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 사이러스, 다음에는 뭘 할 겁니까?

2015.09.17

마일리 사이러스는 지난 8월 30일 MTV 비디오 뮤직 시상식(VMA)의 사회자였다. 그리고 말 그대로 쇼의 주인이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10개 부문의 후보로 올라 ‘올해의 비디오’를 포함해 4개를 가져갔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지는 않은 것 같다. 카니예 웨스트는 수상소감에서 2020년 미국 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대부분 웃어넘기는 중이다. 대신 시청자들은 마일리 사이러스가 선보인 10벌의 의상이 예상을 뛰어넘었는지 가늠했다. 그리고 니키 미나즈가 마일리 사이러스의 인터뷰를 문제 삼아 생방송으로 터뜨린 디스와 그에 대한 마일리 사이러스의 슬쩍 꼬인 답변이 미리 짜인 각본인지 논쟁 중이다.

여기까지는 가십에 불과하지만, 마일리 사이러스는 모든 일을 자신의 새 앨범 [Miley Cyrus & Her Dead Petz]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시켰다. 시상식의 마지막 무대는 그의 신곡 ‘Dooo It!’이었고, 무대에는 드랙퀸 백업 댄서와 인디 록 스타 플레이밍 립스가 함께 올랐다. 또한 즉시 새로운 앨범을 무료 스트리밍으로 공개한다고 발표했고, 이어서 ‘Dooo It!’의 비디오와 [뉴욕 타임즈] 인터뷰로 MTV 시상식에 관심 없는 거의 모든 대중들이 마일리 사이러스가 뭔가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모든 일이 만 하루가 되기 전에 벌어졌다.

음악을 공짜로 공개하는 것이나, 앨범을 갑자기 발매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알리기 위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수 있는 기회는 아주 소수에게만 주어진다. 그중에서도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을 가질 정도까지 모든 것을 해버리는 사람은 단 하나, 마일리 사이러스뿐이다. [Miley Cyrus & Her Dead Petz]는 이런 마일리 사이러스를 닮았다. 그는 상당수의 트랙을 작년부터 가까워진 플레이밍 립스와 함께 만들었다. 판토그램, 에어리얼 핑크 같은 인디 음악 계열의 스타급 플레이어까지 끌어들였다. 앨범은 [Bangerz] 이후로 작업 중이던 후속 앨범과 완전히 별개의 프로젝트로 소속사의 간섭 없이 완전하게 그의 의지로 완성됐다. 단적으로 매니지먼트 팀이 그의 앨범이 너무 길다고 지적하자, 마일리 사이러스는 곡을 추가해버렸다.


어린 시절부터 스타가 된 그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짓고자 한다는, 어쩌면 전형적인 사실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Miley Cyrus & Her Dead Petz]는 [Bangerz] 이후로 복장이나 발언만이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자유를 누리고자 한 성장사의 일부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보통 이 앨범을 실험적이라고 하지만, ‘실험적’이라는 단어가 상업적 압박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로 예술적 성과를 지향한다는 뜻이라면 실패다. 플레이밍 립스가 참여한 대부분의 트랙은 밴드의 통상적인 사이키델릭 팝과 익숙한 편곡에 마일리 사이러스의 보컬을 얹을 뿐이다. 마일리 사이러스가 평소와 달리 팔세토를 애용하는 것조차 전형적이다. 물론 여전히 좋은 보컬이지만, 검증된 것을 실험하는 것이 재현 이상의 의미는 없다. 여기에 기존의 프로듀스 팀이 참여한 나머지 트랙은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예를 들어 마이크 윌 메이드 잇은 마일리 사이러스가 원하는 것이 라나 델 레이 같은 것이라고 여긴 듯하다. 혹시 ‘실험’이 이것저것 해본다는 의미라면 맞을 것이다.

그래서 마일리 사이러스에게는 패션과 음악 모두 적절한 프로듀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역설적이지만 앨범이 아주 형편없지 않아서 그렇다. 오히려 들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녀의 말마따나 트랙이 몇 개든 그 자체로 많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디어와 완성된 트랙, 과정으로서의 ‘실험’과 상식에 도전하는 ‘실험’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난 앨범의 ‘Adore You’를 만들었던 오렌 열은 답을 찾았다. ‘Space Boots’는 플레이밍 립스와 마일리 사이러스가 만나서 만들어야 했던 노래다. 플레이밍 립스의 스타일은 직접적인 편곡상의 악기 종류가 아니라 곡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편곡으로 살아 있다. 이 곡은 마일리 사이러스가 재능 있고 훌륭한 보컬 아티스트이며, ‘팝 보컬리스트’가 창의성 없는 노래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Milky Milky Milk’가 좀 더 제대로 완성되었다면 기회가 한 번 정도 더 있었을 것이다.

‘할 수 있기 때문에 한다’는 자유라는 가치의 측면에서 중요할 수도 있다. 앨범 작업에 쓰인 5만 달러는 그에게 별로 고민스러운 액수도 아닐 것이다. 그가 이 앨범을 반항의 결과가 아니라 선물이라고 말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흥미로운 협력과 세션의 결과물이고, 적절하게 가다듬었다면 더 나은 앨범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식의 정돈 자체가 그녀가 지향하는 바와 맞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아마 그래서 사람들이 묻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음에는 뭘 할 겁니까?

글. 서성덕(대중음악평론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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