처음부터 배스킨라빈스의 몫은 아니었다. 감독 페이튼 리드에 의하면 맨 처음의 선택은 멕시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치폴레였으나 치폴레 측은 이를 원하지 않았고, 잠바주스를 거쳐 제작자들이 안착한 곳이 배스킨라빈스였다. “배스킨라빈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잖아?”라는 이유와 함께, 페이튼 리드는 배스킨라빈스 매장의 밝은 파스텔 톤이 스콧 랭의 어두웠던 감옥 신과 재미있는 대조를 이룰 거라고 생각했다고. 게다가 망고 후르츠 블라스트 홍보 역시 톡톡히 되었을 듯. 단, 한국 매장에서는 망고 후르츠 블라스트가 아니라 망고 요거트 블라스트를 판매한다. 


Q3. 행크 핌은 왜 스타크를 무시하는가?
“난 이 기술이 스타크 손에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 반평생을 바쳤네. 이건 아이언맨 슈트처럼 깜찍한 기술이 아니야.” 핌 입자를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넘기자는 스콧 랭의 제안을 단칼에 자르며 ‘1대 앤트맨’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이 한 말을 아이언맨이 들었다면 자다가도 깨서 분을 참지 못하고 슈트 업그레이드에 매달렸을 것이다. 1960년대 쉴드의 연구원이었던 행크 핌은 원자 간 거리를 바꾸고 밀도와 강도를 증가시키는 핌 입자를 만들어 직접 슈트를 입고 비밀 작전을 수행했다. 그러나 1989년 하워드 스타크가 기술을 복제해 무기로 활용하려 시도한 것을 알고 쉴드를 떠나 핌 입자 기술을 봉인한다. 핌 입자가 면적 부피 법칙, 질량 보존의 법칙을 뛰어넘어 생태계 전체를 뒤바꿔놓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기술임을 생각하면 추진기 달린 강철 슈트를 입고 하늘을 나는 인간쯤은 애송이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다만 [앤트맨]에서도 나오듯 어벤져스 요원들은 이미 작게 변한 앤트맨을 볼 수 있는 장비를 갖췄고, 모든 위험 요소에 대한 대책을 세워놓는, 때로는 그래서 일을 말아먹는 토니 스타크의 성격상 앤트맨에 대한 대책을 세울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부분은 두 캐릭터가 모두 출연하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혹시 다뤄지지 않을까.


Q4. 꼬마기관차 토마스는 어떻게 캐스팅됐나.
해맑은 표정으로 눈알을 데룩데룩 굴리며 전속력으로 달려와 작은 옐로우재킷을 혼비백산하게 만든다. 스콧 랭의 딸 캐시의 방, 달리는 장난감 기차 세트 안에서 벌어지는 클라이맥스의 액션신은 토니 스콧 감독의 기차 액션 [언스토퍼블] 못지않게 박진감 넘친다. 페이튼 리드가 [Film School Rejects]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장난감 기차 모형에 대한 설정은 전임 에드거 라이트 감독과 조 코니쉬의 초안부터 있었던 것이었으나 토마스에 대한 사용권은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고 새 제작진은 이를 얻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했다. 다행히 재미있다고 느낀 상대로부터 허가는 받았지만 명확한 규정이 있었다. “아무도 철길에 묶이거나 토마스에 치여선 안 된다. 토마스는 어린이들이 악하다고 여길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 토마스는 전투에서 중립을 유지해야만 한다” 등. 그러나 그 어떤 기차 모형도 토마스만큼 독특한 성격을 보여줄 수 없음을 알고 있었던 감독은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앤트맨의 ‘대형화’ 원반을 맞는 바람에 지붕을 뚫고 나와 도로를 덮친 채 천연덕스런 표정으로 거대한 회색 얼굴을 들이미는 꼬마기관차 토마스는 [앤트맨]에서 가장 강력한 신스틸러가 됐다.


Q5.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낫냐, 앤트맨이 낫냐.
보도블록 사이를 새까맣게 메웠거나 먹다 남은 사과 고갱이에 바글바글 몰려 있는 개미를 보면 공포를 느끼는 사람이라도 [앤트맨]의 427호, 아니 앤토니가 헬리콥터 같은 소리를 내며 위엄 있게 등장해 스콧 랭의 날개가 되어 주는 순간에는 가슴이 벅차올랐을 것이다. 사실 개미와의 의사소통에 대한 상상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에서 개미가 뿜는 페로몬 신호와 인간의 언어를 상호 통역하는 ‘로제타 스톤’으로도 등장했지만, 반경 1.6km 내에 있는 개미들의 후신경을 전자기파로 자극해 조종하는 앤트맨의 방식은 인간 입장에서는 훨씬 편리해 보인다. [지구의 작은 지배자 개미]에 따르면, 개미들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계획을 미리 마련하지 않고, 일개미들은 개별적으로는 아주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밖에 하지 못하지만 집단적으로는 일관성 있게 협력해 놀라운 건축물을 만들거나 난해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즉 스콧 랭의 입장에선 어벤져스의 꼬리보다 개미군단의 머리로 사는 것이 훨씬 행복할지도 모른다.


Q6. 루이스는 어디서 나타난 귀염둥이인가?
선의로 가득하나 어딘가 얼뜬 표정, 플로우가 살아 있는 랩을 방불케 하는 말투로 엔딩신까지 차지하며 [건축학개론]의 ‘납뜩이’(조정석)를 능가하는 존재감을 보여준 스콧 랭의 감방 동기 루이스 역을 연기한 배우는 마이클 페냐다. 부모 모두 멕시코 출신으로 1976년 시카고에서 나고 자랐으며, 고등학교 졸업 후 연기 오디션을 보기 시작해 여러 TV 시리즈와 영화에 출연했다. 2004년 폴 해기스가 각본과 제작을 맡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역시 폴 해기스가 연출한 [크래쉬]에서 양심적인 열쇠수리공이자 어린 딸에게 다정한 아버지인 다니엘 역을 연기했다. 훗날 할리우드에서의 첫 10년이 정말 힘들었다고 회상한 그는 [크래쉬]에서의 역할이 자신의 첫 번째 ‘진짜’ 배역이라고 말하기도. 출연작 중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만 4개에다 아들의 의문스런 죽음으로 고통받는 평범한 아버지를 연기한 FOX [그레이스포인트]를 비롯해 루이스의 그림자도 찾기 어려운 작품에 다수 출연했지만 “벤 스틸러의 작품을 보는 게 정말 재미있다. 그는 무엇이 재미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라고 했을 만큼 코미디 취향은 뚜렷하다. 10월 개봉하는 [마션]에서도 만날 수 있다.


Q7. 원자보다 작아지면 뭐가 어떻다고?
[인터스텔라]를 보며 상대성 이론과 블랙홀 때문에 고통받았던 관객이라면 [앤트맨]에서도 잠시 웃음을 잃고 사고가 정지하는 순간을 맞이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평생 다시 볼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원자와 분자, 양자가 등장할 때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 역시 고통받는다. 행크 핌의 아내이자 앤트맨과 같은 능력을 가졌던 와스프는 미사일을 해체하기 위해 원자보다 작아졌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스콧 랭 역시 딸이 위험에 처하자 원자보다 작아지는 것을 감수한 채 옐로우 자켓(코리 스톨)의 슈트를 파괴하러 들어간다. 어차피 12.7mm까지 작아졌던 이상 좀 더 작아진다 해도 다시 키우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이는 단지 ‘먼지만큼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를 벗어나 시공의 개념이 사라지고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양자 세계로 들어가 버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이해가 잘 안된다고? 노벨상을 수상한 천재 물리학자 파인만은 말했다.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는 것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행크 핌 역시 10년의 양자 연구 끝에 깨달은 건 지식의 한계뿐이라고 했다. 즉, 이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참고로 DC와 마블 코믹스의 편집자이자 작가인 렌 와인은 [슈퍼영웅의 과학]에서 “오늘날의 만화에서 현실 과학이 설 자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을 방해받지 않을 때에만 그렇다.”

글. 최지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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