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와 여자친구의 역주행은 어디서 시작되었나

2015.09.14

걸 그룹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과 소녀시대의 ‘Lion Heart’는 비슷한 시기에 음원차트 순위를 거슬러 올라가는 ‘역주행’을 했다. ‘오늘부터 우리는’은 이미 활동을 마무리 했음에도 13일 현재 멜론 실시간 차트에서 10위권을 꾸준히 기록 중이고, ‘Lion Heart’는 발매 5일차에 같은 차트에서 24위까지 하락했으나 13일 현재 5위를 기록 중이다. 두 역주행에는 모두 페이스북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여자친구가 한 행사에서 ‘오늘부터 우리는’을 부르다 빗물 때문에 8번 넘어지는 영상은 페이스북의 한 계정에서 하루 동안만 재생횟수 350만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유튜브의 재생횟수는 75만이었다. ‘Lion Heart’의 역주행은 ‘소녀시대 폴더’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영상들이 재생횟수 100만을 넘으며 화제가 된 시점부터였다.

지난해 ‘역주행’의 대표사례였던 EXID ‘위아래’도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컸다. 한 행사장에서 ‘위아래’를 부르던 멤버 하니를 집중적으로 찍은 영상은 페이스북을 통해 화제가 되며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늘부터 우리는’과 ‘Lion Heart’에 대한 반응은 보다 즉각적이다. ‘오늘부터 우리는’ 영상은 화제가 된지 단 하루 만에 멜론 차트 30위에서 20위로 10계단 상승했다. 그 다음날에는 미국, 러시아, 태국 등 해외 이용자가 ‘오늘부터 우리는’ 유튜브 영상을 보는 비율이 49%에서 59%로 늘었고, 외국 매체에서는 무대 영상을 촬영한 사람에게 자료를 써도 되겠냐는 문의를 했다. 셋째 날에는 미국에서 여자친구의 무대 영상을 11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Lion Heart’ 역시 10위권에 머무르던 음원순위가 화제의 영상이 올라온 이틀 후 10위권 안으로 들어왔다.


특히 ‘Lion Heart’의 ‘역주행’은 지금 음악 산업에서 페이스북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늘부터 우리는’은 해외 매체에서도 관심 가질 법한 해프닝으로 주목 받았지만, ‘Lion Heart’는 이렇다 할 새로운 사건이 없었다. 대신 ‘스타일링’과 ‘시계춤’을 키워드로 강조된 제목의 영상이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되자 소녀시대 팬들 사이에서는 소녀시대 페이지에 직접 무대 영상을 올리거나 다른 인기 페이지에 자료를 제보하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오늘부터 우리는’ 영상이 ‘욕이 절로 나오는 무대 상태’라는 이름으로 퍼진 것이나, 몇 달 전 또 다른 ‘역주행’ 곡이었던 백아연의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가 “짝사랑할 때 들으면 안 된다”거나 “썸 타다 잘 안됐을 때 공감 가는 곡”이라는 설명과 함께 SNS 상에서 인기를 얻은 것과 마찬가지다. 누군가 관심가질 만한 명확한 키워드를 제시해 관심을 유도해야 보다 많은 사람이 그 곡을 듣게 된다. 

음악 프로그램 시청률은 계속 하락 중이다. 음악 프로그램 활동이 끝난 뒤 ‘역주행’을 시작한 ‘위아래’가 극단적으로 보여주듯, 빅뱅처럼 모두가 아는 팀이 아니라면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만으로는 화제성을 보장할 수 없다. 그러나 가수의 무대 영상이 흥미를 끌 수 있는 설명과 함께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면 대중은 다시 그 곡에 주목한다. 대중이 음악을 듣는 이유는 반드시 음악적 완성도만이 아니고, 엄청난 이용자수의 페이스북은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음악을 소개하는 미디어가 됐다. MBC [무한도전]의 가요제나 Mnet [쇼 미 더 머니]가 리얼리티쇼로 단번에 대다수의 대중에게 음악을 전파하는 방식을 보여준다면, ‘오늘부터 우리는’과 ‘Lion Heart’는 명확한 타깃을 가진 페이스북의 콘텐츠가 이용자 개개인의 호기심과 선택을 끌어내고 그것이 유의미한 반응을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한도전]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가수와 제작사에게는, 방송사 못지않게 중요한 채널이 탄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 임수연




목록

SPECIAL

image 억울한 남자들

최신댓글